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강의 지천 방촌천에서 어른 팔뚝 만한 황금빛 잉어가 입만 껌뻑이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정수근
2일 오전 다급한 제보가 들려왔다. 어른 팔뚝만 한 잉어가 여럿 죽어 있고, 많은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있으니 빨리 살펴봐달라는 다급한 제보였다.
곧바로 제보 현장으로 달려갔다. 대구 금호강의 지류인 방촌천에서 잉어가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50㎝가 넘는 황금빛 대형 잉어가 곧 숨이 멎을 것처럼 천천히 입만 껌뻑거리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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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잉어 금호강 지천에서 어른 팔뚝 만한 잉어가 입만 껌뻑이는 채 죽어가고 있다 ⓒ 정수근
방촌천 물고기 떼죽음 ... 진정한 금호강 르네상스는 이런 곳을 살리는 데서부터
잉어나 붕어는 웬만한 오염에도 잘 죽지 않는 물고기들이다. 그런데도 주변에 10여 마리의 잉어와 붕어가 죽어있었다. 배스도 한 마리 죽은 채 허연 배를 뒤집어 보이고 있었다. 잉어 한 마리는 수달이 뜯어 먹어 대가리만 남았다. 먹이사슬을 통해 수달의 2차 오염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저교 상하류 30여 미터만 둘러본 결과다. 길지 않은 방촌천 전 구간을 다 둘러본다면 무수히 많은 물고기들이 죽어있는 현장을 목격했을 지도 모른다.
물고기 떼죽음 현장. 이곳의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수질은 탁해 보였고 덩달아 부영양화도 심각해 보였다. 악취도 올라온다. 심지어 이 겨울철에 녹조도 보인다. 이 정도면 최악의 상황이다. 도심하천에서 이런 정도로 심각한 오염은 잘 보이가 어려운데 이것이 대구 금호강 유역의 현실이다.
폐사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봐야겠지만 부영양화에 따른 용존산소 부족으로 보인다. 숨이 막혀 서서히 죽어가는 것.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곳 방촌천의 물고기들이 지금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요일이라 관할 구청인 동구청에선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 한 눈에 봐도 부영양화가 심각하다. 아직도 이런 도심하천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정수근

▲ 강은 썩었는데 산책길과 징검다리도 놓아뒀다. 이런 곳을 누가 다닌단 말인가? 전시행정의 대명사로 보인다.
정수근
대구시는 금호강의 지천이 이렇게 썩어가고 그 안의 뭇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이런 데 예산을 투입해 금호강을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8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금호강 르네상스란 '삽질'을 강행하고 있다.
최근엔 천혜의 자연습지 달성습지에서마저 '삽질'을 강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른바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이 본격화했다는 소식이다. (관련 기사 -
환상적 일몰... 홍 시장님, 여기에 꼭 '삽질' 해야 하나요?)
"홍준표 시장의 대권 놀음으로 시작된 금호강 르네상스는 금호강을 두 번 죽이는 프로젝트로 강 생태계도 망치고, 국민 혈세마저 탕진하는 엉터리 사업이다. 따라서 지금 즉시 '삽질'을 중단하고 죽어가는 생명들부터 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기자로부터 현장 소식을 자세히 전해 듣고 대구환경운동연합 박호석 대표가 밝힌 바다. 그렇다. 최근 대구염색산단 내 염색공단천의 폐수 유출 사태와 마찬가지로 이곳 방촌천 물고기 떼죽음 사태는 금호강의 오염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금호강이 심각히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련 기사 -
며칠전엔 분홍, 오늘은 검정... 폐수 흘러나오는 대구 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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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어의 죽음 방촌천 황금빛 잉어 한 마리가 죽어가고 있다. 이 녀석의 죽음 원인을 밝혀라 ⓒ 정수근
홍준표 시장이 근본적으로 금호강을 르네상스하고 싶다면 이런 기본적인 조처부터 먼저 실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강의 지천이 죽어나면 그다음은 금호강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금호강 르네상스는 금호강을 살리고 그 안의 뭇 생명들을 살리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홍준표 시장은 금호강 '삽질'을 즉시 중단하고, 금호강과 그 지천에서 흘러드는 오염원부터 해결해서 진정한 금호강의 부흥운동 즉 '금호강 르네상스'를 펼쳐야 할 것"이란 박호석 대표의 주장이 너무나 합당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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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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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촌천 물고기 떼죽음... 이래도 '금호강 르네상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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