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보훈부 서기관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양재혁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오후 5시 9분 서기관이 이날 5월단체가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비판' 성명 등을 담은 기사를 보내왔다. 오후 8시 10분엔 양 회장이 성명서 어떤 부분이 정치 개입이냐, 누가 정치 개입으로 판단하느냐, 장관님 뜻인가라고 묻는다. 해당 서기관은 보훈공법단체를 담당하는 부서의 서기관이지만, 양 회장 휴대전화에는 사무관으로 표기돼 있다.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교환 외에도 두 사람은 이날 오후 5시 55분과 8시 19분 등 최소 2차례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양재혁회장제공
법원 판단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내란주범'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쓰느냐, 정치에 왜 개입하느냐, 정치 중립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는 추궁도 이어졌다.
양 회장은 서기관에게 "관련 법령과 단체 정관에 정치 중립 의무가 있는 것과 오늘 성명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 이게 무슨 정치 개입이고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이냐. 1980년 5·17 내란과 이어진 5·18 민주화운동의 피해자 단체가 이런 성명도 못 내느냐"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게 장관님 뜻이냐"고도 했다.
양 회장이 강정애 보훈부 장관을 거론하며 서기관과 설전을 벌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앞서 유족회 사무실에서 양 회장에게 "보훈부 직원이 성명서 원본을 계속 요구한다. 그 직원이 말하기를 '용산에서 (보훈부에) 연락이 왔다. 장관도 (용산 때문에) 지금 대기 중이다'라고 한다"는 내용을 보고 했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서기관이 보내온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그리고 둘 사이 통화, 유족회 사무실 직원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오늘 성명으로) 용산에서 난리를 피우니 보훈부 장관도 퇴근 못하고, 직원들도 엄청난 압박에 직면했나 보구나"라고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보훈부 연락을 받았던 유족회 한 관계자는 지난 7일 밤 '보훈부 직원이 (통화 중에) 용산을 언급한 것은 맞느냐'는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그건 맞다"면서도 이후 관련 언급은 꺼리고 있다.같은 날 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역시 유족회 양 회장, 유족회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나누며 상황 파악에 돌입했다.

▲ 광주광역시 서구에 자리한 5.18기념재단
5.18기념재단
박 상임이사 역시 양 회장으로부터 "(오늘 성명 때문에) 용산이 난리를 피우고 있다고 한다. 보훈부 직원들이 보고서를 쓰려고 성명서 원본을 요구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정치 개입 운운하며 3단체에 밤에도 전화를 계속 걸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
박 상임이사는 오월단체 실무자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보훈부에서 계속 연락이 오면 나에게 전화를 돌려라. 잘못한 게 없으니 위축되지 말고 내게 전화를 돌려라"고 하며 진정시키는 데 힘썼다.
그러나 보훈부 관계자들은 5·18 기념재단은 3단체와 달리 보훈부에 등록된 보훈공법단체에 속해 있지 않다며 기념재단 측에는 일절 연락하지 않았다.
박 상임이사는 오월단체 실무자들이 보훈부에 쩔쩔 맨 이유를 3년 전 뒤바뀐 관계에서 찾고 있다. 이들 오월단체는 줄곧 임의단체로 활동하면서 보훈부 입김에서 자유로웠으나, 지난 2022년 세 단체 모두 공법단체로 전환되면서 보훈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감사도 받는 상황이 됐다.
유족회를 제외한 부상자회·공로자회의 경우, 지난해 보훈부 감사에서 회계 비리가 다수 적발됐다. 보훈부 의뢰로 관련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 국가보훈부가 7일 밤 10시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월 3단체에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아 내려보낸 공문. 보훈부는 이날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비판하고 석방을 반대하는 5월단체 성명을 문제 삼았다. 2025. 3. 8
광주광역시제공
한밤 소동... 보훈부, 밤 10시 '정치 중립 의무' 준수 공문 후 마무리
이날 소동은 보훈부가 밤 10시경 오월 3단체에게 정치 중립 의무를 준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e메일로 내려보낸 뒤에야 끝났다.
5·18단체들에 대한 보훈부의 이번 압박 사건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뒤 검찰이 형사소송법에서 명문으로 규정된 '즉시항고'를 곧바로 하지 않고 검토를 거듭하는 와중에 벌어졌다.
5·18단체들 사이에선 '대통령 석방 반대' '구속 취소 법원 결정 비판' 여론 확산을 막고, 권한행사가 정지된 윤 대통령의 구명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이 보훈부를 동원해 입막음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보훈부가 금요일 밤 10시까지 오월 3단체에 전화하고 공문을 보내면서 보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용산에서 연락이 왔다' '장관도 대기 중이다'고 언급했다고 한다"며 "용산의 압력이 없었다면 이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지적했다.
광주시도 지난 10일 오월단체, 기념재단을 상대로 추가 진상 파악에 나서 보훈부의 한밤중 '압박 공문' 발송 배경에 용산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는 관련 입장과 사실 관계를 묻기 위해 강정애 장관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수차례 연락했다. 강 장관은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다만 보훈부 최정식 홍보담당관이 지난 10일 오후 전화를 걸어와 "지난 7일 밤 장관이 용산 연락을 받고 대기 중이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다.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최 담당관은 "보훈공법단체로 등록된 이상 관련 법령과 단체 정관에 따라 정치 중립 의무가 있다. 보훈부가 지난 7일 5·18단체에 성명서 원본 제공을 요청한 이유는 진상 파악을 위한 통상적 업무다. 용산 대통령실과는 무관한 일이다"고 밝혔다.
최 담당관은 밤 10시까지 전화하고 공문을 보낸 것도 통상 업무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엔 "그렇다. 5·18단체 뿐 아니라 다른 단체에서 동일한 상황이 발생해도 동일하게 업무를 처리할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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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난리·장관도 대기"...보훈부 5.18단체 '압박 공문'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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