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주 한국마사회 지부 과천지회장이 지난 11월 28일 공공운수노조가 주최한 '청소노동자 하루 수다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토요일, 일요일은 경기가 있는 날이라 일일 노동자가 외부에서 투입되는데 그중 한 분이 쓰레기통 비닐을 교차하는 작업 도중 지나가던 고객이 특정 부위를 만졌다고 항의를 했다. 그때 주변의 고객들이 몰려와서 나이 든 청소 노동자에게 비속어를 사용하여 비난하는 일이 있었다. 결국, 신고 때문에 경찰이 동원되었고 아무런 노동자 보호 조치나 후속 대책 없이 사건이 정리되었다.
불합리한 일을 겪어도 타 직종으로 이직이 힘든 고령의 노동자들이라 노동조합에 알리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쉽지 않다. 노동조합은 항상 사건이 종결되거나 이미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진행된 상태에서 전달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관리자에게 재발 방지 약속을 받거나 경고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 일상적으로 일터의 불합리함, 불편함을 나누고 같이 풀어가는 노동조합, 힘이 되는 노동조합이 되면 좋겠다. 노동조합 간부로서 늘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여성차별의 민낯 '고객 응대 매뉴얼'
이와 같은 사용자 측의 방관과 문제적인 태도는 결국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피해와 어려움으로 드러났고 결국 성차별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수원지사의 한 여성 노동자가 귀걸이가 길다는 이유로 떼라는 관리자의 강요를 받았다. 그전에는 머리가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묶으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피해 여성 노동자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고 수도권지회에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는 출근 준비시간까지 포함해서 하루 10시간 이상, 많게는 13시간 이상을 직장에서 보낸다. 30~40년을 이렇게 반복해서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임금을 받아왔다. 생각해 보니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데 멍청한 거래인 거 같다. 자본은 시간 도둑이구나 말하고 싶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일하는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의 나이와 성별, 외모와 용모는 통제 수단이 됐다. 빨간색 염색 안 된다, 단정하게 묶어라, 귀걸이는 한 개만 해라, 1cm 이하로 착용해라, 목걸이도 이렇게 하라. 대체 이런 규정을 누가, 왜 만드는 것인가. 노조와 협의 없이 자기들 맘대로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들에게 고객 응대라는 명목으로 강요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 노동자의 일할 권리, 건강할 권리,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이제 출근길은 노역 길이 되었다.

▲ 최근 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지부 과천지회는 관리자의 주관적인 인사평가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라고 요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한달가량 선전전을 진행한 결과, 사측에서 지회의 요구안을 받아들였다. 투쟁의 성과다.
공공운수노조
관리자는 회사 규정에 있는 내용이고, '고객 응대 매뉴얼'에 따라 행동해 달라고 한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이 매뉴얼은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이윤 추구를 위해 서비스의 개념을 노동자에 대한 외모로까지 확장하면서 유독 여성 노동자의 외모와 용모를 통제하고 있다. 노동자의 화장법, 머리 모양, 손톱, 복장, 액세서리류까지 세밀하게 규정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이런 외모 통제는 노동자의 자유와 존엄을 부정하며, 여성 노동자에게 '여자다움'을 강요하며 성차별 인식을 조장할 뿐이다.
노동조합이 문제 제기하니 그제야 한국마사회 시설관리 측에서는 부랴부랴 '고객 응대 매뉴얼'에서 외모와 용모 통제 부분을 빼고 수정안을 냈다. 하지만 우리는 강압적인 행동으로 여성 노동자에게 수치심을 안겨 준 회사의 사과, 관리자 문책,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노조는 동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정기적인 간담회를 열어 힘을 키우고 조합원 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투명하지 않은 근무평가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조합들과 함께하며 한 달째 집회를 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근무 평점에 대한 동료들의 요구안을 관철해 제도 개선을 사용자 측으로부터 받아 내야 하고 수도권 지사의 여성 인권 관련하여 회사의 공식 사과와 피해자 보호조치를 요구함으로써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다가오는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노동조합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지킬 수 있으며, 부당한 대우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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