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각 지자체의 대학생 지방행정체험 제도(이하 행정체험)의 운영과 관리에 힘써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미숙한 학생이었던 나를 가르치며 함께 일하는 동안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번 겨울 방학 동안 행정체험으로 도서관에서 근무를 했다. 근무치고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무인 반납기를 수거해 오고, 수거한 책을 꽂고, 정배가*를 하는 정도의 일이었다. 가끔 상호대차 서비스를 위해 책을 찾아오기도 했다.
책을 정리하다 보면, 일정한 번호의 책들만 남았다. 눈대중으로 봤을 때 전체 서가 중 000번대부터 700번대의 책이 도서관의 절반을 차지했고, 나머지 절반은 800번대(문학)와 900번대(역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800번대 책은 예상대로 반납함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900번대 책에는 독특한 현상이 일어났다. 900번대 중 여행·지리와 관광 관련 책은 반납함에는 잘 들어있지 않으면서 도서정리대에만 계속 올라왔다. 도서관 내부에서만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다 보니, 900번대 책을 읽는 분들 중 대다수 이용자는 도서관에 하루 종일 있는 노인 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분들에게 이유 없는 연민이 생기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직접 움직이거나 여행을 다니기는 쉽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하기에는 책의 감성이 더 맞는, 다른 갈 곳은 없어 도서관에 하루 종일 있을 수밖에 없는 분들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예의 없는 것은 둘째치고, 완전히 바뀌게 되는 사건이 생겼다.
두 달의 기한인 행정체험이 반쯤 진행됐을 때였다. 늘 900번대 서가 근처에서 책을 읽으시던 한 노인 분이 다른 이용자에게 책을 찾아주고 있던 나를 향해 걸어와 고의적으로 몸을 세게 치고 가신 것이다. 처음에는 무엇인가 물어볼 것이 있어 툭 치려다가 힘 조절을 잘못하신 거라 생각했다. 화가 나고 불쾌했지만, 예의상 한번 물어봤다.
"제게 할 말 있으세요?"
그러자 갑자기 화를 내고 삿대질을 하며 말씀하셨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에 그렇게 서 있으면 어떡하냐?"
당연하지만 통로는 공간이 남아 있었다. 이후에도 삿대질은 하지 말라고 하자 큰 소리로 욕을 하기도 하고, 나 같은 행정체험 학생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학생이지 않냐며 이름을 말하라고도 했다. 처음 악성 이용자를 겪은 나는 이 사실을 즉시 도서관 관리자님께 전달드렸다.
관리자님은 처음에는 놀라셨지만, 어떤 이용자인지 인상 착의를 듣고서는 자주 그러는 분이니 너무 놀라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이후 다른 층의 행정체험 담당자님께서 전화로 관련 대응을 할 것이며 다시 문제가 생긴다면 말해 달라고 하셨다. 이후 육하원칙에 근거하여 당시 상황을 한 장 적어낸 뒤 일단락 됐다.
며칠 뒤 그 노인 분은 항상 앉으시던 자리를 떠나 옆옆 자리에 앉으셨다. 내게는 그 분과 관련해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근무 중 생긴 문제였기 때문에 조치가 있을 것이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그 노인 분과 다시 시비가 붙지는 않았지만, 남은 기간 내내 불안과 분노를 안고 종종 마주쳐야 했다.
행정체험 제도나 기존 공무원 분들의 대응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학생을 보호하는 제도가 함께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
나는 그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학생이 되기 훨씬 전부터 도서관 이용자였다. 그래서 평소 도서관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 행정체험이 끝나고도 나는 계속 같은 도서관을 다닐 것이다. 행정체험이 끝난 지금 그 분과 비슷한 문제가 다시 생긴다면 그때는 기다리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그리 크게 화나지 않았다.
그러나 기존에 도서관과 충분한 친밀감이 형성되지 않았을 다른 대학생에게 이 사건은 불쾌할 수 있다. 이는 도서관 사용자와 있었던 문제를 넘어, 고용하는 입장에 있는 공공기관이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좋은 프로그램과 체험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행정체험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학생이 보호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정배가: 책을 순번에 맞게 배열하고 서간을 정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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