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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부활한 강, 금강을 그냥 냅둬유"

[환경새뜸] 23일, 세종보 '투쟁 문화제' 열려... 시민 50여 명 모여 각오 다져

등록 2025.02.24 13:59수정 2025.02.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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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 김병기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에서 문성호 공동대표가 기원문을 읽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에서 문성호 공동대표가 기원문을 읽고 있다 김병기

"유세차 2025년 2월 23일 천지신명께 그리고 금강에 살고 있는 모든 신령님께 고합니다.(중략) 이곳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 뒤 달이 열 번 차오르고, 네 번째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농성 300일, 우리는 이곳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것과 자라는 것, 떠나는 것과 돌아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고, 숨 쉬고 있습니다. 강은 살아있습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의 문성호 공동대표는 덤덤한 어조로 기원문을 읽어내려갔다. 지난 23일 오후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300일 투쟁문화제'에서였다. 체감온도 영하 7~8도, 겨울 강바람은 만장이 찢어질 듯 세차게 불었다. 창원, 인천, 세종, 대전 등에서 온 50여 명의 참가자들은 담요를 덮고 옷깃을 여미면서 문화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보철거시민행동이 이곳에 천막을 친 건 지난해 4월 29일이었다. 다음날인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농성에 돌입한 건 환경부가 세종보를 재가동한다고 알려진 날이 바로 다음 날인 5월 1일이었기 때문이다. 보철거시민행동은 세종보가 재가동된다면 곧바로 수몰될 수 있는 상류 500m 지점의 한두리대교 교각 아래에 천막을 쳤고, 지난 23일은 300일째 되던 날이었다.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 김병기

“윤석열 탄핵하고 4대강 흐르게”...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 ⓒ 김병기


이날 문화제 사회를 맡은 이경호 보철거시민행동 집행위원(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행사를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작년 4월 29일, 이곳에 농성장 폈을 때에 여기에서 막 울어대던 새가 있었습니다.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입니다. 그 새가 지금 다시 번식을 시작합니다. 밤에 잠을 자고 있으면 막 울어댑니다.

우리가 여기에서 300일 동안 농성을 하지 않았다면 이곳에 없을 새입니다. 요즘 새 밥도 주는데요, 큰기러기나 청둥오리들도 와서 밥을 먹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우리가 여기에 들어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 때 이정임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창부 타령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 때 이정임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창부 타령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김병기

이날 첫 순서는 '세종보철거를원하는시민대책위'의 합창이었다. 강형석, 최소영 씨 등 매주 금요일 저녁에 농성장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밤에 불침번을 서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종보 농성장의 애창곡이 된 '흘러라 강물아' 노래를 불러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격려와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농성장에서 기도회를 진행했던 원불교평화행동 공동대표 추도엽 교무는 '강물아 흘러흘러'라는 제목의 동요를 불렀고, 농성장에서 거리 예배를 올렸던 대전빈들교회 허연 목사는 "물떼새와 예배를 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빨리 (윤석열이)탄핵이 되고 사회대개혁도 이뤄져서 금강과 함께 4대강에도 물이 흐르는 그날을 함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낭송도 진행됐다. 대전작가회의 소속 김채운 시인은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물수제비 뜨는 소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잔잔한 물결에 내린 윤슬의 고운 선율과 지저귀는 흰목물떼새의 청량한 노랫소리, 경쾌하게 내달리는 고라니의 발자국 소리, 청량한 바람 그리고 강바람의 숨결 속에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는 흐느끼는 강물의 속울음과 고요한 절규를 우리는 외면할 수 없다"면서 이명박 정권이 4대강사업을 밀어붙일 때 분노에 찬 감성으로 써서 첫 시집에 올렸던 '강물아 흘러 흘러라'를 읊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정임 공동대표는 "얼마 남지 않은 1주년은 투쟁 대회가 아니라 우리들의 세종보 싸움이 승리해서 모두들 축하하는 자축의 자리가 됐으면 한다"면서 마이크를 내려놓고 어깨춤을 추며 창부 타령을 불렀다.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에서 쌓은 돌탑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에서 쌓은 돌탑 김병기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 때 참가자들이 돌에 새긴 글씨들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 때 참가자들이 돌에 새긴 글씨들 김병기

이어 보철거시민행동 임도훈 상황실장이 쓴 기도문을 문성호 공동대표가 낭독했다.

"강의 회복을 원하는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치열한 싸움으로 2017년 세종보의 수문을 열었고, 금강은 힘차게 흐르게 되었습니다. 모래밭과 자갈밭에는 물떼새가 알을 낳고, 수달은 강기슭을 오가며 물장난을 합니다. 도시화된 세종에서 고라니와 너구리는 오직 이 금강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은 철새들은 이곳의 상하류를 밤낮으로 오가면서 쉼을 얻고 힘을 모아 고향으로 떠날 채비를 합니다. 4대강 중 유일하게 흐르고 있는 이곳, 금강은 살아나고 있습니다. 금강은 죽음에서 다시 부활하였습니다."

이들은 "죽음에서 부활한 금강에 인간의 욕심을 채우겠다고 다시 물길을 막겠다는 환경부와 세종시에 맞서 우리는 이곳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면서 "우리는 이곳에 생명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 강이 살아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금강을 향해 1배를 올린 참가자들은 세종보 농성장 앞에서 납작한 자갈을 주워서 직접 글을 쓰고 형형색색의 그림을 그려 넣은 뒤 돌탑을 쌓았다.

"생명, 그 두근거림" "강이 그냥 흐르게 냅둬유~" "강은 생명이다" "강물아 흘러라" "굽이쳐라 금강아"

이날 문화제의 마지막 순서로 나선 가수 '하늘소년'은 '삐딱하게'와 '땅따먹기' 노래를 불러 흥을 돋웠다. 행사를 마친 이들은 떡과 어묵 등을 나눠먹으며 격려의 말을 주고받았다.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를 마친 뒤 어묵과 떡을 먹는 참가자들
지난 23일 오후 열린 ‘세종보 천막농성 300일 투쟁문화제’를 마친 뒤 어묵과 떡을 먹는 참가자들 김병기

한편, 보철거시민행동은 지난 20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 및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는 천막농성 3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 기사 : "윤석열 '물정책 독재' 막은 300일... 끝까지 금강 지킨다" https://omn.kr/2caq5
#세종보 #4대강사업 #금강 #4대강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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