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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청문회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

[풀어쓰는 노동시간] 고정 야간노동 강도 줄이는 근원적인 예방책 필요

등록 2025.02.17 09:27수정 2025.02.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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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 지난 1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 및 대유위니아그룹 임금체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강한승 쿠팡 대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 지난 1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 및 대유위니아그룹 임금체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강한승 쿠팡 대표. 연합뉴스

지난 1월 21일, 국회에서 '쿠팡 청문회'가 열렸다. 쿠팡 새벽 배송을 위해 야간노동을 하다 사망하신 고 장덕준, 정슬기, 김명규 님의 유가족이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며 국민동의청원을 열었고, 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그 뜻에 동참하여 어렵게 마련된 자리였다.

쿠팡은 청문회 직전 위 유가족과 합의하였고, 직접 유가족들을 만나 사과하였다. 쿠팡은 물류센터 내 온열·한랭질환을 예방하고 작업 강도를 완화하기 위해 추가 휴게시간을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택배 노동자들에게 관행적으로 부여되었던 분류 업무 등도 개선하기로 했다. 대단히 늦었지만, 쿠팡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일견 다행이다.

이렇듯 상대가 두려워야만 겨우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느끼려면, 좀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고정 야간노동 근본적인 위험 다뤄야

쿠팡 청문회에서 고정 야간노동의 근본적인 위험성이 많이 다뤄지지 못한 점은 대단히 아쉽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안건을 다루다 보니 생긴 문제였지만, 현장의 여러 문제는 노동자가 야간(심야)에 연속적으로 무리하게 일을 한다는 것, 다음 날 아침까지 고객에게 물건을 반드시 배달해야 한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쿠팡 야간노동이 다른 곳보다 특히 문제인 이유는 "야간에 고정적으로 일을 하기 때문"이고, 이런 경우 노동자 신체의 "자율신경계에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배치 전 건강검사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국회의원 질의에 대해서, "그보다는 늘 연속해서 고정되어 일하는 야간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줄이는 게 근원적인 예방책"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야 노동에 대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국회의원 질의에 대해서, "고정적인 심야 노동을 없애야 하고, 야간근무일 사이에 휴식을 보장"하는 규제가 필요하며, <보건복지부 간호인력 야간근무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보건복지부 간호인력 야간근무 가이드라인>은 2018년 3월 간호사 근무 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의 후속 조치로, 업무 부담이 높은 야간간호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목적에서 마련되었다. 종합병원 및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일부 간호사들만 적용 대상으로 한 한계가 있으나, 간호사의 고정 야간노동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① 야간전담 간호사의 야간근무 시간(8시간), 월 횟수(15일), 근무일(연속 3일 이하, 3개월)을 제한한다. ② 야간근무를 2일 이상 연속한 경우 48시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한다. ③ 야간 업무의 부담을 경감하고(채혈, 상처 소독, 의사의 오더 시간 등은 야간근무 이외의 시간으로 조절), 교육 및 훈련 등 근무 외 행사가 쉬는 날 또는 쉬는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도록 배려한다. ④ 야간전담 간호사의 낮 근무 전환이 가능하도록 근무 선택권을 보장한다. 나아가, ⑤ 야간근무 가이드라인의 준수 현황을 확인하도록,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연간, 분기별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도 마련하였다.


규제 없는 야간노동, 사회적 합의는 있다

우리나라 법은 야간노동을 거의 규제하고 있지 않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근로기준법은 야간근로에 대한 임금을 가산하고, 청소년 등 일부 대상에만 제한을 뒀다.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제130조 제1호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 중 하나로 '야간작업'을 두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201조 [별표22] 4항에 따라 '월평균 4 회' 또는 '월평균 60시간 이상' 심야 노동을 하는 경우 특수건강검진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종합하면, 우리 법은 야간노동을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유해인자'로 분명하게 인식하나, 구체적으로 이를 금지하거나 방식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월평균 4회나 60시간을 '야간작업'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측면에서 쿠팡 등이 운영하는 고정 야간노동은 입법자가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던 '비전형적'인 작업 형태일 뿐, 입법의 미비가 고정 야간노동을 곧바로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

우리 법원 역시 △고용노동부 고시가 정한 과로의 인정 기준을 주된 고려 요소로 삼고 있으며, △교대 없이 고정으로 야간에 근무를 하였거나(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3. 4. 20. 선고 2022가단221405 판결), △육체적으로 업무강도가 높았던 경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2. 선고 2022나11684, 2022나11691(병합) 판결), 근로자의 업무상 만성적인 과로 상태를 방치한 사용자에게 두텁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3년 9월 7일 발표한 '생활물류센터 종사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 및 의견표명'에서 물류센터 야간근무자 보호를 위한 규율과 적절한 제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자의 몸을 연료로 하는 로켓 배송, 이제 끝내야

그럼에도 쿠팡은 그동안 ▲고정 야간노동이 심혈관 질환에 대한 유해인자인지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거나, 주야 간 교대 근무와 달리 고정 야간근무가 덜 위험하다거나, ▲근로복지공단 지침의 업무 부담 가중요인인 '교대제'에 고정 야간노동이 제외되어야 한다거나,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해왔다.

그로 인해,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근로자의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에서 그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일뿐만 아니라, 고정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입증하는 데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유가족의 경제적, 정신적인 고통은 너무나 컸다. 나아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사법 자원의 낭비는 너무나도 막대했다. 언제까지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고, 유가족은 이렇게 힘겹게 투쟁을 반복해야 하는가. 고정 야간노동을 '금지'하는 입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최소한 적어도 '제한'이라도 해야 한다. 고정 야간노동의 강도를 줄이는 근원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몸이 로켓의 연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장덕준, 정슬기, 김명규 님의 명복을 다시 한번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2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정병민 님은 변호사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회원입니다.
#쿠팡 #로켓배송 #야간노동 #과로사 #심야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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