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화해위원회가 펴낸 이원면 민간인희생사건 진실규명 결정서.
진실화해위원회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이원면 35명의 희생자들은 오는 4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2024년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장을 접수한 지 14개월 만에 첫 재판 일정이 잡힌 것. 첫 변론기일은 당초 3월 13일이었지만 법원 인사 등의 사유로 기일이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제33민사부에 배당된 이 사건은 희생자 유족인 조아무개씨 외 149명이 원고로, 피고는 '대한민국'이다.
이원면의 희생사건에 대해 "충청남도 경찰국의 지시와 지침을 하달 받아 서산경찰서와 태안경찰서가 각 지서에 상부의 명령을 전달하고, 각 지서에서는 치안대와 함께 부역혐의자를 분류한 후 집단살해했던 것"이라고 결론 지은 원고인 이원면 희생자들의 변호인 측은 "불법 처형에 따라 국가배상 책임이 발생한다"며 국가에 배상 책임을 청구했다.
변호인 측은 "민간인이 이적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적법절차의 원칙에 의하여 처벌해야 함은 법치국가의 원리상 당연한 이치"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 사건 희생자들은 사건 발생 당시 적법한 심사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총살되었다"면서 "법원에 의한 영장은 물론 재판도 없이 생명을 앗아간 것은 그 어느 법률에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적나라한 불법 그 자체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비록 전쟁 중이라 할지라도 국가기관의 경찰이 비무장‧비저항의 민간인을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살해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이러한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 신체의 자유, 영장주의 등 적법절차의 원칙,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법원의 사전 재판에 의하지 않는 판결의 언도 및 형의 집행을 금지하는 국제법인 제네바협약에도 위반된다는 행위라는 점도 명확히 한 변호인 측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에게 부역하였거나 부역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희생자들을 살상한 것은 당시의 실정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서 국가 소속 공무원들의 고의에 의한 직무상 불법행위인 바 국가는 국가배상법(제2조)에 따른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국가의 배상책임을 강조했다.
재판을 받아 형벌을 집행하도록 하는 실체적, 절차적 규정이 있었지만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민간인희생자들의 당시 좌익 활동혐의자 또는 좌익사상 소지 혐의자를 간첩죄나 이적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했던 법률로는 ▲(구)형법과 ▲국방경비법 ▲국가보안법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 등이 있다.
태안유족회 강희권 상임이사는 "재판서류를 지난해 2월에 접수했는데 1심 첫 재판일이 4월 24일로 잡혔다"면서 "재판 접수 이후 14개월 만의 재판으로, 재판을 통해 그동안 한을 담고 살아오신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여 "14개월 만에 이뤄지는 재판으로, 진실규명이 된 사건인만큼 곧바로 피해보상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는 있지만, 변론기일을 거쳐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받아야 하는 만큼 시일이 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재판을 신청한 이들은 희생자의 유족들로, 진실규명을 받은 것만으로 곧바로 피해보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겠지만 재판 절차를 거쳐 다시 국가의 책임이 규명되어져야 피해보상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일부 유족들의 기대와 오해를 해소시켰다.
태안군에서는 제2기 진화위가 출범한 이후 1차로 오는 4월 24일에 재판을 시작하는 2023년 8월 21일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이원면 사건 피해자 35명을 비롯해 지난해 8월 21일에는 2차로 충남국민보도연맹 및 군경에 의한 민간인희생사건으로 희생된 태안지역 23명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9월 6일에도 3차로 군경에 의한 민간인희생사건 원북·소원·근흥에서 23명이 진실규명을 받았고, 최근에 4차로 11명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는 등 태안에서는 제2기 진화위 출범 이후 현재까지 모두 92명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2일부터는 진실규명자에 대한 재판신청서류 접수를 시작으로 피해보상을 위한 본격 절차에 돌입했다.
억울한 죽음의 '진실규명' 신청한 유족들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유족들의 재판 절차 돌입과 더불어 한편으로 태안군과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는 진실규명을 위한 신청서도 접수해 지난해 173명의 유족들이 태안군청을 통해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태안군청이 아닌 다른 행정기관에서도 진실규명 신청이 가능해 태안유족들의 진실규명 신청은 173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족들을 위로하는 정석희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태안유족회 정석희 회장은 지난해 9월 19일 진화위에 탄원서를 보내 '진실규명'을 바라는 유족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김동이
이처럼 '진실규명'을 결정받은 유족들이 늘고 진실규명을 바라는 유족들의 신청이 이어지자 정석희 태안유족회장은 지난해 9월 19일 진화위에 탄원서를 보내 유족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탄원서에서 정 회장은 "같은 시기에 발생한 같은 사건인데도 누구는 인용되고 누구는 기각되기도 하고, 또 어느 법원은 전원 인용하는 판결도 있었다"면서 "아무리 법리적 적용 잣대가 다를지라도 같은 시기에 일어난 국가적 사건으로 동일하게 희생된 인권의 가장 큰 피해자들에게 인권보호의 최후 보루로 믿어왔던 법원의 기각은 큰 실망을 안겨준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며 제2기 진화위에 진실규명조사를 신청하게 된 사유를 설명했다.
"당시 법원의 기각은 대부분 생년월일, 성명, 출생지, 사망신고일, 사망장소 등의 불일치 사유가 많았다"고도 한 정 회장은 특히 사망일자와 사망장소가 명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끌려간 날짜와 사살된 기록이 정확치 않았으며, 당시 엄혹했던 비상시국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특정하기가 어려웠으리라 사료된다"면서 "당시 상황으로 보아 유족들도 선뜻 나서 제때 시체 수습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떳떳하게 장례를 치르는 일 조차 불가능했던 시절이었다"고 부연했다.
정 회장은 이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아버지를 잃은 자식들이 또 한번 비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같은 처지를 살았던 유족으로서, 집단소송을 앞장서서 독려했던 회장으로서 무척 마음이 무겁다"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회복하는데 진실화해위원회가 적극 앞장 서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는 영령들이 편안히 해원안식 할 수 있도록 위원장께서 부디 넓은 혜량으로 인용의 기회를 베풀어 주시기를 태안유족회장으로서 간곡히 탄원 올린다"고 읍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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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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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역자' 집단살해 희생자 35명, 국가 상대 첫 재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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