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12일 가스 누출 사고로 사망한 현대제철 노동자의 유족이 사고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정부와 경영계는 사전 예방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참여형 자율규제'가 혁신적인 개선방안인 것처럼 홍보되고 있다. 노사가 협력하여 개별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규범을 만들고, 위험성 평가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겉으로 보면 바람직한 접근법이지만, 노동자의 참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되느냐가 자율규제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노동자의 참여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경우, 자율규제는 기업과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회피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더 나아가 기업이 져야 할 의무와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노동자 참여 자체를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 참여형 자율규제의 실제 운영 방식이 어떠한지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현대제철에서 운영하는 노동자 참여형 자율적 안전관리규범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규범이 자율과 참여의 외형을 띠고 있으나, 실제로는 노동자를 개별화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됨으로써 '탈역량화(disempowerment)'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향하는 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라.
노동자의 참여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특히, 위험성이 높은 작업을 수행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이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전신문고'와 같은 개별적 위험 소통 창구뿐만 아니라,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집단적인 참여와 공동결정 구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의 참여와 안전규범 준수를 징계와 연결하지 마라.
노동자의 참여와 안전규범 준수를 징계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 현재 일부 사업장에서는 SCR 등의 규범을 위반하면 노동자에게 징벌적 조치를 가하는데, 이는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축시키고 산업재해 은폐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자율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노동자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상벌제에 기반한 자율규제 방식 자체에 대하여 재고하라.
상벌제를 기반으로 한 노동자 참여형 자율규제는 실효성이 낮으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징벌적 접근 방식뿐만 아니라 보상제도 역시 문제다. 보상금을 받기 위해 산업재해가 은폐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제도는 노동자들이 위험에 대한 집단적 감수성을 키우거나,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존의 상벌제는 노동자의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가정이다.
자율규제가 타율규제를 대체할 수 없다.
자율규제는 타율규제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자율규제를 활용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국가 기관의 감독과 제재를 포함한 강제적 규제(타율규제)와 노동자 참여형 자율규제가 상호보완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기업이 명확한 법적 책임을 지는 가운데, 공적 제재와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가 조화를 이루는 규제 체계가 마련될 때 비로소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노동자가 참여하는 자율규제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는 노동자가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권한과 역량이 확보되어야 자율규제가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을 제도의 설계와 운영에 있어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자율규제가 기업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개선과 감시에 힘써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다 철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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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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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참여 자율규제가 기업의 책임 회피 수단이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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