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리부엉이 부부와 두 유조가 지켜보는 가운데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됐다.
정수근
이날 미사에는 팔현습지에서 새로 태어난 새 생명을 찬양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팔현습지의 터줏대감으로 여겨지는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 사이에 태어난 소중한 생명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하고 축복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특히 이곳에서 환경부의 보도교 공사가 곧 착공을 앞두고 있어 새 생명의 탄생은 그 자체로도 신비롭고도 감사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새 생명 탄생은 이곳이 명실상부한 수리부엉이 부부의 서식처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로서는 수리부엉이 부부의 서식처를 보전할 수밖에 없게 된 것. 탐방로 등 공사가 일으킬 교란행위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미사 주례를 맡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임성호 신부는 "팔현습지의 지킴이라고 할 수 있는 수리부엉이 부부가 드디어, 득남을 했는지 득녀를 했는지 정확히 분간은 안 되지만 두 마리가 태어났다"라고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 가장처음 알렸다. 임 신부는 두 유조의 이름을 '금이' '호'라고 지었다.
"이 수리부엉이는 부모자식 간에 정이 굉장히 돈독한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 알을 오래 품고 또 기르는 기간이 오래되면 부모자식 간에 정이 그만큼 더 많이 쌓이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까 이 부모자식 그간의 정이 아마 이곳 팔현습지의 수리부엉이 부부가 우리에게 추운 겨울날 알을 낳고 또 품고 또 저 친구들은 또 껍질을 깨고 나옴으로 해가지고 큰 선물을 우리에게 오늘 준 것 같다."

▲ 팔현습지에 온 새 생명 탄생의 의미를 전하는 미사 강론을 하고 있는 임성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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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 신부는 금호강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뭇생명들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강론했다. 그는 "금호강은 그 흐름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흐르는 의지와 굽이굽이 흐르는 모습으로 지혜롭게 비켜 가고 곡과 골을 만들며 생명을 키워내며 바다로 흘러가야 한다"라면서 "흐름을 축하하며 이 소중한 생명평화미사를 봉원하자"라고 말했다.
팔현습지 새 생명 탄생의 의의
그는 팔현습지에서의 새 생명 탄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수리부엉이 암컷 '현이'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그 사라짐은 사라짐이 아니라 수리부엉이 부부가 새로운 식구를 낳고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두 마리의 새끼 부엉이가 첫 생명의 울음소리를 이곳 팔현습지에서 호흡하기 시작했다. 또 울기 시작했다.
다리는 더욱 튼튼해지고 머리는 더욱더 명석해질 것이다. 이곳에서 살아갈 지혜와 힘과 용기를 부모 부엉이로부터 배울 것이고, 이곳 팔현습지는 그들과 더불어 또다시 생명의 긴 여정을 살아갈 것이다."

▲ 수리부엉이 유조가 둥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를 어미인 '현이'가 우뚝 서 있다.
정수근
임 신부는 "우리는 간절하게 매와 수리부엉이의 눈으로 이곳에 대한 사람들의 계획과 욕망을 지켜봐야 한다"라며 "우리의 편리함만을 위한 수단을 건설하기 위해 교량을 만들려고 하는 마음이 이곳에서 인간의 욕구보다도 이곳 생명들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생각하는 선의의 사람들로 변화되기를 기도드렸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기도하지 않고, 이곳에서 이들을 보지 않고, 만나지 않는 무관심으로 이곳을 대한다면 이 아름다운 서식처는 사라질 것"이라며 "서식처를 보존하고 돌보고 지키는 것은 자연을 통해 드러나는 모든 영감들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임성호 신부가 영성체를 위해 하늘에 축원을 하고 있다.
정수근
"수리부엉이이야, 고맙다, 수고했다"
임 신부는 마지막으로 팔현습지의 새 생명 탄생의 의미를 재차 강조하면서 강론을 모두 마쳤다.
"사람들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삶의 시작은 자연에 대한 무관심에서 비롯되고, 그 무관심으로 우리는 사람들의 욕망만을 채우게 될 것이다. 이곳 팔현습지에 이제 새로 태어난 금이와 호야는 우리를 지켜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이다. 그들과 더불어 오늘 새로운 이야기와 만남이 시작될 것이다.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팔현 수리부엉이에게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 임성호 신부가 미사 강론을 마무리하면서 영성체를 위해서 축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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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체를 하고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눈 뒤 미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공지사항에 따르면, 3월엔 고령 독수리식당에서의 미사와 현재 대구시에서 강행되고 있는 '삽질'의 현장인 달성습지 공사 현장에서의 미사, 구미 지산샛강 미사 그리고 안심습지 미사까지 릴레이 생명평화미사 소식이 전해졌다.
이렇게 이날은 팔현습지에 다시 찾아온 새 생명의 탄생을 기뻐하고 찬양하는 소리가 온 팔현습지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것은 긴 여운으로 남아 한참을 맴돌았다. 새 생명들과 함께한 참 아름다운 날이었다.

▲ 아빠 수리부엉이 '팔이'는 둥지를 한참 벗어난 곳에서 홀로 잠을 청하고 있다. 팔이는 육아에 전념하는 현이를 위해서 열심히 먹이사냥에 나서야 한다.
정수근

▲ 팔현습지를 찾은 큰기러기 무리들과 텃새 백로들 모습... 평화로운 팔현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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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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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부부, 새끼 두 마리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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