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나무 키우기 가지마다 열린 레몬
정무훈
아이를 키우는 것도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았다. 관심을 안 주면 아이는 제멋대로 자라고 지나치게 간섭하면 눈치를 보며 멀어졌다.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그때그때 적절한 관심과 거리를 유지하며 부모가 불안해도 믿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떨어지는 열매처럼 언제고 떠날 아이들
꽃이 가지마다 한가득 피었을 때만 해도 레몬 농부의 꿈에 부풀었다. 꽃핀 자리에 모두 열매가 맺히면 레몬이 한 상자는 생길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레몬 나무는 스스로 작은 열매는 떨구었고 결국 한 가지에 하나의 레몬 열매만 남았다.
'아! 아까워라. 작은 레몬 열매가 왜 떨어질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무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키울 때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이런저런 운동이나 취미를 배우게 했다. 아이가 힘들어 해도 조금만 참고 다니라고 구슬렸다. 하지만 부모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고 아이가 늘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조마조마했다. 시간이 지나서야 아이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고 많은 고민과 결정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간다는 것을 알았다.
레몬 나무의 열매가 한여름에는 아기 주먹만 한 크기로 점점 자랐다. 매일 들여다봐도 좀처럼 열매가 커지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내는 빼놓지 않고 물을 주고 영양제를 흙에 넣어 주고 마른 잎을 정리해 주었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주말에나 힐끗 쳐다보고 이내 잊고 살았다.
아이를 키울 때도 일하느라 바빠서 애들이 어릴 때 아이들과 놀아주는 주말은 고역이었다. 주중에는 일하느라 파김치가 되어 쉬고 싶은데 아이들이 주말만 기다리다 놀아 달라고 성화를 하니 몸과 마음이 지쳤다.
놀이터에 데리고 가거나 나들이를 가도 내심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건성건성 시간을 보냈다. 지나고 나니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짧고 다시 오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레몬 수확 레몬 수확 하기
정무훈
레몬 나무는 다섯의 레몬 열매를 품고 파란 청귤 같은 크기에서 점점 사과 크기로 자라며 노란 반점이 점점 짙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잘 익은 레몬이 바닥에 툭! 떨어진 것이다.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순간이었다. 손 위에 올려 두니 짙은 레몬 향이 코끝에 닿았다. 녀석이 실하고 단단하게 익은 것이다.
아이도 폭풍 같은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 간다. 나보다 훌쩍 큰 아이를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이제 점점 아빠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때가 오고 있다. 머지않아 아이는 레몬 열매처럼 툭 떨어져 훌쩍 독립할 것이다. 이제 나는 아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시 봄을 맞이 해야지
봄이 오고 있다. 봄을 가장 먼저 만나는 방법은 봄을 맞이하러 가는 것이다. 아내와 조만간 나무 시장에 방문할 것이다. 이번에는 올리브 나무, 오렌지 나무, 라임 나무, 바질을 욕심껏 집으로 데려 올 계획이다.
나무에 애정을 쏟는 일은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무심했던 나도 나무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내려고 한다. 아침마다 물을 주고 잎을 솎아주고 바람이 잘 통하게 창문을 열어줄 것이다. 어린 새순이 올라오고 꽃봉오리가 생기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자라는 시간을 천천히 바라보며 자연의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

▲레몬청 레몬청 만들기
정무훈
아내는 잘 익은 레몬을 수확해서 깨끗하게 씻어 레몬청을 담갔다. 얼음을 채운 컵에 레몬청을 충분히 넣고 탄산수를 부으면 거품이 부풀어 오르며 탄산이 날아오른다. 한 입 마시면 입안 가득 청량함과 상큼함이 퍼진다. 새콤달콤한 우리 집의 레모네이드 타임이다. 햇살 가득한 주말에 모자를 눌러쓰고 베란다에서 나무를 가꾸는 시간은 마음이 풍성한 레몬 농부가 되는 시간이다. 어쩌다. 레몬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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