▲난민을 대하는 태도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한 단체가 조사한 설문 결과 일부이다. 설문 항목은 ‘사람들은 전쟁이나 박해로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해 다른 나라로 피할 수 있어야 한다.’이다. 이에 대해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두 가지 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Ipsos
설문에 참여한 국가는 52개였다. 한국은 '동의한다(agree)'라는 답변이 50%를 넘지 않은 유일한 국가이다(Ipsos, 2024, <세계 난민의 날, 난민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국제 조사>, 9쪽,
www.ipsos.com. 2025년 2월 15일 검색). 난민에 대한 적대감은 같은 조사의 다른 질문 항목에서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왜 한국인은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거두지 않는 것일까? 사실 이 질문은 틀렸다. 앞에서 본 연세대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외국인 선교사, 미국 국기를 자랑스럽게 흔드는 사람들은 서구 백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공장주도 외국인 노동자를 겁내지 않는다. 철저하게 이해관계에 따라 '비서구 유색인종' 외국인이 '선을 넘어' 권리를 주장하지만 않는다면 빵 부스러기를 뜯어준다.
"한국을 다문화 사회라고 할 때 우리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이주민을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의 이주민 가운데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은 외국인이 아닌 중국동포다. … 중국동포는 다문화 사회의 주요 인구집단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들을 우리와 같은 동포로 여기지도 않고, 다문화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많은 사람은 이들을 우리와 공존할 수 없는, 더럽고 위험하고 열등한 집단으로 생각한다." (책, 144쪽)
중국동포, 조선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한민족'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들에 비난과 우월감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아무리 같은 민족이라도 가난하거나 서구 백인이 아니면 "공존할 수 없는 집단으로 인식"한다(책, 148쪽). 이런 인식은 북한 이탈 주민, 탈북민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재현된다.
실제, 차별엔 이유가 없다. 마치 동네 깡패가 지나가는 학생의 돈을 뜯으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해자는 온갖 이유를 대며 자신을 정당화한다. 피해자 상황은 아무 상관이 없다. 조선족 말투를 써서, 한국 표준어를 사용하지 않아서, 돈이 없어서, 중국어를 잘해서 괴롭힌다.
"한국에서 중국동포는 한국인이 아니다. 한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동포인 티를 내지 말고 한국인과 지내야 한다. 나를 만난 중국동포가 한 말이다." (책, 166쪽)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한국인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유산인 인종주의는 여전히 서구 중심적 글로벌 경제와 정치를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외에서 한국인은 열등한 아시아 인종으로서 인식되고 국내에서 유사 백인으로서 타 인종을 차별하는 현실은 세계적 인종주의의 유산을 반영하고 있다."
(책, 178쪽)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는 지난 12일 트럼프(Trump) 행정부가 베네수엘라(Venezuela) 출신 이민자들 수십 명을 쿠바 관타나모(Guantánamo) 미군 기지에 가두고 있다고 보도했다(뉴욕 타임즈, 2025년 2월 12일, '트럼프가 관타나모로 보낸 이민자 일부, 군 경비대에 억류 중',
www.nytimes.com, 2025년 2월 15일 검색). 이민자들이 갇힌 곳은 전쟁 시 알카에다 용의자들을 구금하려고 만든 감옥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즈는 군 경비대가 억류 중인 53명의 명단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뉴스를 보며, 2021년 경기도 화성 외국인보호소 뉴스가 떠올랐다. 당시 마치 새우처럼 팔다리를 뒤로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의 난민 신청자 사진이 공개됐었다. 작년 5월, 1심 법원은 대한민국이 그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그래도 이름에 '보호소'가 들어가 있고,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도 아닌데, 무작정 가둬두고 고문하며 인간 존엄을 훼손했다. 그런데 고작 배상금 얼마로 그가 입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없던 일이 될 수 있을까?
"인종주의는 생물학적 차이나 민족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근대에 백인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비백인 국가들을 상대로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문화이자 지식이다. … 비대칭적인 글로벌 질서가 인종주의를 지속시키고 재생산한다. … 세계화와 다민족의 시대에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도 국경을 넘어가면 열등한 동양인으로 취급받는다." (책, 192쪽)
손흥민이 유럽에서 당하는 인종차별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백인이 아닌 동양인을 무시하는 우리도 외국, 특히 유럽이나 북미 대륙에 가면, 중국인이나 동남아시아인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그저 '노란색의 아시아인', 즉 '유색인종'일 뿐이다.
모든 외국인을 차별 없이 대하는 정책과 제도,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책, 206쪽). 다문화주의는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적용돼야 한다. 지역과 세대에 따라 문화가 다를 수 있다. 개인이나 가정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가 민주주의 공동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을 지향한다. 그가 어디에서 왔건, 어떤 환경에서 자랐든, '공존'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는 가능하다. 차별과 배제를 제일 먼저 없애야 한다. 외국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실질적 다민족 사회, 다문화 사회를 만들려면, 인종주의적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문화의 공존은 시작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정부와 대학과 언론이 반복해서 주입한 대로, 이주노동자를 열등한 존재로, 중국동포를 범죄자로, 결혼이주여성을 순종적인 가정부로 여기기 때문이다. 문화가 아니라 인종주의가 문제다. … 다민족 사회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책, 207~208쪽)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 - 이주민, 차별, 인종주의
손인서 (지은이),
돌베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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