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미등록' 위기 놓인 외국인 노동자들

이주인권단체, 외국인 고용허가제 구직기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주장

등록 2025.03.07 11:31수정 2025.03.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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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인권단체들은 지난 26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구직기간 제한 철폐를 촉구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지난 26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구직기간 제한 철폐를 촉구했다. 이주노조

방글라데시 국적의 노동자 M씨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한 이주노동자다. M씨는 기존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퇴직하고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후 법에서 정한 사업장변경 허가 기간 3개월 동안 고용노동부 고용센터로부터 총 19회의 알선을 받았지만 결국 취업을 하지 못했다. 고용센터에서 소개해 준 사업장은 이미 사람을 구했거나 더 이상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 고용센터에서 알선을 해주지만 실제 노동자를 구인하지 않는 업체가 많다고 볼 수 있다.

현행 '외국인근로자 고용등에 관한 법률(이하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3항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는 사업장변경 신청을 한 날로부터 3개월이 내에 '근무처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동법은 '외국인 근로자는 출국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법에 따른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이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된 상황에서 어렵게 사업장 변경 절차를 밝아 구직 노력을 하더라도 현행 3개월 이란 구직기간은 너무 짧다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이주노조는 지난 2월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3개월 구직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늘리거나 기간 제한을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구직기간 초과자가 2023년 1,899명에서 2024년 2,805명으로 1천명이나 증가한대 반해, 고용센터의 평균알선 횟수는 2022년 25회에서 2024년 12회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구직기간 초과자가 2023년 1,899명에서 2024년 2,805명으로 1천명이나 증가한대 반해, 고용센터의 평균알선 횟수는 2022년 25회에서 2024년 12회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주노조

최근 경기침체까지 심화되면서 구직기간 3개월 이내 구직을 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구직기간 초과자가 2023년 1899명에서 2024년 2805명으로 1천명이나 증가한대 반해, 고용센터의 평균알선 횟수는 2022년 25회에서 2024년 12회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현재 외국인의 취업 알선은 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알선해 주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는 원천적으로 취업이 불가능한 구조다.

 민주노총 이주노조는 지난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3개월 구직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늘리거나 기간 제한을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이주노조는 지난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3개월 구직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늘리거나 기간 제한을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 이주노조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에 따르면, 사업장변경 신청을 접수한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용센터에서 충분한 알선을 해주지 않고, 알선을 해주더라도 실제 채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다보니, 소위 '불법' 또는 미등록노동자로 전락할까 두려운 이주노동자들이 '브로커'를 찾고 있다고 했다.


브로커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일자리 소개 명목으로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비용을 요구하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겐 다른 방법이 없어 브로커와 접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3년 11월부터 지역을 권역별로 묶어 권역 밖으로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에,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변경을 하는 경우 사유 제한, 횟수 제한, 기간 제한, 권역 제한이라는 '4중고'에 직면하게 된다.


최정규 변호사(민변 노동위 이주노동팀장)는 "사업장변경 금지 및 고용노동부의 독점 알선제도라는 이 구조에서 각종 인권침해 사건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2020년 12월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가 고용노동부가 알선한 사업장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 사망한 사건에서, 그 기숙사가 불법건축물이었고 난방장치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데다, 근로기준법 위반을 확인하였음에도 해당 사업장을 알선한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16일 평택의 한 사업장 기숙사에서 사망한 인도네시아 국적의 노동자의 경우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보도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사용자 귀책사유로 사업장 변경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3년 10월 귀책사유 없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허가서 발급 거부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하였고, 23년 6월에도 귀책사유 없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허가서 발급 거부는, '행복추구권 및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관련기사: 인권위 "외국인 고용허가 거부는 행복추구권 등 침해 ,https://omn.kr/24h34)

인권위는 고용노동부에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3항 단서의 '업무상 재해, 질병, 임신, 출산 등의 사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합법적 지위를 가진 외국인근로자로서 노동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구제방안을 마련할 것을 여러차례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도 지난 2024년 3월 사용자 귀책사유로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에 대해 사용자 귀책사유로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하였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수용한 바 있다. 당시 스리랑카 국적의 노동자는 추운 겨울 풍랑에 흔들리는 바지선 위 열악한 숙소에서 근무하다 탈출하여 8개월만에 권익위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관련기사: 추운 겨울 바지선에서 지내다 '탈출'한 노동자,https://omn.kr/27wx1)

정부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할 상황에 놓이는 것을 방지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경기침체를 이유로 구직기간을 초과하는 미등록 체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통계자료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실효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의 한 고용센터에서는 3개월 구직기간 중 만료 30일 이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문자를 발송한다고 고지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고용센터에서는 3개월 구직기간 중 만료 30일 이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문자를 발송한다고 고지하고 있다. 이주노조


덧붙이는 글 이건희 기자는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사업장변경 #외국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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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 군사망사건 등 인권침해 사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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