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펌과 과외에서 인생의 정답을 찾아봅니다

시절이 바뀌면 정답도 바뀐다

등록 2025.03.07 10:40수정 2025.03.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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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이가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매직펌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어차피 방학 내내 집에만 있을 텐데, 굳이 비싼 펌을 뭐 하러 하냐"며 개학 직전에 해주겠노라 했다.

나도 스무 살부터 10년 가까이 매직펌으로 머리를 쭉쭉 펴댔다. 그 시절 매직펌은 내 유전자 실수를 지우개로 지우는 일이었다. 돈과 시간의 콜라보로 여자 아이돌 같은 찰랑이는 생머리를 만들어냈고, 그게 정답이라고 믿었다.


머리는 쭉쭉 피는 게 맛 10년동안 매직펌으로 미용실에 가져다 준 돈은 대체 얼마인가
▲머리는 쭉쭉 피는 게 맛 10년동안 매직펌으로 미용실에 가져다 준 돈은 대체 얼마인가 픽사베이

동아시아인은 EDAR 유전자 변형을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는 머리카락의 굵기와 밀도, 모양을 정하는데 선천적으로 생머리보다 자연 곱슬이 많다고 한다. 그러니 내 곱슬머리는 유전자 실수가 아닌, 확률상 결과다. 정답과 오답으로 나눌 문제가 아니었다.

정답은 매번 바뀐다

생머리가 정답이던 때를 지나 지금은 곱슬머리를 사랑하는 시절로 넘어왔다. 어쩌면 모든 선택이 그렇다. 인생에서 정답이라 믿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아이를 위해 최선이라 생각한 결정도, 몇 년 후엔 다른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때의 선택이 무조건 틀렸던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계속 변하기에 정답도 함께 달라지는 것 뿐이다.

아이가 영어 과외를 하고 싶다고 했다. S대학 출신에 중학생 시절부터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은 선생님을 만났다. 석달 전만 해도 우리는 이 선생님이 최선이라 믿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균열이 보였다. 수업은 정확했고 문법 설명도 완벽했지만, 아이는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영어 과외 선생님을 새로 구해야 한다 30년전이나 지금이나 학교 영어 시험 방식은 변함없더라
▲영어 과외 선생님을 새로 구해야 한다 30년전이나 지금이나 학교 영어 시험 방식은 변함없더라 픽사베이

아이에게 필요한 건 원어민 같은 발음도, 완벽한 문법 체계도 아니었다. 적당한 치고빠지기로 내신에 대한 긴장감과 공부 동기를 유지해 줄 선생님이 필요했다. 선생님 잘못은 없다. 다만 아이에게 맞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석 달 전의 정답이 지금도 정답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다시 배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일 정답을 찾는 일이다. 어쩌다 찾은 것 같은 정답이 오래갔으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별로 없었다. 시범 과외 일정을 몇 개 예약했다. 과외 선생님을 처음 구할 때는 아이에게 꼭 맞는 정답을 찾겠어!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느슨한 비장함이라고나 할까.


시중의 모든 머리끈을 끊어먹을 만큼 풍성했던 내 머리숱도, 두 번의 출산과 2년의 모유 수유를 거치며 전생의 기억이 됐다. 정답이라고 믿던 매직펌도 끊었다. 정답이 될 선생님을 찾는다 해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아닐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해 찾긴 하되 정답이라고 믿지 않으려 한다.

정답을 찾는 대신 지금을 선택하다

아이도 언젠가 자기만의 머리카락을, 자기만의 선택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지금은 생머리를 원하더라도, 언젠가 본인의 곱슬머리를 사랑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아이가 믿는 정답이 지금은 매직펌이니 그 답을 지지하기로 한다.

3시간의 기다림 끝에 매직펌이 끝났다. 아이는 새로운 스타일에 만족하며 내 팔에 매달렸다. 서너살 때 나를 올려다보던 아기 눈빛이 보여서 잠깐 동안 그 시절로 돌아가본다. 내 마음도 덩달아 말랑해진다.

집에 온 아이는 시범 수업 오실 선생님에게 보여준다며 영어책을 정리했다. 뒷모습에 설렘이 묻어있다. 그거면 됐다. 아이가 변하면 정답도 함께 달라진다. 과외선생님도, 매직펌도 이번엔 완벽한 정답을 찾겠다는 결의 대신, '지금 이 선택이 최선이면 됐다'는 허술한 믿음을 품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SNS에도 실립니다.
#반갑다사춘기 #매직펌 #영어과외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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