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임성호 신부의 주례로 고령 독수리식당에서의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정수근
미사의 집전은 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가 맡았다. 임 신부는 이어진 미사 강론에서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금 좀 편찮으신데 빨리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기도 시간을 갖고 있고 또 우리에게 주신 그 회칙 <찬미 받으소서> 뒷부분에 있는 '우리 지구를 위한 기도'를 보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사랑의 힘을 부어주시어라는 기도문이 중간에 있다. 아름다운 우리가 더 세상을 훼손하지 않고 아름다움의 씨앗을 심게 하소서라는 그런 기도문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 교구 주보에 글을 쓰면서도 이 아름다움의 씨앗에 대한 묵상을 좀 하게 되었다"며 "하느님께서 우리의 마음에 우리 삶에 당신의 사랑의 힘을 부어달라고 아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기도를 하신 것 같고, 그 사랑의 힘은 우리를 통해서 씨앗을 심도록 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 신부는 "오늘 제가 여기 독수리를 만나면서 새롭게 요한복음의 상징도 독수리라는 걸 알게 됐고 우리 요한묵시록에 그 독수리 거룩하시다라고 밤낮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그 모습 그래서 제가 이름을 붙였다"며 "고요한이라고, 고령 요한복음에서 고령 고요한 독수리라고 제가 이름을 붙여봤다" 소개하면서 "그 '고요한 독수리'가 저의 마음에 씨앗을 심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고령 회천 독수리식당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 강론을 하고 있는 임성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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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영생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게 됐고 하느님을 찬미한다는 것이 또 어떤 의미인가를 독서를 통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며 "또 올해는 조금 아픔도 느꼈다"며 그는 "그 윙태그를 달고 있는 독수리 'XG'가 3년 연속으로 날아온다고 들었는데 독수리가 발가락이 굉장히 중요한데 발을 잃었다. 이 녀석은 먹이를 먹는데 날개를 펼쳐서 먹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한 모습을 보니까 굉장히 또 아픔을 느꼈고 우리가 해야 될 일이 뭔가 하면 잔치를 벌이는 일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누어야 하는 씨앗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반드시 나누어야 되는 삶을 살아야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서 "그걸 나눌 때 생명은 죽지 않고 살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또 "이곳 독수리식당이 열리는 회천의 모래와 모래톱이 그대로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라면서 "독수리가 하늘에서 땅에서 이렇게 안전하게 내리려면 모래라는 흙이 있어야 된다"며 "딱딱한 곳에 앉으면 발가락이 부러지거나 하는 일이 발생할 건데 그냥 안전하게 하늘에서 내려올 수 있는 그 땅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 고령 독수리식당에서의 생명평화미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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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있어도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되는 거란 것이다. 이곳이 굉장히 장소적으로도 중요한 곳이기에 잘 보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꼭 가져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령의 올해 마지막 독수리식당... 먹이 나눔의 참 의미
이어 참가한 서로가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영성체를 하고 미사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회천의 모래톱으로 걸어 내려가 직접 독수리 먹이를 회천의 모래톱에 뿌려놓고 그 의미를 묵상했다.

▲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이들이 회천 모래톱으로 내려가 직접 독수리들 먹이를 모래톱에 놓아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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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육점 등에서 나오는 고기 부산물들로 차려진 독수리 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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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각 스님의 인도로 독수리들의 평화와 안녕을 비는 3배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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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 스님의 안내로 둥글게 원을 그리고는 3배를 하면서 독수리들의 평화와 안녕을 비는 의식을 거행한 것이다. 이렇게 먹이를 나누고 그들의 평화와 안녕을 빌고는 빨리 제방에 올라와 독수리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30분도 채 되지 않아 창공에서 빙빙 선회비행을 하던 녀석들이 하나둘씩 내려오더니 어느새 100여 마리에 가까운 독수리가 회천의 모래톱에 안전하게 착치해서 모래톱에 놓인 먹이를 열심히 먹어치웠다.

▲ 독수리들이 독수리식당이 차려진 회천의 부드러운 모래톱으로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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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여 마리의 독수리들이 내려앉아 잘 차려진 독수리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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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몽골에서 우리나라로 겨울을 나기 위해서 찾는 독수리들은 이른바 '대머리독수리'로 사냥을 해서 먹이를 먹는 'Eagle'(이글)이라는 종이 아니라 'Vulture'(벌쳐)라는 종으로 죽은 사체 등으로 먹이를 먹는, 생태계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종이다. 죽은 동물의 사체 같은 것이 없으면 먹이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다.
그래서 몽골과 같은 야생의 생태계가 펼쳐질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죽은 동물의 사체 같은 먹이를 거의 구할 수 없기에 사람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한 종이 되어버린 것이다. 파주와 경남 고성 그리고 천수만, 갈사만 등 곳곳에서 독수리식당이 열리고 있는 배경이다.

▲ 고령 회천의 아름다운 모래톱. 이런 모래톱이 있기에 독수리들이 안전하게 내려앉을 수 있다. 이곳에 독수리식당이 차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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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고령에서도 독수리식당이 열려 햇수로 지금 6년째인 것이고, 올해 고령 독수리식당은 이날의 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녀석들이 3월이면 곧 그들의 고향인 몽골로 돌아가기에 이날 마지막 독수리식당이 열렸다.
"그래 독수리들아 많이 먹고 잘 가고 또 내년에 만나자" 하는 이구동성의 마음이 저 모래톱에 내려앉은 독수리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또 내년 독수리식당을 모두 함께 기약해 보면서 그렇게 이날의 행사는 마무리됐다.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 고령 회천에 독수리식당이 차려지자 흰꼬리수리도 찾아왔다. 이날 흰꼬리수리 유조 3개체가 찾아와 독수리식당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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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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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 마지막 독수리식당... "독수리들아, 내년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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