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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독 위험 있는 곳에 관광교량? 300억 혈세가 아깝다

[주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해야 할 일은 시민의 안전 챙기는 것

등록 2025.02.21 09:59수정 2025.02.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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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3일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유역민 콧속에서 녹조 독이 검출된 사태를 밝히는 기자회견
지난 2월 3일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열린 낙동강유역민 콧속에서 녹조 독이 검출된 사태를 밝히는 기자회견 정수근

지난 2월 3일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유역민들의 콧속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 소식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관심을 받았다(관련 기사 : "사람 콧속 녹조 독소 검출 첫 확인... 이건 '녹조 사회재난'").

강정고령보 녹조 독에 깜짝... 콧속에서도 검출

그간 녹조 독이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날린다는 연구분석 결과가 있었고, 그것이 인체로까지 흡입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었지만 그 결과가 실제로 나온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그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지난 2024년 여름 낙동강 강정고령보에 갇힌 낙동강물 원수에서 나온 녹조 독소 수치다. 지난해 8월 강정고령보 1㎞ 상류의 낙동강물 원수에서 측정된 녹조 독소의 수치는 무려 1만5000ppb에 다다른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지난해 8월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가 녹조로 완전히 뒤덮였다.
지난해 8월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가 녹조로 완전히 뒤덮였다. 정수근

이것은 지난 2021년 낙동강네트워크에서 낙동강 원수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틴 농도를 측정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미국 물놀이 금지 기준인 8ppb의 1875배에 달한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이라도 지켜주듯, 그해 8월 강정고령보 인근 아파트에 사는 일부 주민의 콧속에서도 낙동강 녹조 독소가 검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아파트는 낙동강으로부터 2㎞ 반경 안에 있다.

그런데 그 아파트보다 낙동강에서 더 가까운 위치에 대구시는 관광교량을 짓고 있다. 바로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곳으로 강정고령보와는 직선거리로 1㎞가 채 떨어지지 않은 위치다. 이곳에 예정대로 화려한 관광교량이 놓여서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게 된다면 시민들이 녹조 독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게 필자를 포함한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다.


이곳에 관광교량 짓겠다고?

해당 관광교량을 어떤 형식으로 이용할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미리 배포한 조감도를 보면 화려한 조명에 분수를 쏘고 그 아래 금호강에서 뱃놀이를 하는 등의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모든 활동들은 여름과 가을에 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해 더욱 우려스럽다.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는 시기가 겹칠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 사업에 시비 150억 원과 국비 150억 원을 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혈세 300억 원을 들이는 사업이지만, 지역민과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녹조 독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

또한 이곳은 달성습지라는 세계적인 습지의 초입이다. 현재 큰기러기와 큰고니와 같은 천연기념물 조류를 비롯해 수천 마리의 겨울철새들이 찾아와 있고, 다양한 텃새와 야생동물들 또한 살고 있는 그야말로 야생의 영역이다. 이런 곳에 관광교량을 짓고 이 일대를 관광지로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가 세계적 습지 초입에 이런 화려한 관광교랑을 짓겟다 하고 있다.
대구시가 세계적 습지 초입에 이런 화려한 관광교랑을 짓겟다 하고 있다. 정수근

 금호강 공대위 활동가들이 공사를 막은 채 농성을 벌이면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금호강 공대위 활동가들이 공사를 막은 채 농성을 벌이면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정수근

이에 20여 개 환경사회단체와 정당 등이 모여 결성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아래 금호강 공대위)는 지난 7일부터 교량 공사현장에서 기자회견과 농성을 벌이면서 "이 공사가 달성습지의 생태계를 망쳐 놓을 것이기 때문에 절대 불가하고 정말로 공사를 하겠다면 조금 더 금호강 쪽 상류로 이동해서 건설하라"고 제안했다(관련 기사 : 야생의 땅 달성습지를 파괴하지 않고도 관광교량 건설할 수 있다).

대구시는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달성습지를 망치는 교량 공사 즉각 중단하라로 현수막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들
달성습지를 망치는 교량 공사 즉각 중단하라로 현수막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들 정수근

문제와 위험이 뻔히 보이는데도 공사를 강행해 달성습지의 생태계가 교란되고, 주민들이 녹조 독으로 오염된 공기를 마시게 된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훗날 이곳이 시민들이 찾지 않는 유령교량이 된다면, 혈세 낭비는 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대구시는 금호강 공대위가 주장하는 대로 하루빨리 공사를 멈추고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1989년 세계습지목록에도 오른 바 있는 달성습지를 제대로 지키는 일이고, 이곳을 찾는 시민의 안전 또한 지키는 일이다.

홍준표 시장은 낙동강을 흐르게 해야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낙동강에서 녹조 독이 날리지 않도록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는 것이고, 그러려면 낙동강에서 녹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강정고령보의 수문을 활짝 열기만 하면 된다.

 흐르는 강물은 이렇게 맑고 깨끗하다. 녹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하는 이유다.
흐르는 강물은 이렇게 맑고 깨끗하다. 녹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하루빨리 열어야 하는 이유다. 정수근

그리하여 낙동강을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게만 해두면 녹조는 저절로 사라진다. 일찍 보의 수문을 열었던 금강에서 이미 증명된 사안이다. 그러니 홍준표 대구시장은 진실로 영남의 젖줄, 낙동강을 살리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대구시민과 영남의 안전이 달린 일이자, 영남인을 사랑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홍준표 시장의 각성과 결단을 촉구해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5년 이상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낙동강 #녹조독 #금호강르네상스 #대구시 #홍준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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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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