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4 공항정 전통활쏘기(국궁)교실 교육 모습 (2024.12.14)
김경준
먼저 '국궁을 배우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수강생들 다수가 '전통적인 것,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동경'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해외에 나갔을 때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서 국궁을 시작했다는 이도 있었다.
국궁을 배우는 이유에서는 세대별로 약간 차이가 나기도 했다. 30대 남성 수강생 A씨는 "어릴 적 꿈이 활을 만드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역시 30대 남성 수강생인 B씨도 "어릴 적 사극을 보면서 활쏘기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고 했다.
이처럼 30대 수강생들은 로망의 실현을 위해 국궁을 시작한 반면, 40대 이상 수강생들은 대개 "노후에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건강을 위해서" 등 실용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활쏘기를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궁을 배워본 수강생들의 소감은 어떨까. 세대를 막론하고 '건강'과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활터에 나와서 활을 꾸준히 당기고 자세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근력이 강화되고, 또 과녁에 맞히기 위해 집중하는 과정에서 집중력과 평정심을 기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마음을 비우는 것에 도움도 되고 국궁을 하는 순간만큼은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며 활쏘기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60대 남성 수강생 C씨 역시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에 너무 좋은 취미"라고 극찬했다. 40대 남성 수강생 D씨는 "평생 친구가 생긴 것 같다"며 국궁을 친구에까지 비유했다.
B씨는 "내가 쏘아 보낸 화살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황홀하다"며 처음 과녁에 화살을 맞혔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화살이 145m 너머의 과녁에 도달해 마침내 맞았을 때 '텅'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튕기는 모습을 보면, 그 순간 스트레스가 씻은 듯이 날아갑니다. 아무리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꾸역꾸역 활터에 오르는 이유죠."

▲ 활을 쏘는 기자의 모습 (2024.11.23)
김경준
그렇다면 국궁을 연마하는 활터(국궁장)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실제로 그동안 사람들로 하여금 국궁 입문을 꺼리게 만든 여러 이유들 중의 하나가 활터를 둘러싼 각종 소문들, 편견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냥 편견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 과거 젊은 사람들이 활터에 가면 "한창 공부하고 일할 나이에 왜 여길 오느냐"며 문전박대당했다던 사람들의 썰을 종종 들었던 탓이다. 아마 그런 이야기들이 퍼지고 퍼져서 활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긴 건 아닐까. 나 역시도 그런 소문을 듣고 오랜 기간 활터 문 두드리기를 주저한 경험이 있다.
50대 여성 수강생 E씨는 활터에 대해 "특정인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인줄 알았다"라고 했다. A씨 역시 과거 활터에서 문전박대당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20세 때 큰맘 먹고 활터에 갔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경사가 험한 곳을 지나 어렵게 도착한 활터에서 그저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을 때 허탈했고, 국궁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수강생들 모두 막상 용기를 내어 활터에 오니 화기애애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그동안 품었던 두려움과 편견이 해소될 수 있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모든 활터가 마냥 젊은 세대에게 폐쇄적이고 엄격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적극적인 홍보', '지자체 지원' 필요

▲ 과녁과 화살
김경준
마지막으로 우리 국궁 문화에 대해 아쉬운 점 내지는 바라는 점을 묻자, 모두가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 본인이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특히 젊은 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젊은 세대가 활터의 문을 두드렸을 때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공항정의 경우 작년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개설한 이후로 국궁 수련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문의하는 이들 대부분이 2030 세대들이다. 이는 젊은 층에서도 분명 국궁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있었으나, 그동안 국궁에 대한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음을 유추케 한다.
최근 들어 서울 시내의 다른 활터들 역시 하나둘 SNS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만 젊은 층에게 우리 전통활쏘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게 아니라, 젊은 층의 방식으로 먼저 다가간다면, 우리 전통활쏘기가 보다 대중적인 취미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 눈 덮인 활터의 모습 (서울 공항정 / 2024.11.29)
김경준
마지막으로 수강생들은 휴게시설 및 사물함 부족 등 '활터 시설의 열악함'을 아쉬운 점으로 꼽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자체의 위탁으로 운영되는 활터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는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져 오고 있다(관련 기사:
양궁은 세계 최강인데... 국궁장은 왜 이 모양일까 https://omn.kr/27efl ). 모든 활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활터들이 개발 논리에 휘말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국궁 단체와 시설 등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한 '궁도진흥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 폐기된 바 있다. 22대 국회에서 같은 법안이 재발의 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더는 미뤄서는 안 될 문제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전통 유산을 홀대하다 보면, 그 누가 전통을 계승하려고 할까.
국궁을 널리 확산하기 위한 개별 활터들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겠으나, 정치권 역시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무형유산' 활쏘기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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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空港亭)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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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기다려 활쏘는 사람들, 다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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