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타대와 함께 걷는 통신사 옛길걷기 회원들
이상기
이번 통신사 옛길 걷기 출정식 행사는 탄핵 시국임을 감안해 규모를 축소해 진행되었다. 예년에는 정사, 부사, 종사관이 제대로 복장을 갖추고, 취타대와 농악대를 동원해 흥겹게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참가하는 단체와 사람 숫자도 훨씬 많았다. 또 영천지역의 경상도 전별연에서는 말을 동원해 마상재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사 부사 종사관도 걷기 편한 복장으로 참가했다. 농악대가 광화문 사거리까지 대열을 이끌었다. 또 교통경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 인원으로 신호를 지키며 남대문으로 향했다. 처음 출발한 인원은 200명 정도였다.
행렬은 시청, 덕수궁, 남대문, 후암동 고개, 용산고등학교, 전쟁기념관, 용산구청, 보광동, 한남동으로 이어졌다. 마침 덕수궁에서 남대문으로 이동하는 취타대와 근위대를 만나 마치 그들이 통신사 행렬을 호위하는 양상이 되었다. 그들은 10시 남대문 개장식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중이었다.
과거에는 통신사 일행이 남대문에 이르면 남관왕묘에서 관복을 벗고 편복을 착용했다. 그리고 일가친척들과 작별을 고했다. 왜냐하면 일본으로 가는 뱃길이 어렵고 위험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팀은 남대문을 지나 후암동 고개를 넘어 용산고등학교 앞에 이른다. 그곳에는 이태원터 표지석이 있다.

▲ 통신사 우정걷기 서울-도쿄 전 구간을 완주하는 사람들: 전쟁기념관에서의 기념 사진
이상기
조선시대 이태원은 현재 미군부대 안에 있었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산 쪽으로 밀려난 것이다. 그러므로 통신사 옛길 걷기 일행은 미군부대를 ㄷ자로 한 바퀴 돌아 전쟁기념관에 이른다.
여기서 간식도 먹고 휴식도 취하며 30분 정도 쉬어간다. 이곳에서 참가자가 50명 정도 줄어든다. 용산구청을 지나 보광동으로 이어지는 장문로에는 외국대사관이 늘어서 있다. 조선와 일본의 외교를 위해 지나던 길에 주한 외국대사관이 들어선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보광동을 지나면 한남동에 이르는데, 그곳 한강가에 제천정(濟川亭)이 있었다. 한남동 현대 하이페리온 앞쪽 길가 장문로와 서빙고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에는 제천정터와 수표(水標)터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제천정은 통신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한양에 오가는 시인묵객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한강 주변 정자 중 스토리가 가장 많이 남아 있다. 제1차 회답 겸 쇄환사 부사 경섬이 남긴 <해사록>(海槎錄)에 보면 당시 한강이 얼어 제천정 옛터에서 썰매를 타고 놀았다.

▲ 제천정과 수표 표지석
이상기
"서울의 모든 친우 30여 인이 나중에 나와 제천정(濟川亭) 옛터에서 전별하였다. 취기가 나 썰매(雪馬)를 타고 강 얼음 위에서 놀다가, 서로 붙잡고 석별의 정을 나누느라 해가 저무는지도 몰랐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길을 떠나 양재역(良才驛)에 도착하니, 과천 현감(果川縣監) 김영국(金榮國)이 지대관(支待官)으로서 역참(驛站)에 와 있었다."
양재역 지나 청계산 정토사까지 가기로 했으나

▲ 한남대교로 들어서는 통신사 옛길걷기 회원들
이상기
제천정 옛터를 지나면 길은 독서당로를 통해 한남대교로 이어진다. 그것은 서빙고로가 한남대교 아래로 통과하기 때문이다. 한남대교에서는 보광동과 한남동 언덕 위의 주택들을 돌아볼 수 있다.
한강에서는 어떤 목적인지 요트 형태의 배가 운행한다. 한남대교를 건너면 길은 경부고속도로로 이어지지만, 걷기 길은 잠원로를 돌아 경부고속도 옆으로 난 공원길로 이어진다. 통신사 걷기 참가자들은 신사동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식사 후 50명 정도가 줄어든다.
남은 회원들 100명 정도가 양재역을 향해 떠난다. 양재역은 순우리말로 말죽거리라고 불렸다. 역의 기능이 말을 바꿔 타는 등 관리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에는 항상 10여 필의 말이 대기하고 있었다. 통신사 삼사는 가마나 말을 타고 갔기 때문에 역을 반드시 지나가야 했다. 그러므로 한양에서는 청파역이, 과천현에서는 양재역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동안 통신사 우정 걷기팀은 첫날 양재역이 아닌 청계산 정토사까지 갔다. 그것은 정토사에서 숙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일러가 고장 나 통신사 걷기팀을 받을 수 없단다. 그 때문에 첫날 걷기를 청계산입구역에서 마칠 수밖에 없었다.

▲ 양재역에 세운 말죽거리 표지석
이상기
통신사 우정걷기팀은 둘째 날 달래내 고개에서 용인까지 간다. 셋째 날 용인에서 죽산까지 간다. 넷째 날 죽산에서 생극까지 간다. 다섯째 날 생극에서 충주까지 간다. 충주에 이르면 충청감사가 통신사 일행에게 전별연을 베풀어주었기 때문에 하루 쉬어간다. 이를 감안해 우정 걷기팀을 위한 문화유산 답사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일곱째 날 충주에서 수안보까지 간다. 여덟째 날 수안보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새재를 넘어 문경까지 간다. 건기 일행이 경상도에 접어드는 것이다. 그 후 경상도 지역을 지나 제21차인 3월 29일(토)에 동래에 도착한다. 3월 30일(일) 해신제 등을 하며 하루 쉬고, 4월 1일(월) 배를 타고 부산에서 대마도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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