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릿길 따라 여행...남도 판소리 뿌리를 찾아서

전남 보성 판소리의 고장... 박유전 예적비와 득음정, 소리공연 관람

등록 2025.03.12 14:12수정 2025.03.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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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판소리에서 고수는 단순한 반주자가 아니라 소리꾼과 교감하며 극적인 효과를 더해 준다
▲북 판소리에서 고수는 단순한 반주자가 아니라 소리꾼과 교감하며 극적인 효과를 더해 준다 문운주

봄은 문턱에서 머뭇거리고,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찬 기운이 감돈다. 지난 8일, 소리의 고장 전남 보성을 찾았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토요 상설 락' 공연을 관람하고, 서편제의 창시자로 알려진 박유전 명창의 기념비, 정응민 생가, 그리고 득음정을 답사하는 일정이다.

판소리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한을 깊이 담은 예술이다. 삶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내며, 기쁨과 슬픔, 고난과 희망이 공존하는 독특한 미학을 보여준다. 노래와 대사(아니리)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한다. 그 소리는 가슴속 응어리를 뚫어내는 바람처럼 시원하다.


박유전 예적비 `
▲박유전 예적비 ` 문운주

"박유전(1835~1906)은 순창에서 태어나 어려서 눈을 다쳐 애꾸가 되었고, 18세때 보성 강산으로 이주하였다. 25세 때 통이청 대사습에 나가 심청가로 장원을 하였으며 무과 선달첩지와 검은안경, 금토시를 하사받았다. 심청가의 완성과정에서 슬픈 대목은 더욱 슬프게, 비장한 장면은 더욱 처절하게 다듬질 하였고. 이를 '강산제'라 하였다."[예적비 안내판]

소리바위 서편제 창시자 박유전이 평소 소리하던 장소
▲소리바위 서편제 창시자 박유전이 평소 소리하던 장소 문운주

강산마을은 웅치면 강산리와 보성읍 대야리 강산마을이 있다. 편의상 윗강산과 아랫강산으로 부른다. 웅치면의 아랫강산마을을 지나 들판을 따라가면, 대야리 윗강산마을에 세워진 박유전 예적비를 만날 수 있다.

청량하고 애절한 소리에 반한 대원군은 그의 소리를 듣고 감탄하여 "네가 제일 강산이다"라고 말하였다. 그의 거주지 강산리를 따서 강산이라는 호를 내렸다. 조선 시대의 가인들은 신분상 중인에 속했다. 양반들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의 삶은 한계가 있었지만, 소리만큼은 자유로웠다.

득음길 보성 득음길은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영천리에 위치한 산책로로, 판소리 명창 정응민 선생이 소리 연습을 통해 득음을 얻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 길의 끝에는 작은 폭포와 함께 득음정(得音亭)이 자리하고 있다.
▲득음길 보성 득음길은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영천리에 위치한 산책로로, 판소리 명창 정응민 선생이 소리 연습을 통해 득음을 얻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 길의 끝에는 작은 폭포와 함께 득음정(得音亭)이 자리하고 있다. 문운주

박유전 흔적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득음정(得音亭)이다. 득음정은 소리꾼들이 목을 가다듬고 최고의 소리를 얻기 위해 수련하던 곳으로, 판소리를 연습하는 장소였다.

아쉽게도 득음정은 지난 홍수 피해로 무너져 복구되지 못한체 가림막이 덮여 있었다.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정응민 명창이 이곳에서 갈고닦은 소리는 후대 소리꾼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설장구 태평소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화려하고 기교가 넘치는 몸 동작에 어깨춤을 추며 함께 즐길 수 있다
▲설장구 태평소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화려하고 기교가 넘치는 몸 동작에 어깨춤을 추며 함께 즐길 수 있다 문운주

보성군립국악단 남도 민요 봄타령
▲보성군립국악단 남도 민요 봄타령 문운주

오후 2시, 보성군립국악단의 보성소리공연을 관람했다. 첫 번째로 연주된 춘향가는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퇴기 월매의 딸 춘향이 나누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특히 '만정제 춘향가'는 명창 김소희의 호 만정에서 유래한 것으로, 구성진 판소리 소리와 장단이 어우러지며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태평소와 설장구 연주는 신명 나는 장단과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태평소의 청아하면서도 힘 있는 소리가 장구의 경쾌한 리듬과 어우러져, 마치 축제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연주자들의 호흡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공연장의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졌다.


'봄타령'은 봄의 따스함과 생동감을 담아낸 곡으로, 맑고 고운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봄의 정취를 전했다. 국악 선율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듣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마지막 곡은 진도아리랑이다.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며 참여했다. 국악단의 세련된 춤이 더해져 새로운 감동을 자아냈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귀에 맴도는 가락과 장단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번 보성군립국악단의 공연은 전통 국악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각 곡이 지닌 의미와 정서가 뛰어난 연주와 어우러지며 더욱 빛을 발했다.

봇재전망대
▲봇재전망대 문운주

웅치 솔밭 웅치 솔밭은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에 위치한 아름다운 소나무 숲으로, 약 300년 전 '큰 숲'이라는 뜻을 가진 덕림마을이 조성될 때 함께 형성되었다. 이곳에는 168그루의 소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각 나무는 저마다 구불구불하게 휘어진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웅치 솔밭 웅치 솔밭은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에 위치한 아름다운 소나무 숲으로, 약 300년 전 '큰 숲'이라는 뜻을 가진 덕림마을이 조성될 때 함께 형성되었다. 이곳에는 168그루의 소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각 나무는 저마다 구불구불하게 휘어진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문운주

보성 판소리성지 뒤로하고 봇재 소리고개로 발걸음을 옮겼다. 옛 소리꾼들이 판소리를 연습하며 넘나들던 이 고개는, 마치 그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듯했다. 고갯길을 오르며 내려다본 보성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이날 마지막 여정은 웅치 솔밭을 지나 메타세쿼이아 길을 돌아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유난히도 춥고 긴 겨울이다. 봄타령 처럼 봄의 정취를 만끽할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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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타령 /보성군립 국악단 ⓒ 문운주



#판소리 #서편제 #보성 #남도민요 #득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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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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