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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현 의원님, 차별금지법은 '먹사니즘' 문제입니다

[주장] 차별금지법이야말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법... 주 의원은 누구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고 있는가

등록 2025.02.25 10:26수정 2025.02.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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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현 의원이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주철현 의원이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주철현 페이스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님, 안녕하세요. 저는 울산에 사는 청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의원님께서 지난 22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신 글과 관련하여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공개적으로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차별금지법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셨습니다. 이 문장에는 차별금지법은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는 전제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법이 맞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먹사니즘'의 문제입니다.

차별금지법은 고용과 노동의 영역에서 가장 필요한 법률입니다. 다시 말해 먹고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법률이라는 뜻입니다. 일자리를 구할 때부터 일자리를 구해서 일을 할 때, 일자리를 그만둘 때까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보편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고용과 노동의 영역에서 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거나 소속 회사가 다르다면 임금을 적게 주며 힘들고 위험한 일을 시켜도 되는 나라, 성소수자라고 면접에서 떨어져도 권리 구제를 기대하기 힘든 나라, 숙소로 비닐하우스를 제공하고 월세를 받아도 불법이 아닌 나라, 장애인이 출근길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 탑승을 시도하는 것이 민폐인 나라, 업종에 따라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도 보호받을 수도 없는 나라... 대한민국의 인권 현주소입니다.

그래서 저는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먹고 사는 문제라는 말입니까. 서울에 10억이 넘는 아파트를 가진 사람의 상속세를 깎아주는 것이 먹고 사는 문제입니까. 특정 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을 위해 근로시간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특례를 만드는 것이 먹고 사는 문제입니까. 저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사회적 논란이나 혼란을 초래한다는 말씀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는 이미 차별금지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개별적 차별금지법일 뿐입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은 일상에 깊이 뿌리를 내린 차별금지법입니다. 성별을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상의 영역에서 차별을 당했을 때 권리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변화를 실현하였을 뿐 사회적 논란이나 혼란을 초래하지는 않았습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통해 고속버스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인정되었을 뿐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을 통해 일터에서 성차별과 성희롱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이 최소한의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되었을 뿐이고요. 이것이 잘못되었습니까. 무엇이 논란이나 혼란에 해당한다는 말입니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다루기 어려운 복합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또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영역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의원님은 개신교의 대표자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표자입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024년 9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024년 9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유성호

그리고 외람되지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의원님에게는 평등과 반차별을 요구하는 목소리보다 지역구에서 지지와 후원을 약속하는 집단의 목소리가 더 크고 분명하게 들리는 것 아닐까요.

타협과 사회적 합의에는 애시당초 관심이 없고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건 아닐까요.

같은 당 동료 의원들을 향해 '차별금지법 발의를 추진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대놓고 눈치를 주는 것은 아닐까요.

노무현 대통령이 지키지 못한 약속, 참여정부가 남긴 과제를 계승하여 실현하는 일은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여기시는 것 아닐까요.

의원님이 쓰신 글을 실펴보면 '교계', '목사', '교인'과 같은 단어는 등장을 합니다. 그런데 '시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운동'과 같은 단어는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누구에게 쓰여진 글인지, 누구를 위해 쓰여진 글인지가 명확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님께서는 개신교의 대표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대표자이십니다. 그 사실을 잊으신 듯 하여 다시 짚어드립니다. 의정활동을 하심에 있어 꼭 명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알기로 의원님께서는 법률가이십니다. 1980년대 사법시험 합격 이후 검사와 변호사로 수십 년을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차별금지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실 줄로 믿습니다. 법률가가 아닌 청년이 보기에도 이해가 되는 내용이니 말입니다.

법률가로서의 양심이 정치인으로서의 안위보다 앞장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원님의 말씀과 행보는 하나도 빠짐 없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부디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추신
이재명 대표께도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윤석열 없는 나라'는 다름이 아닌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문제에서 다른 과정, 다른 결론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입니다.
#차별금지법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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