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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에 이게 없을 줄이야... 당황스러웠습니다

장애인 복지관이 없다니... 이 많은 주민들 중에 장애인은 하나도 없는 것일까

등록 2025.02.27 16:54수정 2025.02.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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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장애(자폐 스펙트럼) 아들과의 일상에서 생기는 작은 이야기 조각들을 모아봅니다.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 사건들을 적습니다. 어쩌면 당신도 함께였을지 모를 이야기, 들어보실래요?[기자말]

 송도국제도시(송도신도시)에는 주민들을 위한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송도국제도시(송도신도시)에는 주민들을 위한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오선정

나는 출산 후 육아를 위해 신도시로 이사를 왔다. '맹모삼천지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를 위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을 찾아 이사 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이를 위해 이사까지 감행한 내가 애정하는 공간 중 하나는 바로 송도의 공원이다. 신도시답게 잘 정비된 공원들을 걷고 있노라면 육아 때문에 갑갑한 하루가 조금은 해방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매번 키즈 카페를 찾아가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도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탁 트인 개방감이 좋기도 했다. 널찍한 공간에서라면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도 아이들 속에서 즐겁게 뛰어 놀기도 한다. 대부분 공원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으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그렇게 오늘도 나는 공원 놀이터를 찾아서 아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띠링 하고 문자가 왔다. 이전에 예약한 도서의 도착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이날 내가 찾은 공원은 감사하게도 공원 안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작은 등산로, 구립 도서관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팔방미인 같은 곳이다. 나는 아들을 살살 달래 도서관에 함께 예약 도서를 받으러 갈 참이었다.

아들의 자폐 스펙트럼 때문에 소리를 지르거나 돌발 행동을 할까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1층 출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회원증을 대면 바로 예약 도서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인지라 1분 남짓 되는 짧은 시간에 별 일이 없을 것 같다는 나름의 계산도 있었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들을 불러서 바로 옆 건물의 구립 도서관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는 아들에겐 미안했지만, 공간에 대한 낯섬 때문에 오히려 아들은 위축이 되어 잔뜩 어깨를 움츠렸고, 혹시나 하는 우려와는 달리 조용히 책을 빌릴 수 있었다.


그러나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속담이 있듯이, 나는 아들을 데리고 도서관에서 예약 도서를 빌린 것에 더해, 조금 더 욕심을 내보고 싶었다. 책을 빌리고 돌아 나오던 내 눈에 아주 우연히, '어린이 자료실'이 들어온 것이었다.

거기엔 주말 오전인데도 제법 신발들이 있었고, 아들보다 어려 보이는데도 의젓하게 앉아서 책을 보는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나도 아들과 함께 어린이 열람실에 들어가고 싶었다. 연령대도 맞는데 아들과 함께 어린이 열람실을 들어가는 게 범죄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조심스레 어린이 열람실에 들어갔다. 우려와는 달리 아들은 열람실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문제 행동은 없었다.

 책을 빌리다가 '어린이 자료실'을 발견했다(자료사진).
책을 빌리다가 '어린이 자료실'을 발견했다(자료사진). ante_kante on Unsplash

그렇게 두 근 반 세 근 반 하는 마음으로 아들 손을 잡고 슬그머니 책을 한 권 꺼냈다. '잘 적응하면 아들과 여기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책 '놀이터' 같은 편안한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아들은 이내 소리를 내고, 바닥을 쿵쿵거리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책을 빼보기도 하고, 숨바꼭질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책장 사이사이에 숨기도 했다.

'아... 아직은 무리구나' 싶은 마음에 황급히 아들 손을 낚아챘다. "이제 그만 나가자" 하고 강제로 아들의 등을 떠밀었다.

아들은 그 짧은 시간에 어린이 열람실이 마음에 들었는지 완강하게 거부를 하며 소리를 냈다. 하지만 일단 더 이상 머무르는 건 다른 이들에게 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또 우리 모자 스스로 '내쫓기'를 택했다.

그렇다고 오늘의 내 신세가 처량하거나 스스로가 가엾지는 않았다. 발달 장애를 떠나서, 아이가 아직 도서관을 즐기기엔 어린 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시간이 흘러 초등학생이라도 된다면? 그때는 조금 섭섭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도서관보다는 '장애인 복지관' 같은 곳에 발달 장애 아동을 위한 어린이 책 놀이터를 함께 만들면 조금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인구 20만 넘는 광활한 신도시에, 장애인 복지관이 없다니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장애인 복지관'을 검색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검색 결과는 '없음'이었다. 이상했다. 총인구 20만 명이 넘는 광활한 신도시에, 장애인 복지 시설이 하나도 없을 줄이야. 믿기가 어려웠다.

보다 정확히 설명을 하자면 다른 곳 시립 장애인복지관이 공사를 위해 잠시 송도로 '임시이전'을 한 적은 있다. 고로 현재는 없는 셈이다. 궁금한 마음에 행정복지센터 복지 담당자에게 문의를 해보니, 송도에는 장애인 복지관이 없는 게 맞다고 한다.

공원, 놀이터, 육아지원센터, 소방서, 경찰서, 학교 같은 공공시설들은 어느 아파트 근처든 꽤나 알차게 있었지만 장애인 복지관은 우리 동네에선 찾을 수 없었다.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많은 아파트 주민 중에 장애인은 하나도 없는 것일까? 그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국가적인 계획으로 만들어진 간척된 땅에, 장애인을 위한 땅을 한 평도 없는 걸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하는 곳은, 비단 거주시설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도 함께 쓸 수 있는 시설이 아닐까. (자료사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하는 곳은, 비단 거주시설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도 함께 쓸 수 있는 시설이 아닐까. (자료사진) lechh on Unsplash

신도시에 가장 먼저 생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아마 순위를 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가치관들은 때론 우열을 가릴 순 없으니까. 하지만 신도시에 학교가 없다면, 아니 소방서가 없다면? 경찰서가 없다면?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빨리 지어달라고 민원이 빗발칠 것이다.

그렇다면 신도시를 지을 때 면적 당 '장애 관련 복지 시설'에 대한 필수적 설계를 법으로 보장하는 건 어떨까? 국가가 나서서 장애인들을 먼저 챙겨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장애인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인정하는지에 따라서 말이다. 적어도 내가 바라는 사회는 모두의 다름을 인정하고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사회다. 새삼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과연 우리 사회는 모두의 천부 인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다양한 부동산 정책들로 신도시들이 개발되고 있다. 아파트들도 매번 계속해 지어진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신도시지만, 그러나 알고 보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간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내게는 조금, 아니 많이 서글프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하는 곳은, 비단 아파트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도 함께 쓸 수 있는 시설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등 개인SNS에도 실립니다.
#발달장애 #장애인복지시설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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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며 책 읽고 글 쓰는 엄마입니다. 발달 장애 아들과의 일상에서 생기는 작은 이야기 조각들을 모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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