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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부산물 놔두고 빈 논에 쌀 뿌리는 사람들

서산에서 철새 먹이 나눔 활동하는 김신환 원장과 천수만을 지키는 사람들

등록 2025.03.02 19:19수정 2025.03.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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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금요일 오전 9시, 고기 부산물을 차에 가득 싣고 천수만으로 향하는 김신환 원장을 따라 현장을 취재했다. 그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여러 정육점을 방문하여 고기 부산물을 후원받아 독수리 먹이나눔을 한다.

김 원장은 "차가 주저앉을 것 같다"며 "오늘도 후원해 주신 분들 덕분에 먹이 나눔을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마치 부모가 자녀에게 정성껏 음식을 챙겨줄 때의 뿌듯함이 배어 있었다.


 독수리 먹이나눔, 싸우지 말고 먹으라고 자원봉사자들이 고기 부산물을 길게 뿌려주고 있다.
독수리 먹이나눔, 싸우지 말고 먹으라고 자원봉사자들이 고기 부산물을 길게 뿌려주고 있다. 김선영

김 원장에 따르면, 과거에는 병아리나 돼지 새끼가 죽으면 퇴비장에 버려졌고, 독수리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섭취하며 생태계 균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이 변화하면서 독수리들이 자연에서 먹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에 따라 철원, 고성, 주남, 우포, 파주 등 여러 지역에서도 철새 먹이 나눔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천수만에는 약 260마리의 독수리가 찾아왔다.

벼 한 알까지도 소중히… 질서 정연한 흑두루미의 먹이 나눔

 흑두루미 먹이나눔
흑두루미 먹이나눔 김선영

독수리 먹이 나눔을 마친 후, 김 원장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벼 2톤을 트럭에 싣고 논둑 양쪽에 골고루 뿌렸다.

"논에 뿌리면 새들이 밟아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논둑에 두 줄로 뿌려야 해요. 그러면 새들이 줄을 맞춰 질서 있게 먹을 수 있죠." 이어 "신발 속의 벼들도 다 털어 줘야지, 흑두루미가 알랑가 모르겄네"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철새들을 향한 아낌없는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먹이를 먹는 흑두루미
먹이를 먹는 흑두루미 김선영

벼를 뿌린 후 멀리서 지켜보니, 충분히 먹이를 먹은 새들이 먼저 날아오르고, 그 뒤를 이어 다른 새들이 차례로 먹이를 먹었다. 질서 정연하게 먹이를 먹고 다시 날아오르는 모습이 반복되었다.

천수만은 과거 1980년대 간척사업을 거쳐 1995년부터 벼농사가 시작되며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09년 농지가 일반 농지로 분양되면서, 벼 수확 후 철새들의 주요 먹이였던 낙곡(떨어진 곡식)이 사라졌고, 철새 개체 수가 급감했다.


 흑두루미 먹이나눔에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
흑두루미 먹이나눔에 함께 한 자원봉사자들 김선영

이에 김신환 원장을 비롯한 철새 보호 활동가들은 후원금을 모아 꾸준한 먹이 나눔을 진행했고, 그 결과 천수만을 찾는 철새들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흑두루미의 안식처, '무논(물 채운 논)' 조성 등 서산시의 노력

철새 먹이 나눔 활동에는 문화재청, 서산 버드랜드, 철새 보호 단체 등이 함께하고 있으며, 모든 과정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공개되어 후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된다.

흑두루미를 비롯한 많은 철새들은 안전한 잠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물 위에서 잠을 잔다. 김 원장은 "흑두루미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맹금류나 삵 같은 포식자들을 피해 얕은 물속에서 잠을 잡니다. 물속에 텀벙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도망갈 수 있어야 하죠"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서산시는 간월호 수로에서 물을 끌어와 논에 인위적으로 물을 채우는 '무논'을 조성해 철새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서산시는 논둑이 무너져 농가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 복구 작업에도 철저히 신경 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흑두루미를 비롯한 다양한 철새들이 천수만을 다시 찾고 있다.

40년을 이어온 철새 보호 활동

 김신환 원장은 후원해 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자루에 양과 날짜를 꾹꾹 눌러 쓰고 있다.
김신환 원장은 후원해 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자루에 양과 날짜를 꾹꾹 눌러 쓰고 있다. 김선영

김신환 원장이 철새 보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88년, 서산에서 동물병원을 개업한 직후였다. 그는 총에 맞아 날개가 부러진 새를 치료하면서 야생 조류 보호 활동에 발을 들였다. 이후 농약 중독으로 고통받는 새들을 치료하며 철새 보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그는 기름에 뒤덮인 새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신두리 해안가에 갔는데, 지옥 같았어요. 서울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원룸을 하나 얻어 치료를 시작했죠." 그의 노력 덕분에 수많은 새들이 생명을 되찾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한 김 원장은 이후에도 철새에 대한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감전 위험이 높은 철근 구조물 위에 둥지를 짓는 황새를 위해, 인공 둥지를 제작해 서산시에 기증하기도 했다.

그는 "후원받은 돈으로 네 개의 둥지를 만들어 기증했는데 첫 부화에 성공했어요. 야생 황새와 한국에서 번식한 황새가 짝을 이루며 둥지를 틀었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번식이 이어지길 바랍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신환 원장은 철새 보호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흑두루미가 하늘을 날며 '뚜루뚜루' 울면, 서산 어디에서든 하늘을 올려다보게 돼요. 그 소리를 들으면 정말 행복해집니다."

천수만의 철새 먹이 나눔 활동은 단순한 자원봉사를 넘어 문화재청, 환경단체, 서산시, 그리고 수많은 후원자들이 함께하는 체계적인 보호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40년 넘게 철새를 지켜온 그의 노력과 그를 믿고 함께 해 준 사람들과 단체가 있어 천수만은 다시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천수만 #서산시 #김신환 #철새 #독수리와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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