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사이 보이는 '위계'... 어른이 관여한 이유

학창시절에 중요한 건 뭘까... 과도기적 아이들,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등록 2025.03.12 10:34수정 2025.03.1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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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친구관계로 마음고생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때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일생 동안 인간관계로 속앓이를 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원 학생들 사이에서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건 얼마 전이다. 오며 가며 나누는, 원래 절친했던 두 명의 학생 사이의 대화 속에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게 뭘까, 아니겠지, 이번만 그런 거겠지, 라며 가볍게 넘기기를 몇 번. 무시하기에는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가 확연히 보였다.


그때부터 내 고민이 시작되었다. 최상위의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과 예체능 쪽으로 재능이 많은, 두 학생 사이에서 발견한 건 '주종'의 관계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 둘을 불러 주의를 주었고, 그 후로는 잘 지내는 듯했으나… 아니었다. 둘 사이에는 여전히 위계가 존재했다.

혼자 해결하기에는 벅차 주위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들의 의견을 물었고, 교육학 심리학 서적도 들추어보았다. 일부 남자 선생님들의 의견은 일치했는데, "남자들 사이에서는 애든 어른이든 그런 상하 관계가 존재한다. 본인들이 직접 겪어보며 체득하는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사회에서도 평생 겪어야 할 일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요지가 무엇인지는 안다. 그럼 나는 그냥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잘 가르쳐 대학만 잘 보내면 되는 것일까.

어느 날, 최상위 성적의 학생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인즉, 평소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 학교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 자기와 몇몇 친구들이 장난으로 몇 마디를 했는데, 그걸 들은 선생님이 바로 부모님을 호출했다는 것이다. 간략한 내용만 듣고도 나는 그 사건의 전말을 알 것 같았다.

그 학생의 특징은, 선별적으로 예의를 보인다는 것. 공부도 잘하고 인사도 잘하며 어른에게는 깍듯하고 논리적 사고력도 뛰어나지만 그는 자기만의 기준으로 사람을 등급 지어 차별적으로 대한다고 나는 느낀다.


 우리는 일생 동안 다양한 인간관계로 속앓이를 한다. (자료사진)
우리는 일생 동안 다양한 인간관계로 속앓이를 한다. (자료사진) jessbaileydesigns on Unsplash

어느 순간, 나는 피로감을 느꼈다. 그냥 공부만 가르치고 싶지 그들의 개인적 생활까지 관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나, 생각할 수록 마음 깊은 곳에서 가슴을 콕콕 찌르는 이가 있었다.

'너는 네 어릴 때를 다 잊었니? 어릴 때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어디에서든 만났던 무례하고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대하며 느꼈던 어려움과 마음고생이 생각나지 않아? 그때 너에게 지혜롭고 명쾌한 지침을 주는 어른이 있었더라면 너는 좀 더 따뜻하고 충일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저 둘의 과도기적 한때를 같이하는 어른인 네가 이 과정을 외면하는 게 맞는 걸까.'


나는 다음 날부터 하나씩 실행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대강의 상황을 부드럽고 완곡한 서술로 완성해 양쪽 부모님에게 문자로 전송했다. 가정에서의 부모 교육과 연관 없는 학교폭력은 거의 없을 거라는 게 내 지론이다.

수업 중간중간에는 문학작품을 예로 들며 '사람'을 존중하는 방법에 대해 말했다. 나보다 나아 보이고 잘난 사람에게는 수그리고, 나보다 못나 보이고 만만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않았는지를 그들에게 물었다.

사람을 섣불리 재단하거나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사람은 그리 손쉽게 알아낼 수 있을 만큼 단순한 존재가 아니며, 경솔한 판단이 만연하면 그에 따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고, 누구나 그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나는 요즘도 수업시간마다 인내한다. 나의 관여로 저 둘이 얼마나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아니면 저 둘의 저런 관계는 남들 말처럼 한때의 치기 어린 행동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잠깐 선택하려던 방관적 자세를 버리고 상황을 낫게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한 건 잘했다 생각한다.

"누구나 그러니까, 그런 건 통과의례니까"라고 넘겼던 문제들이 산적해 나쁜 선례를 만든 경우가 많다. 어른들의 세심한 관찰과, 타성에서 벗어난 관심이 한 영혼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타인의 삶이 타인의 것만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삶의 경험을 통해 배운다. 너무나 높은 자살률과 많은 우울증 환자 수에 통감하고 경각심을 갖는 건 우리 모두의 무거운 숙제이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벌이는 복수극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 #더글로리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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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안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수학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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