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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주말, 90년 역사가 담긴 음반을 들을 기회

    박찬호 컬렉션 감상회, 오는 3월 15일 오후 서울 예술가의집에서

    등록 2025.03.12 16:26수정 2025.03.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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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중가요 연구에 새로운 기반을 마련한 작품 <한국 가요사>를 쓴 재일한국인 박찬호 선생.

    작년 9월 25일에 여든한 해 삶을 마감한 그가 세상에 남긴 것은, <한국 가요사>만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많은 저술과 CD 복각 작업에 원천이 되었던 '박찬호 컬렉션'도 <한국 가요사> 못지않은 박찬호의 유산이다(관련 기사: 민중의 한 담은 <한국가요사> 저자 박찬호 선생 타계 https://omn.kr/2bm0j).


    1930~50년대 SP음반 280장으로 구성된 박찬호 컬렉션은 지난 2017년에 도록으로 간행되어 그 전모가 공개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 중 일부를 직접 소리로 들어 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옛 가요 사랑 모임 유정천리에서 준비한 '박찬호 컬렉션 감상회'로, 오는 3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세미나실 1에서 열린다.

     2017년 간행 <박찬호 컬렉션> 표지
    ▲ 2017년 간행 <박찬호 컬렉션> 표지 이준희

    박찬호 컬렉션의 기원은 1930년대 후반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1938년 무렵 어느 날, 도쿄에 살고 있던 일본 청년 사이토 초지(斎藤晁司)는 라디오를 통해 조선 경성에서 중계되는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에게 깊은 이상을 남겼던 노래는 가수 고복수(高福壽)와 이난영(李蘭影)이 함께 부른 <신 아리랑>이었고, 이후 사이토 초지는 조선 유행가에 관심을 가지며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사이토 초지가 1945년 이전까지 수집한 조선 유행가 SP음반은 대략 200장 정도 되었는데, 2/3 이상은 고복수와 이난영이 전속으로 있었던 오케(Okeh)레코드에서 제작한 것이었고, 그밖에 콜럼비아(Columbia)·빅타(Victor)·태평(太平)·폴리돌(Polydor) 등 당시 유력 음반회사의 음반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 가요사> 저자 박찬호가 음반 수집가 사이토 초지의 존재를 알게 된 때는 처음 책을 낸 직후인 1987년 11월이었고, 연락처를 수소문한 끝에 연말에 결국 사이토 초지와 그의 음반을 만날 수 있었단다.


    박찬호는 도쿄 사이토 초지 자택에서 음반을 보았던 당시를 생전에 회고하며 '스이엔(垂涎)'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는데, 탐나는 것을 보게 되어 군침을 흘릴 정도라는 뜻이다.

    누군가엔 고물처럼 보여도... 많은 인연이 모여 만들어낸 이야기


     <유성기로 듣던 가요사>
    ▲ <유성기로 듣던 가요사> 이준희

    사이토 초지와 교류를 하면서 풍부한 자료를 접하게 된 박찬호는 그 정보를 1992년 <한국 가요사> 한국어판에 반영해 서술의 정확도를 높였다.

    또한 같은 해 진행된 신나라레코드의 CD 복각 작업에도 사이토 초지 음반이 수록될 수 있도록 주선했고, 그 결과 나오게 된 것이 <유성기로 듣던 가요사 1925~1945>였다. 이후 1996년에 후속작으로 나온 <유성기로 듣던 불멸의 명가수> 역시 사이토 초지의 자료를 대거 수록했다.

    두 차례 복각 작업 사이였던 1993년 연말, 사이토 초지는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고, 소식을 접한 박찬호는 이듬해 유족에게 연락해 허락을 얻어 사이토 초지가 수집한 음반을 모두 인수했다. 그렇게 인수한 음반이 박찬호 본인의 기존 보유 음반에 더해지면서, 박찬호 컬렉션이 틀을 갖추게 되었다.

    이후로도 주변 재일한국인 등으로부터 기증받은 음반이 조금씩 더해졌는데, 특히 오사카에서 활동하는 가수 조박(趙博)이 기증한 할머니의 유품이 박찬호 컬렉션 확충에 크게 기여했다. 최종적으로 280장 규모를 갖추게 된 박찬호 컬렉션은, 광복 이전 음반이 대종을 이룬 가운데 광복 이후 한국 SP음반과 1940~50년대 재일한국인 음반, 일본 가수가 부른 조선 유행가 음반 등을 망라하게 되었다.

     <남인수 전집>과 <이난영 전집>의 해설서
    ▲ <남인수 전집>과 <이난영 전집>의 해설서 이준희

    그 뒤 박찬호 컬렉션은 2010년대에 진행된 여러 복각 작업에도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2012년 7월에 가수 남인수(南仁樹) 타계 5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남인수 전집>, 2016년 6월에 가수 이난영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이난영 전집>이며, 박찬호 컬렉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전집 제작은 기획조차 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그 사이 2014년에 열린 전시 <한국 대중가요 고전 33선> 또한 박찬호 컬렉션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전시가 열리기에 앞서 2014년 1월, 박찬호 컬렉션은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 덕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진귀한 옛 SP음반이 전시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고, 2017년 9월에는 전체 내용이 도록으로 만들어져 누구나 쉽게 컬렉션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게도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박찬호 컬렉션을 관리하고 있는 유정천리에서 감상회를 또 마련하게 된 것이다.

    사이토 초지와 박찬호, 그밖에 많은 이들의 인연이 한데 모여 만들어낸 박찬호 컬렉션은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인연에 인연이 더해지면서 컬렉션의 규모는 커졌고, 깃든 이야기도 깊어졌다. 누군가에게는 허름한 고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음반들이 엮어 가는 역사는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박찬호 #유정천리 #컬렉션 #사이토초지 #한국가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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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를 찾는 사람, 노래로 역사를 쓰는 사람, 노래로 세상을 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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