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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03.05 10:41수정 2025.03.05 13:13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학생들에게는 짧았을지 모를 방학이 끝나고 전국의 대학이 개강을 맞았다. 나는 오랜만에 등교하는 복학생 처지라, 사뭇 달라진 학교의 풍경을 눈에 넣기에 바빴다.
개강 첫날, 내가 처음으로 수강한 강의는 전공과목이었다(나는 현재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국어를 좋아했기에 결국 대학까지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했지만, 어쩌다 보니 학문적으로는 아직 데면데면한 사이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5개의 전공 강의를 수강하기로 했다. 개강 첫 날, 교수님은 간단하게 강좌 소개를 해주셨다. 그리고서는 나지막하게 숨을 쉰 뒤 반짝이는 국문학도들에게 속이 쓰린 현실을 이야기하셨다.
"지난주에 학과 평가 결과를 받았어요. 근데 우리 과가 또 꼴찌야!"
쓴웃음을 보인 교수님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취업률이요. 우리 학과 취업률이 작년에도 꼴찌였는데, 올해도 또 꼴찌예요."
그제야 나는 교수님이 말한 '꼴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좋았을까? 그 말을 듣고 나니 가슴이 철렁했다.
"거기 졸업하면 뭐 하는데?"
어쩌다 나의 전공을 소개하는 일이 생기면 십중팔구로 돌아오는 질문이다. 마치 표창처럼 재빠르게 날아와 내 약점을 공략한다. 이렇게 유쾌하지 못한 질문은 대강 얼버무려 회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작가, 출판업, 교사, 강사 등 누구나 알 법한 직업을 휘리릭 나열한 뒤 화제를 돌리곤 한다.
하지만 나의 이런 보이지 않는 노력에도 굳이 더 깊이 후벼파는 사람이 있다.
"거기 졸업해서 취업이 되긴 하나? 지금이라도 기술을 배워보지 그래."
나도 안다. 우리 학과가 취업률 꼴찌라는 사실을. 그런데 기술을 배운다고 해서 모두가 취업이 잘 되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 청년 고용률 그래프.
네이버
KOSIS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15세에서 29세 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 즉 청년 고용률은 44.8%이다. 50%도 되지 않는 짧고 얄팍한 그래프가,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나 역시도 이 그래프에 해당하는 청년이겠지. 아직 졸업도 하지 못한 최종 학력 '고졸'의 20대 청년은, 그 어디도 갈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대학교에 다니던 나의 친구들 몇몇은 벌써 취준생이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학번'으로 불렸던 우리들은, 학교와 친해지기도 전에 졸업을 준비해야 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전공을 수박 겉핥기로만 배운 채 어영부영 사회로 떠밀린 친구도 여럿이다.
반면 전문대학교는 일반대학교에 비해 취업률이 높기 때문에, 나름의 길을 찾아 전공 관련 분야로 취직하는 친구들도 많다. 국어 전공자는 '기술자'로 봐줄 수 없는 것일까? 아니, 각자의 전공을 갈고 닦아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가여운 청년들을 모두 기술자로 인정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괜히 투정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혼란스러운 정국에도 어차피 취업은 온전한 나의 몫이 될 것이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해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아파봐야 지푸라기라도 건지겠지. 다만 그 지푸라기가 누구에게는 동아줄이, 또 누구에게는 구명조끼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잡은 것이 지푸라기면 어떠한가? 손에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잡은 것만 해도 충분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푸라기를 태우든, 엮어 나가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더 힘을 내면 좋겠다. 의미 없는 싸움에 서로 발톱을 내세우지 말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하여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멋진 사회인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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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홍입니다. 42년생 외할머니와 유튜브 귀한 녀자 귀녀 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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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과 전공인데요, 취업률이 또 '꼴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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