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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청년 오마이뉴스, 100살까지 쭉 나아가길"

[현장] 2024 하반기 올해의 뉴스게릴라 시상식...김아영, 민병래, 이동철, 이현우, 이슬기, 이진민, 이재환, 오기출, 최은영, 송경동 수상

등록 2025.02.22 07:39수정 2025.02.2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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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하반기 올해의 뉴스게릴라 시상식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뒷줄 왼쪽), 박수원 뉴스본부장(뒷줄 오른쪽)과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하반기 올해의 뉴스게릴라 시상식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뒷줄 왼쪽), 박수원 뉴스본부장(뒷줄 오른쪽)과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우성

"12월 3일, 비상계엄 이야기를 듣고 불현듯 두려움이 생겨서 '아 집에 있으면 안 되겠다, 나가서 정세를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아들들에게 나갔다 오겠다 했더니, '아빠 오버하지 마세요, 아빠 잡을 사람 없어' 하더라.(웃음)"

21일 오후 5시, 오마이뉴스 서울 서교동 사옥. '2024 하반기 올해의 뉴스게릴라 시상식'에서 두 번째로 소감 발표에 나선 민병래 기자의 재치 넘치는 이야기에 장내에 웃음이 번졌다. 이날 수상의 기쁨을 누린 10명의 시민기자들은 지난해 12월 3일 밤 자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 떠올리며 당혹감과 분노, 공포감 등 당시의 감정을 전했다.

<오마이뉴스> 창간 25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시상식에서 인사말에 나선 오연호 대표기자 또한 '그날'의 긴박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오 대표는 "계엄날 오마이TV 중계를 위해 스튜디오에 갔는데, 방에 들어서는 순간 '문을 잠가라'라고 했다"라면서 "그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 시민기자들이 좋은 기사를 쓰는 걸 보면서, 우리가 함께 하고 있고 우리가 해온 게 소중하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 과정을 보면서 윤석열 혼자의 문제가 아니네,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 강고하게 있으니 우리가 역할을 계속해야겠구나 느꼈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오마이뉴스>에서 1년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시민기자들에게 주는 상으로 김아영, 민병래, 이동철, 이현우, 이슬기, 이진민, 이재환, 오기출, 최은영 기자가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송경동 기자가 특별상을 수상했다(관련기사 : "인생 바꿔준 시민기자 7년 , 이제 작가로 살아갑니다" https://omn.kr/2c8zo).

"탄핵은 어찌 보면 시작... 앞으로 나아가는데 같이 힘 냈으면"

이날 거의 모든 수상 소감에서 '내란', '계엄의 밤', '그날'이란 단어가 소환됐다. 전 국민을 혼란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은 '그날의 기억'은 시민기자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 있었다.

걸음걸음 옮기며 민초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사수만보' 민병래 기자는 "우리가 탄핵을 앞두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시작인 것 같다. 표면에 보이는 그 사람들만 제거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런 괴물이 나온 배경, 뿌리까지 정면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우리가 같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부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 곳곳을 누비며 지역 소식을 전하는 것은 물론, 늘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기사를 전해주는 이재환 기자는 수상 소감을 밝히러 나온 자리에서 첫 마디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기자는 "충청도에서 내란범이 많이 나와서 충격을 받았다"면서 "(충청도는) 유관순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한 곳인데, 내란범들이 줄줄이 나와 스트레스 받는다"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민기자로 글을 쓰면서 "연대의 힘을 느낀다"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소외된 미디어 속 여성캐릭터들을 한 발짝 더 들어가 살펴보는 것은 물론, 시대착오적 방송에 대한 비평 등으로 눈길을 끈 이진민 기자는 2023년 하반기에도 상을 받았는데 "내가 받을 자격이 있나 했다"면서 "내란 때 기사를 쓰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계엄령 내린 걸 보고 '너 기사 쓸 거니'라고 하시더라. 근데 상 받은 값은 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학교 내에서 유일하게 제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언론에서 내란 관련 입장을 냈다"라고 설명했다.


넘치는 뉴스 속에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특별한 칼럼을 써 내려가는 '뉴스 비틀기' 이슬기 기자도 "계엄의 밤, 부모님이 연락해서 '정권 비판 많이 쓰는 사람은 매체에서 잘린다'라고 하길래 '오마이뉴스는 날 자르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면서 "지금까지 쓰고 있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정권 비판을 걱정하는 부모님, 편집자들, 독자에게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니어 글쓰기 수업을 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담은 '내 인생 풀면 책 한권'과 아이와의 일상을 녹인 '반갑다 사춘기'를 연재하는 최은영 기자는 "나는 정치뉴스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근데 계엄 후에 너무 화가 나는데 마음이 정화가 안 되더라. 그래서 정치 기사 쓰는 걸로 해소했다"면서 "시민기자 한 지 1년인데 상을 왜 주나 했는데, 아마에 정치 관심 없는 아줌마가 계속 관심 갖고 살라며 준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니, 이게 혁명 아닌가 했다"

 2024하반기 올해의 뉴스게릴라 시상식 수상자들. ?최은영, 민병래, 이동철, 김아영, 이현우. 이진민, 이재환, 송경동, 이슬기, 오기출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24하반기 올해의 뉴스게릴라 시상식 수상자들. ?최은영, 민병래, 이동철, 김아영, 이현우. 이진민, 이재환, 송경동, 이슬기, 오기출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권우성

이날 시상식에선 2월 22일이면 스물다섯 살 청년이 되는 '오마이뉴스'에 대한 애정 가득한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오기출의 기후리터러시'를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는 오기출 기자는 "2002년 설에 몽골에 눈이 30cm나 왔다. 당시 천만 가축이 굶어 죽어서 묻어야 했는데 돈이 없어 해외 모금을 요청했다. 그런데 외국 언론에 안 나오니 돈이 안 들어오더라. 그때 언론의 중요함을 알았다"라며 "오마이뉴스가 글 쓸 기회를 줬고, 기후 관련 기사는 많아야 천 명 보는데, 오마이뉴스는 다르더라. 이건 기적"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상 줘서 감사하다. 25살 청년 오마이뉴스가 100살까지 쭉 나아가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지난 한 해 '2024, 지금 김남주',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2024기후정의 현장르포' 등을 기획해 오마이뉴스 지면을 다채롭게 만들어준 송경동 기자는 "구로에서 노동자가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 아닌가 하면서 노력했는데, 잘 안 되었다"면서, 25년 전 '모든 시민은 기자다'란 모토로 출발한 오마이뉴스 창간 소식을 듣고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니, 이게 혁명 아닌가 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매순간 노동자와 함께 하는 그는 "투쟁하는 노동 현장에선 기사 한 줄이 목숨과도 같다"면서 "기자님 한 분, 다큐 감독 한 분, 사진가 한 분 현장에 와주는 게 투쟁 노동자들에겐 위로가 된다. 힘없는 사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11년째 노동상담을 해오며 '노동OK'를 연재하고 있는 이동철 기자는 "억울하고 용기 있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한 노동자들이 있어 (이런 내용을) 독자에게 전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까진 제도의 모순이나 노동시장 문제를 비판했는데, 앞으론 환경을 비판하는 그런 실험을 '노동OK'에 쓰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계산적으로 살기 싫은 계산원'을 통해 편의점부터 놀이공원, 동네 마트에서 일하며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김아영 기자는 "상패 속 '당신의 기사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간다'란 말에 동의할 수 없지만, '제 기사가 세상을 만들어 간다' 정도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계산원이란 사적 개념을 공적 영역에서 나눌 수 있게 해준 오마이뉴스에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비주류의 어퍼컷''프로 참견러의 도시 리뷰'를 연재하는 이현우 기자는 "나는 글을 쓰는 게 어려운 사람인데, 글 쓰는 게 좋아서 계속 쓰는 중이다"라며 "글을 계속 써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느리더라도 성실하게 꾸준히 쓰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라면서 첫 번째 독자인 아내에게 수상의 기쁨을 돌렸다.

시상식 자리에 함께한 박수원 뉴스본부장은 "여러분의 참여로 한국사회 민주주의가 더 확장될 수 있으면 좋겠고, 앞으로의 25년도 <오마이뉴스>가 그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올해의뉴스게릴라 #2024년하반기 #수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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