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듣기
  • "완주에 머물며 '여기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탈서울] 나만의 삶을 만들어 가는 청년 어야&기대 이야기

    등록 2025.03.08 19:37수정 2025.03.08 19:37
    0
    원고료로 응원
    '서울공화국'은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등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와 인구를 풍자한 말이다. 나는 약 5년간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살았다.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동경하며 강릉에 집도 구했었지만, 결국 서울공화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회귀했다.

    딜레마를 겪으며 '탈서울' 한 전국의 청년들을 찾아가 인터뷰와 사진 촬영 작업을 시작했다. 그들과 왜 서울을 떠났는지, 지방에 살면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 수익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삶의 가치를 어느 쪽에 두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기자말]

    삶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는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일은 더욱더 어려운 도전이다.

    여기, 스스로의 선택으로 서울을 떠나 전북 완주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두 사람이 있다. 공간을 매개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송효웅(아래 어야) 커뮤니티 디자이너, 그리고 기록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김유진(아래 기대) 기록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완주에서 자신만의 삶을 디자인해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지난 3월 6일 들어보았다.


    커뮤니티 디자이너 '어야' 이야기

     다음스테이에서 어야
    ▲ 다음스테이에서 어야 이보슬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완주에 온 지 3년 차예요. 서울과 경기권에서 자랐고, 대학에서는 건축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서울에서 약 10년간 일했습니다."

    - 커뮤니티 디자이너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아파트 설계를 했어요. 하지만 법과 수익 중심의 구조 속에서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보람을 느끼기 어려웠죠.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어 일본 유학을 준비하던 중, '커뮤니티 디자인'을 알게 됐어요. 이는 공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까지 디자인하는 개념이었고, 우리나라에도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학을 가는 대신 공공 디자인 회사로 이직해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을 세우며 커뮤니티 디자이너로서의 기반을 다졌죠."


    - 완주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계획만 세우지 말고 현장 중심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회사를 한 번 더 옮기고 도시재생 관련 컨설팅과 사회주택 기획·운영 업무를 했죠. 하지만 단기 프로젝트 위주의 일이 반복되면서 한계를 느꼈어요. 지역에서 직접적으로 활동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길 원했어요.


    그러던 중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3개월간 완주를 체험할 수 있었어요.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묵고있던 숙소를 운영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원래는 다른 지역 체험도 고려했지만, 결국 2022년부터 숙소 '다음스테이'를 임대하면서 완주에 정착하게 됐죠."

    '다음스테이'를 통해 연결되는 사람들

     다음스테이에서 어야
    ▲ 다음스테이에서 어야 이보슬

    - 다음스테이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나요?

    "대표적으로 <완주에서 살아보기>를 운영했어요. 청년들에게 100만 원 규모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6주간 지역 탐색과 아이디어 실험 기회를 제공했죠. 프로그램을 통해 완주로 이주한 청년들이 생겼어요.

    또, <고봉밥 THE RED>라는 커플 캠프도 진행했어요. 요즘 나는 SOLO 같은 연애 프로그램이 인기잖아요? 2박 3일 동안 요리, 전통주 체험, 사주 궁합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두 커플이 탄생했어요. 운영진이 되고 싶다는 분들도 있었죠.

    그 외에도 중장년층 대상 <재도전 지원 프로젝트>, 명상, 전통주, 북바인딩을 체험하는 <고봉밥 캠프> 등을 운영했어요. 프로그램은 다음스테이 SNS에 공지하고, 일반 여행객 숙소 예약은 네이버 숙박예약 시스템을 통해 가능해요."

    -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한 분이 떠오르네요. 에티오피아 커피 투어리즘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였어요. 한국과 에티오피아를 오가며 커피 행사마다 대사관과 현지 관계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도 하고요.

    재작년에 <재도전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완주에 오셨고, 이 동네에 푹 빠지셔서 지역 청년들과 자연스럽게 협업하게 됐어요. 지역의 일러스트레이터 기대와 함께 에티오피아 커피 세리머니를 쉽게 풀어낸 그림 작업을 진행하고, 다른 나라 친구들이 놀러 오면 다음스테이로 함께 오셔서 한국의 시골을 느끼게 해주시기도 하셨어요.

    다음스테이에서는 자전거 대여가 가능한데요, 오실 때마다 항상 같은 자전거를 고를 정도로 익숙해지셨어요. 에티오피아와 이곳 완주가 닮은 부분이 달리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라고 하시며, 에티오피아에서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시기 위해 연습 중이라고 하셨어요. 이분을 보며, 도전과 연결을 쭉 이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다음스테이에서 대여 가능한 자전거
    ▲ 다음스테이에서 대여 가능한 자전거 이보슬

    일러스트레이터 기대 이야기

     기록가 기대
    ▲ 기록가 기대 이보슬

    - 서울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서울에 가기 전까지는 충남 아산에서 지냈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에 대한 로망으로 언니 집에서 생활을 시작했고, 5년간 서울에서 살았죠. 건축 회사에서 인턴을 하며 학교에서 배운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졸업 후엔 워킹 홀리데이를 계획했지만 코로나로 무산되면서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러다 문구점에서 노트를 보고 '나도 이런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이어리를 제작해 펀딩을 진행했어요. 비록 큰 성공은 아니었지만,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찾는 계기가 되었죠."

    - 완주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2022년, 대학 선배인 어야가 참여 중이었던 완주 체험 프로그램 <농촌에서 살아보기 1기>에 놀러 오라고 연락을 줬어요. 완주에서의 삶이 저와 어울릴 거 같다고 이야기하면서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해 보니, 느리게 살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완주의 삶이 마음에 들었어요.

    결국 주최 측에 요청해서 머무는 기간을 연장해 더 살았고, 이후 <농촌에서 살아보기 2기> 프로그램까지 참여하며 총 6개월을 지낼 수 있었어요. 완주의 일상을 경험하며 '여기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울에 올라가 한 달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뒤 완주로 내려왔어요."

    - 완주에서 주거와 경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처음엔 군 운영 셰어하우스에서 살았어요. 보증금 없이 월세가 5만 원으로 서울의 1/10 금액으로 살 수 있었어요. 지금은 삼봉 지역의 LH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어요. 수익은 디자인 작업, 리플릿 제작, 완주 내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외주 활동으로 얻어요. 북 바인딩 교육도 하고요. 이번 겨울엔 친구들과 주말마다 시장에서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어요. 서울에 있을 때는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기 쉽지 않았는데, 붕어빵을 팔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를 알았어요."

     기록가 기대
    ▲ 기록가 기대 이보슬
     기록가 기대의 기록물
    ▲ 기록가 기대의 기록물 이보슬

    기록을 통해 소통하다

    - 기록가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기록하나요?

    "주로 드로잉 일기와 레시피 드로잉, 여행 기록을 써요. 단순한 정보뿐만 아니라 생각, 감정, 가치관까지 그려내며 솔직하고 친근한 기록을 하죠. 디지털보단 아날로그 기록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최근엔 만년필이나 딥펜을 사용해 손으로 직접 기록하고 있어요. 잉크가 번지지 않는 종이를 구입해서 직접 바인딩 한 노트를 사용하기도 하죠.

    처음에는 불안을 해소하려고 기록을 시작했지만, 점차 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어요. 단순한 일지를 넘어, 제 기록이 누군가에게 가치관과 감정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되고, 더 나아가 영감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 큰 기쁨이 되었죠."

    -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다양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어요. 실패가 괜찮은 분위기. 도전과 실패가 편안하다면 모두가 같은 길을 걷지 않아도 되니, 다양성이 보장될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그것을 건강한 사회라고 여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실패를 키워드로 브랜드를 만들고, 기록을 매개체로 세상과 소통해나갈 생각이에요. 전시, 교육, 기록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면서요. '기대'라는 이름처럼, 기록의 대가가 된다면, 더 좋은 시너지가 나겠죠?"

     완주 청년들의 놀이터 '노랑집'에서 은도(좌), 기대(중), 어야(우)
    ▲ 완주 청년들의 놀이터 '노랑집'에서 은도(좌), 기대(중), 어야(우) 이보슬

    천천히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채워가는 기대와 어야. 그들을 보며 중요한 것은 어떤 삶을 선택했느냐보다, 그 선택을 어떻게 의미 있게 가꾸어 나가느냐임을 깨닫게 된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는 우리에게 작은 용기가 되길 바란다.
    #탈서울 #완주 #농촌에서살아보기 #전주 #이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신입 환경미화원 월급 580만 원...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면 신입 환경미화원 월급 580만 원...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면
    2. 2 '유해진 북한상'이 표현의 자유라면 1923년 '조센징상'은? '유해진 북한상'이 표현의 자유라면 1923년 '조센징상'은?
    3. 3 한국 아파트가 무너지기 쉬운 이유... 충격적인 국토부 문서 한국 아파트가 무너지기 쉬운 이유... 충격적인 국토부 문서
    4. 4 이 대통령님, '대국민 사기극'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대통령님, '대국민 사기극'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5. 5 금메달 들고 웃으며 "군대 안 간다"는 선수들 욕하기 전에 금메달 들고 웃으며 "군대 안 간다"는 선수들 욕하기 전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