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봉의 자필진술서 중 방공포대 관련
변상철
신상봉씨가 탐지했다는 시설 중 김포에 위치한 미사일 부대와 양구를 다녀오며 탐지했다는 터널 등이 있다. 이중 김포시 고촌면에 위치한 육군 포대의 경우 고 신상봉 씨가 1979년 10월, 장릉공원 묘지에 성묘를 다녀오며 탐지했다는 것이다. 수사기록과 판결문에 의하면 "1979년 10월 추석 성묘 당시 부대가 새로 생겨 탐지"했다고 되어 있다. 위 부대가 몇 년도부터 주둔했는지 문의하자, 육군본부는 위 부대의 주둔이 1977년부터였음을 확인해 주었다. 그런데 신상봉이 성묘를 다녀온 것은 1978년과 1979년 두 차례였다. 따라서 1978년, 1979년 두차례에 걸쳐 위 부대를 보았을 텐데도 판결문에는 "신상봉이 1978년 1월 성묘를 다녀올 때는 부대가 없었고"라고 되어 있다. 1977년 창설된 위 부대를 1978년, 1979년 두 차례 모두 탐지 가능했는데도 1979년도에 새로이 창설되어 부대를 탐지했다는 수사기록, 판결문 내용은 모두 사실과 다른 것이다.
또한 1982년 신상봉씨가 양구를 방문하면서 양구터널을 탐지했다는 범죄 사실도 등장한다. 판결문에 의하면, 양구대교에서 약 4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길이 50미터, 폭 7미터의 양구터널을 탐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치안본부는 이 탐지 내용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직접 피의자 신상봉과 함께 이 양구터널을 찾았다. 그리고 양구터널의 사진과 양구터널에 대한 설명을 '현장조사서'에 첨부해 수사기록에 남겨두었다. 그리고 이 실황조사는 검찰, 법원에서 증거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최근 본 기자가 정보공개를 통해 국토교통부 원주지방국토관리청 산하 홍천국토관리사무소를 통해 양구터널의 완공시기, 제원에 대해 문의하였다. 홍천국토관리사무소는 답변을 통해 양구터널은 1974년 완공되었으며, 양구터널의 총 길이는 237미터, 폭은 8.6미터, 상하행차로수 각 1개씩의 터널로 양구대교에서 양구읍 사이의 양구터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한 네이버 길찾기 기능으로 양구대교에서 양구터널의 거리를 살펴본 결과 9.4km 거리에 있었다. 소위 말해 국가 기밀을 탐지해 보고했다는 탐지 내용이 그 어느 하나 맞는 게 없었다. 더욱이 이를 현장 검증했던 당시 치안본부 수사관들도 엉터리로 현장 검증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수사기관의 어처구니없는 수사결과는 단순한 실수일까? 과거 신상봉씨의 주장을 통해 당시 수사기관이 어떻게 수사했는지 살펴보면, 그 의문이 조금 해소된다.
신상봉씨는 항소이유서(1986. 2. 12. 작성)에서 연행과 관련해 "조사당국에 피고 수첩에 매일 일기로 기재한 전년도와 85년 4월 23일 오전 10시경 연행 시일까지 메모한 것을 보고 돌려준다하고 주소록까지 반환 못 받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이 연행된 일시가 '85년 4월 23일 오전 10시'임을 기재하고 있다. 당시 신상봉씨의 구속영장이 발부, 집행된 것이 '1985년 5월 28일'인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이상 영장 없이 불법으로 구금되어 조사받은 것이 확인된다.

▲ 신상봉 항소이유서 중 일부. 수사관으로부터 손찌검 등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변상철
불법 구금 기간에도 고 신상봉 씨는 "피고가 일본 내 체류 중 생활하던 아파트 약도와 19일간 제대로 수면을 못하게 하고 식사가 모래라도 한 줌 털어 넣은 것처럼 죽은 게 낫지 그 고통이야말로"라며 잠을 재우지 않으며 수사했고 "사실대로 기재하면 그게 아니다 하면서 이루 말 못할 악설을 하고 손찌검 하는 것은 여사"였다며 고문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검사(당시 고영주 검사)의 조사시에는 "검사님께도 기로대로 하라고 하여야 관대하게 하여주지 그러지 아니하면 나이드신 분이 욕먹고 사형할 터이니 그리 알고 우리(수사관) 말 믿고 시행하라기에 피고도 믿고 검사님에게 송치시 말씀하였고"라며 경찰의 협박과 기망에 속아 검찰에서도 허위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불법감금, 폭행, 협박, 기망 등의 수사 과정이 있었고, 이러한 무리한 불법 수사로 허위 사실을 조작하는데 필요한 진술과 증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위의 방공포대나 터널 등의 탐지 사실이 실제와 다른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제라도 경찰과 검찰, 법원은 과거의 수사와 재판이 잘못된 수사와 그 근거를 통해 기소 판결된 것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사법적으로 구제하는 데 주저없이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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