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시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

등록 2025.03.10 10:57수정 2025.03.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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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콘텐츠'라는 말을 많이 쓰곤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튜버들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이들의 직업이 '온라인콘텐츠창작자'라고 나와있다. '콘텐츠'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진흥법'에 따르면, 콘텐츠란 부호·문자·도형·색채·음성·음향·이미지 및 영상 등(이들의 복합체를 포함한다)의 자료 또는 정보를 뜻한다. '콘텐츠'는 '올드 미디어' TV 방송, 라디오, 신문뿐만 아니라 유튜브·틱톡의 영상과 같은 '뉴 미디어'도 포함하고 있다. 유튜브의 '쇼츠(Shorts)', 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 같은 신진 콘텐츠들은 현재 국경을 초월하여 사랑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서이브, 조주봉(본명 조훈) 씨와 같은 여러 쇼츠 스타들이 등장했다. 쇼츠나 릴스의 주요 특징이라 하면, '알고리즘'일 것이다. 가령 대학생이 과제를 위해 자료 조사를 할 때 여러 영상을 참고할 수 있는데, 이럴 때 알고리즘은 관련 영상들을 연이어 추천해줌으로써 한층 효과적이고 실용적으로 자료를 조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을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등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 TV 방송의 파급력이 지지부진하다는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다. 여러 전문가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쇼츠의 등장'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짧아도 1시간, 길면 2시간까지 이어지는 방송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엔 대단히 어렵다. 혹자는 이러한 현황을 근거로'TV 소멸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어제 놓친 본방송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를 잘 요약해놓은 영상을 찾아보고, 그 영상도 길다 싶으면'쇼츠' 형식으로 정리해놓은 것을 찾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올드 미디어 'TV'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무력하게 소멸할 수밖에 없을까? 텔레비전 방송이 부흥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찾고자 한다.

방송을 좀먹는 자들

방송 콘텐츠의 현주소를 진단해본다. 콘텐츠를 활발히 이용하는 청소년부터 전문성을 가진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하나같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쇼츠 시대'가 낳은 결과는 TV 방송을 떠나는 시청자와 부모들이 말하는 '바보상자'가 기존 텔레비전에서 작은 휴대전화로 옮겨간 것뿐이다.


미래 방송 콘텐츠가 빛나기 위해선, 현 문제점에 대한 적확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방송 콘텐츠를 해치는 주범은 '미디어 꼰대'들이다. 이른바 '미꼰'의 존재가 방송의 어두운 미래를 낳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 꼰대'에는 어떤 사람들이 속하는 것일까.

바로 '열혈 시청자'들이다. 시청자가 한 프로그램에 몰입해주는 것은 제작진과 연기자에게 큰 감동과 감사함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만사가 과유불급이라고, 필요 이상의 과도한 애정은 필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시쳇말로'방방봐(방송을 방송으로 보는 것)'하지 못하는 열혈 시청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미디어 꼰대'가 되어 방송 프로그램의 씨를 말리고 있다. 별 뜻이 없는 유머에 자신의 주관을 섞어 평가하는 순간 유머의 본질인 재미가 사라진다. 이러한 무분별한 항의는 방송사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결국 프로그램에 기존보다 더 강력한 규제와 높은 잣대를 들이밀게 된다.

이외에도 작금의 방송 콘텐츠는 '엉터리의 축제'이기도 하다. 관련 학위나 자격증이 없는 엉터리들이 전문가의 탈을 쓰고 버젓이 텔레비전부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까지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에 호응해주는 또 다른 엉터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들은 왜 비전문가들의 좋은 먹잇감을 자처하는 것일까?

사실 인간은 '따분한 사실'보다는 '짜릿한 거짓'에 끌리는 습성이 있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선동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소위 '말빨'이 좋으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가 오늘날의 방송 콘텐츠를 낳았고, 이것이 21세기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인 '가짜 뉴스(Fake News)'를 만들어낸 것이다.

방송의 지위 회복·국민이 주인이 되는 콘텐츠

정리하자면 구시대적인 엄격한 규제와 통제, 감정과 여론의 눈치를 보는 방송사의 태도가 오늘날의 암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위상은 사라졌고, 쇼츠나 릴스와 같은 뉴 미디어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 지금의 TV 방송들이다. 방송 콘텐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전대호

우선 무너진 지위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합미디어법' 제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통합미디어법이 만들어지게 되면 미디어에 대한 일관된 규율 체계가 정립되면서 느슨했던 OTT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에 묶여있던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이 조금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

이는 지상파 방송이 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필자 역시 작년 방송통신위원회 2030 자문단 면접장에서 면접위원을 향해 해당 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방송사가 국민이 TV 앞에 모였던 과거를 추억한다면, 심의규정 완화를 통한 파격적인 변화를 이끌 필요가 있고, 일대다(一對多) 형식의 TV 프로그램이 다대다(多對多) 뉴 미디어의 돌풍 속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미래의 방송 콘텐츠는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시민 입법발의 제안 플랫폼 <이법어때?>라는 사이트의 서포터즈로 활동할 때나 방송통신위원회 자문단의 위치에서 보편적 시청권 보장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서 건의·제안하였다. 2025년에도 여전히 스포츠 중계를 비롯한 미디어에 소외된 계층이 있다. 2007년 이후 바뀌지 않는 방송법의 '국민 관심 행사'라는 개념을 재정립하고, 새롭게 등장한 OTT 서비스도 '보편적 시청권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등 '보편적 시청권'의 적극적 보장으로 방송사의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타성에 젖지 않은 노력이 모이고 쌓여 TV 재부흥의 시대를 하루빨리 맞이하길 바란다.
#통합미디어법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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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온 필진, (前) 방송통신위원회 2030 자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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