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품은 이야기 듣고 싶다면 여기로 가세요

등록 2025.02.19 14:51수정 2025.04.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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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까지만 해도 바람이 거세더니 아침 햇살이 포근하다.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식전 아침부터 여행 준비로 설레발 치다 한 소리 들었지만, 오늘 따라 잔소리마저 옥 구슬 굴러가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 덕에 바람이 된 것처럼 여행을 출발한다.

시원스럽게 뚫린 군산 새 만금 방조제 도로를 따라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로 향한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신시도를 지나 예정된 장자도에 도착하니 항구엔 썰물로 배들이 부둣가에 평화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장자도에서 대장봉으로 가는 길거리 호떡집 앞에도 한산하다. 선유도, 장자도, 무녀도 등 무인도로 이루어진 고군산군도를 한 눈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대장봉(142m)으로 향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대장봉으로 가는 가파른 길을 한숨에 오른다. 한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오롯이 새의 눈으로 고군산군도 섬을 보련다.

 풍경
풍경 김병모

선유도를 비롯한 장자도, 무녀도 외 섬들이 군락을 이루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은빛 바다 물결이 출렁이는 윤슬도 부드럽게 반짝거린다. 섬들 사이로 곡선 물결을 그리며 휙 지나가는 배가 아름다워 보이고 선유도 해수욕장이 반달 모양이다.

해납백천(海納百川), 바다는 수많은 강물을 모두 받아들인다)이라 하던가. 산들바람에 출렁이는 저 바다 물결 속에 우리 삶의 고단함도 묻어 있으리. 이 순간 만큼은 너그러워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무엇보다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선유도(仙遊島)가 풍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선유도 이름답게 신선이 노닐 만도 하다. 무녀도(巫女島) 역시 조용하고 한적한 힐링의 공간으로 유명하다. 썰물 시 육지가 되는 작은 쥐똥섬이 이채롭다. 쥐똥섬은 물때에 따라 바닷길이 열리기도 하여 '모세의 길'이라고 한다.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와 47여 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의 군락으로 수려하고 천혜(天惠)의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특히 고군산군도의 말도, 명도, 방축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해외 관광객을 위한 한국의 명품 K–관광 섬이기도 하다. 고군산군도는 새만금 방조제 완성으로 배로만 다닐 수 있었던 섬들을 자동차로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고군산군도 섬마다 바다가 품은 옛 이야기들로 정감을 더해 준다. 일례로 대장도(大長島)에는 연인들이 사랑을 이루게 해 달라는 할머니(할매) 바위 전설이 있다. 지아비 글공부 뒷바라지를 한 여인이 천신만고 끝에 과거 급제하고 돌아온 남편을 위해 밥상을 차려 나오는데 지아비 뒤에 따라오는 역졸을 소첩으로 오인하고 만다. 서운한 마음에 돌아 앉은 아내는 그만 돌로 변해 버린다.


더욱 안타깝게도, 그 선비마저 돌로 변했다고 한다. 지금도 할머니 바위를 바라보며 사랑을 약속하면 이루어지고, 배반하면 돌로 변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선유도 끝자락에 우뚝 솟은 망주봉 역시 유배된 선비가 그 바위산에 올라서 한양을 향해 임금을 그리워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식전 아침부터 출발하여 고군산군도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배꼽시계가 울어 대는 걸 보니 점심 때가 되었나 보다. 마침 고군산도 근처에 근무하는 옛 친구와 점심 식사 약속을 해 놓은 상태다. 사실 고군산군도 여행을 핑계 삼아 옛 친구를 만나는 길이기도 했다.

공자는 논어 두 번째 구절에서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하니 불역낙호(不亦樂乎)아라."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 친구 역시 그러하리라.

고군산군도 여행길에 오랜만에 옛 친구도 만날 수 있으니 기쁨이 두 배가 된 듯하다. 친구를 만나 군산 앞바다가 품은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군산 #고군산군도 #선유도 #대장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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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오마이뉴스, 대전일보 등 언론사나 계간 문학지에 여론 광장, 특별 기고, 기고로 교육과 역사 문화, 여행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따뜻한 시선과 심오한 사고와 과감한 실천이 저의 사회생활 신조입니다. 더불어 전환의 시대에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즐기면서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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