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지난 4일 부산 강서구 교회 본당에서 열린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 개교식에 참석해 "김구는 중국 국적"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공식 입장에 반하는 명백한 거짓이다.
세계로교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순신 장군마저 '의문의 1패'로 내몬 이승만 띄우기는 그의 업적만으로는 불가능한 과업이다. '건국의 아버지', '국부', '한미동맹의 설계자' 등 그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 추앙한다고 해도, 아이들 사이에서 '런승만'과 '탄핵 원조'라는 두 별칭만으로 그의 이름은 일순간 추레해진다. 이승만을 두둔하다가도 이 말만 나오면 꼬리를 내리고 만다.
그를 띄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시대의 위인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비유컨대, 태종무열왕과 문무왕의 삼국통일을 돋보이게 하려면 고구려의 보장왕과 백제의 의자왕은 범부만도 못한 비루한 인물로 규정되어야 한다. 후삼국 통일의 대업을 이룬 왕건은 '지렁이와 사통해 낳은' 견훤으로 인해 청사에 우뚝한 것이다.
이승만을 띄우기 위해 선택된 인물이 바로 김구다. 하지만, 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멸사봉공 헌신한 김구의 생애에서 '오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테다. 부패한 봉건왕조에 맞섰던 '대장 김창수' 시절의 불꽃 같은 삶부터 '삼팔선을 베고 죽을지언정 민족의 분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던 노년의 사자후까지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다.
그가 침체한 독립운동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조직한 한인애국단의 활동을 문제 삼기도 어렵다. 도쿄의 궁성 앞에서 일왕이 탄 마차에 폭탄을 투척한 이봉창 의사와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일본군 고위 장성들을 폭살시킨 윤봉길 의사의 의거 배후에 김구가 있었다. 차마 '야만적 테러'로 간주하는 일본의 입장에 동조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해방 후 김구가 신탁통치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는 점을 꼬집는 것도 뭣하다. 일각에서는 그가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의 결정 취지를 곡해해 저지른 패착이며, 결국 그의 성급한 판단이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을 불러온 직접적 계기라고 지적한다. 나름의 설득력을 갖춘 주장이지만 반탁 운동에 숟가락을 얹은 이승만이 비난할 내용은 아니다.
백방으로 노력해도 여의치 않자, 김구가 중국으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당시 중국 정부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을 걸고넘어진 걸로 보인다. 그는 3.1 운동 직후 중국으로 망명했고, 곧장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합류했다. 이승만이 대통령직에서 쫓겨나고 임시정부가 와해 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조직을 지켜낸 이가 김구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도 감동하지 못할망정 몽니 부릴 일은 아니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 직후 중국의 지도자 장제스는 '중국의 백만 대군도 해내지 못한 일을 조선 청년 한 사람이 해냈다'고 극찬하며 김구의 독립운동을 물심양면 도왔다. 우리 정부가 해방 후 장제스에게 건국훈장의 최고 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한 것도 그래서다.
'괴물'은 되지 말자
이승만을 띄우기 위해 김구를 깎아내리려는 모습도 안타깝지만, 어떻게든 김구를 중국과 엮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에선 측은하기까지 하다. 김구의 숭고한 삶을 중국에 대한 맹목적 혐오를 활용해 더럽히려는 패륜적 행태가 기막힐 따름이다. 노파심에 얹자면, 김구를 도왔던 장제스의 중국은 지금 대만의 뿌리인 국민당 정부로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 정부와는 아예 다르다.
진정 이승만을 이순신보다 더 위대한 인물로 띄우고 싶다면, 애꿎은 김구를 끌어들여 욕보이려 하지 말고 '이승만의 업적'으로만 승부를 걸어라. <건국 전쟁> 따위의 확증편향에 찌든 싸구려 영화 말고,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이승만의 공과'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편이 낫다. 장담컨대, 이승만 띄우기의 반대편 토론자들은 차고도 넘친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손현보 목사와 방송에 나와 끝장 토론을 벌여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비록 지방 고등학교의 일개 교사이지만, 그의 근거 없는 주장들을 얼마든지 논박할 자신이 있다. 역사 전공자로서, 그의 '혹세무민'으로부터 '세계로 우남 기독 아카데미'에 다니는 아이들을 건져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발동한다.
끝으로, 손현보 목사와 '세계로 우남 기독 아카데미'의 교사들에게 간청한다. 아무리 진실이 조롱당하고 거짓이 판치는 요지경 세상이라고 해도, 삼척동자도 아는 역사적 사실을 대놓고 부정해서야 되겠는가. 미래 세대 아이들 앞에서 버젓이 거짓말을 늘어놓는 건 그들의 영혼을 더럽히는 반기독교적 행위다. 우리 '사람'은 못 되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2
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공유하기
"김구가 진짜 중국인이냐" 묻는 아이들... 참담하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