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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부정선거 음모론'이 먹히는 이유

[아이들은 나의 스승] "너 좌파지?"라는 질문에 손사래 치는 아이들

등록 2025.02.19 10:08수정 2025.02.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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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알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앞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대생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참석했다.
17알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앞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대생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참석했다. 권우성

"너 좌파지?"

요즘 고등학생들 사이에 주고받는 흔한 질문 중의 하나다. 굳이 '예, 아니오'라는 대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평범하지 않은 생각과 유별난 행동을 내보이는 친구들에게 붙이는 딱지, 곧 낙인이다. 요즘 같은 시국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 자연스럽게 좌파로 규정된다.

반대말은 당연히 우파다. 아이들의 인식 속에 가운데는 없다. 혹 누군가 중도파라고 말한다면, 대번 비겁하다고 여기거나 아예 무슨 의미인지 되묻게 될 것이다. 아이들 대부분은 좌우의 정확한 개념을 잘 모른다. 그저 진보와 보수라는 용어의 다른 표현인 것쯤으로 여긴다.

문제는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좌파와 연동되는 이미지가 획일적이고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북한, 공산당, 노동조합, 빨갱이, 데모, 폭력, 난민, 가난, 전체주의, 그리고 중국. 그들이 좌파 하면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단어들이다. 전혀 관련이 없거나, 상반된 개념의 단어가 태반이다.

일단 전체주의를 좌파의 범주에 넣는 건 바로잡아야겠다. 좌파를 공산주의와 동일시하면서, 역사적으로 공산주의가 맞서 싸운 전체주의를 좌파에 포함하는 건 적이 황당하다. 윤 대통령이 비장한 어투로 강조하던 '공산 전체주의'라는 신조어가 적어도 아이들에겐 먹혔던 셈이다.

전체주의는 파시즘과 나치즘, 일제 군국주의 등을 통칭하는 용어다. 과거 스페인 내전 당시 파시스트 프랑코 권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 자원한 이들 대다수가 공산주의자였다.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 나치당도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집권했다.

일제 식민 통치의 가장 큰 장애물 역시 공산주의자들이었다. 공산주의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제정한 게 이현령비현령의 치안유지법이었다. 이를 통해 숱한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이 체포되어 치도곤당해야 했다. 치안유지법은 해방 후 이승만 정권에 의해 국가보안법으로 거듭났다.


'친중파'로 몰리는 게 싫다는 아이들

"아니, 나 좌파 아니야!"


대개 질문을 받는 순간 황급히 손사래를 친다. 좌파로 낙인찍혀서 좋을 게 없다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걸 우려한다. 윤 대통령의 입버릇처럼 자칫 '종북'과 '반국가 세력'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친중파'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 요즘 아이들에게 '친중파'는 '욕설'이다. 언론에서는 고상하게 '친중파'라고 쓰지만, 아이들 사이에선 예나 지금이나 '짱O'다. 아이들은 중국이 '더럽고, 무례하고, 시끄럽고, 오만한 안하무인의 나라'라고 여긴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나오는 구호들 중에, 적어도 아이들의 귀를 가장 솔깃하게 한 건 'CHINA OUT'이었다. 손팻말을 치켜들며 "중국 꺼져"라고 목청껏 외치는 아이들을 여럿 만났다. 중국에 대한 혐오가 10대 아이들의 '프로토콜'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도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낮았지만, 혐오까지는 아니었다. 지금은 아예 세계인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지구상에서 당장 사라져야 할 나라로 지목하는 아이들까지 있다. 예외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했던 일본은 물론, 허구한 날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보다도 싫다고 한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노골적인 폄훼도 도를 넘어섰다. 예전에는 제품의 라벨에 'Made in China'라고 적혀있으면 '품질이 낮은 값싼 물건' 정도로 여겼는데, 요즘엔 '중국 공산당에 통치 자금을 대주는 행위'라며 비아냥거린다. 우스갯소리일지언정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다.

중국산 스마트폰을 쓰는 아이가 교실에 단 한 명이 없다는 것도 놀랍다. '가성비'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세대임에도 중국산만큼은 예외다. 한 아이는 중국산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게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라도 나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진다며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미국 등과 어깨를 겨룰 만한 수준에 올라섰다. 전기 자동차의 경우엔 중국산이 전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딥시크'가 공개되면서, 전 세계 빅테크 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차별 관세 폭탄'을 터뜨리는 것도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이 더는 낙후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는 선언이자, 'G2'의 한 축이라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 중국을 '깔보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아이들은 이런 현실마저 왜곡된 시선으로 본다. 중국의 선보이는 첨단기술은 모두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몰래 훔쳐 간 것이라고 단정한다. 세계에서 산업 스파이가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이라는 거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업체에서 빼간 원천기술도 여러 건이라고 말한다.

 17알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앞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대생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참석했다.
17알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앞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대생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참석했다. 권우성

그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건, 침소봉대로 일관한 언론 보도와 역시나 싶은 극우 유튜브다. 거기에 '심증'까지 덧붙여졌다. 개인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공산주의 계획경제 체제에서 첨단기술이 발달할 수 없다는 그럴듯한 해석이 뒤따른다. 중국은 영원히 미국을 이길 수 없다는 거다.

"산업 스파이의 천국인 중국에서 우리나라 선관위 서버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조작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이겠죠. 명확한 근거는 없어도 합리적 의심은 할 수 있다고 봐요."

중국이 끼어들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음모론도 합리적 의심이라는 외피를 입게 된다. 섣부르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지금껏 투표를 해본 적도 없고, 개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하는데도 부정 선거의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믿는 거다.

투표용지에 찍힌 직인의 문제도 아니고, '형상 기억 종이'의 문제도 아니다. 적어도 아이들에겐 중국이 '블랙홀'로 작용한다. 중국에 대한 혐오가 모든 걸 설명하고 증명한다. 중국은 국경을 넘나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그런 나라다. 물론, '천사'가 아닌 '악당'으로서.

아이들이 그토록 중국을 혐오하게 된 역사적 연원이 궁금해진다. 물어도 누구 하나 명쾌히 답하는 이가 없다. 아이들의 답변도 중구난방이다. "그냥 싫다"는 대답이 가장 많다. 학생이 없어 중국어 과목이 폐강되고 멀쩡히 다니던 중국어 학원까지 그만둘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다.

"너 좌파지?"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파블로프의 개처럼 아니라고 펄쩍 뛴 것도 결국 '친중파'라는 낙인이 두려워서라고 고백했다. 좌파라는 말에 당장 중국부터 떠올리는 주위 친구들의 편견과 조롱이 견디기 힘들다는 거다.

사족. 반면에 우파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된다. 애국심, 정통성, 자본주의, 합리성, 미국 등. 그렇기에 "너 우파지?"라는 질문은 없다. 스스로 우파라고 여겨서다. 좌파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와 맹목적인 혐오 속에 우파는 과연 행복할까.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데 말이다.
#부정선거음모론 #좌파 #공산전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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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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