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평화공원 2024년 4월 3일(제주항쟁 75주년), 제주평화공원,
김민수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 4.3항쟁에 대해 사과를 하고 제주4,3항쟁의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하는가 싶었다. 제주 4.3 평화공원도 설립되고, 그간 숨겨졌던 제주 4.3항쟁의 진실이 밝혀졌지만, 보수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제주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좌파, 빨갱이 프레임을 씌워 제주4.3항쟁을 모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후 극우보수주의자들에 의해 더욱더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2025년 백주대낮에 민주성지 광주에서 탄핵반대를 외치는 것도 모자라, 광주민주화 운동을 전면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왜곡을 일삼는 이들에 대한 법적제제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일이다. 이런 행태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과거 극우보수들이 저질렀던 모든 추악한 행위들을 정당화할 것이다. 비상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 온 국민을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놓고도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개몽(개꿈)을 꾸는 일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훼손하는 이들에게 이 나라의 법은 너무 관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현기영의 중단편 전집 1에 해당하는 '순이 삼촌'에는 우리네 아픈 역사들이 속속들이 녹아있다. '소드방놀이'에서는 권력을 쥔 자들은 아무 제제를 받지 않으면서 자기의 불법을 피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도령마루의 까마귀'에서는 서북청년단의 잔혹함과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더 잔혹하게 제주인을 학살하는 데 동참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 '해룡이야기'에서는 해룡에게 잡아먹히는 사람들이, 해룡에 대한 적개심을 갖고 그와 싸우기보다는 자기 탓으로 돌려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과 닮아 있는 제주 학살에 관한 아릿한 이야기들이 있다.
문학 평론가 신승엽은 현기영의 문학세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그가 그려내는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토속적 세계가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에서 제주도 민중이 겪어야 했던 역사로서의 제주도이며, 그래서 제주도의 현실에만 머물지 않고 바로 우리 민족 전체의, 나아가 전인류가 당면해온 보편적인 문제로도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현기영 작가의 글은 현대사의 비극인 '4.3항쟁'을 넘어 2025년 '탄핵정국'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떤 역사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의 글들을 통해서 극우보수화된 이들이 만들어내는 혐오의 말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도 가늠하게 된다. '그땐 그럴 수도 있었어'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그럴 수 있어'인 것이다. 이런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시대지만, 다시 한 번 그의 말을 되새겨 본다.
"어떠한 비극,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인생은 아름답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순이삼촌
현기영 지음,
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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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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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극과 절망 속에서도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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