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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김승환 "탄핵 심판청구, 어느 쪽이든 결론은 파면"

전 전북도교육감, 최근 펴낸 책 <나는 날마다 헌법을 만난다>에서 진단

등록 2025.03.14 14:13수정 2025.03.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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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환 전 전북도교육감.
김승환 전 전북도교육감.권우성

"비록 대통령이 헌법조항을, 근거를 들어 국가긴급권(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는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 대상이 된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행위를 통치행위 이론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헌법학 이론의 유물이 됐다.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로 한 신군부의 행위에 통치행위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헌정질서의 파괴 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은 형법상의 내란죄와 외환죄, 군형법상의 반란죄와 이적죄에는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헌법학자인 김승환 전 전북도교육감이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윤석열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 이같이 반박하면서 "현행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대통령에게 '법에서 자유로운 공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헌법상을 위반하는 비상계엄 선포행위는 내란죄"라고 지적했다.

김승환 전 교육감은 최근 펴낸 책 <나는 날마다 헌법을 만난다>(뜻있는도서출판 간)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헌법과 국민생활의 유기적 관계에 대해 설파하면서 12.3 내란 사태 이후 벌어진 몇몇 쟁점을 정리했다.

이 책은 김 전 교육감이 2017년에 펴냈던 <헌법의 귀환>의 개정증보판이라 할 수 있다. <헌법의 귀환>이 나왔을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다. 이 책에는 "탄핵은 집 나간 헌법의 귀환입니다"라는 홍보문구가 붙었다.

이번 책은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 김 전 교육감은 비상계엄이 있기 전인 지난해 11월 '하동책방'에서 '인문 특강'을 했고, 당시 여태훈 대표와 여태전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가 <헌법의 귀환>이 절판돼 아쉽다고 하면서 새 출판사를 물색해 이번에 나오게 됐다.

"내란죄는 공소시효 적용 배제"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김승환 전 교육감은 책에서 12.3 비상계엄 이후 제기된 헌법적 쟁점에 관한 견해를 '부록'으로 다뤄놨다. 내란사태 이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여러 쟁점에 대한 바른 판단을 제시했다.

'비상계엄 해설'에서 김 전 교육감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명백하고 중대한 헌법 위반의 하자를 갖고 있는 경우, 그것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된다"라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중대한 헌법 위반인 경우 그 행위는 형법의 내란죄에 해당한다"라고 진단했다. 또 내란죄는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된다고도 했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할 당시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고 한 그는 "비상계엄령 발동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가 뭘까.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 있다. 그건 탱크다. 지금 서울 교통 상황을 보면, 탱크가 움직일 수 있겠나. 비상계엄은 헌법 규범적으로 가능하지만, 헌법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고 회고했다.

이를 언급한 김 전 교육감은 "제가 학생들에게 '앞으로는 계엄령, 특히 비상계엄 발동은 불가능하다'라고 자신 있게 했던 것은 2024년 12월 3일 22시 27분 현직 대통령이 주도한 내란을 통해서 계엄이 보기 좋게 무너졌기 때문이었다"라고 했다.

탄핵 심판청구 피청구인(대통령 윤석열)측 소송대리인의 입에서 나온 "비상계엄은 원칙적으로 통치행위다. 그에 대해 이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라는 말에 대해, 김승환 헌법학자는 "묻고 싶다. 비상계엄은 원칙적으로 통치행위라고 하는 헌법전문가가 '아직도' 있느냐. 있다면 누구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통치행위 이론이 한때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돌프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영국에서, 프랑스에서, 일본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통치행위 이론이 있었다. 영원이 존속할 것 같았던 통치행위 이론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각국에서 '법의 지배' 이론 또는 '법치국가 이론'이 정착되면서 지금은 '헌법학의 유물'로 전락해 버렸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통치행위 이론은 '헌법 박물관'의 대표적 전시물 중 하나다. 지금은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행사하는 모든 행위가 헌법과 법률의 통제를 받고 있다."

[드론 사진] 차벽으로 둘러싸인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찰버스가 차벽을 만들어 배치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기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드론 사진] 차벽으로 둘러싸인 헌법재판소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찰버스가 차벽을 만들어 배치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기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권우성

김 전 교육감은 "공부합시다. 제발!"이라고 호통쳤다. 또 "시대가 근본적으로 변한 줄 모르고 마치 주문처럼 통치행위 이론을 주장하는 분들에게 정중히 권한다. 독일연방 헌법재판소의 판례 중에 헌법학 이론의 금자탑이 돼 있는 판례 한 건만, 처음부터 끝까지 부사 하나라도 건너뛰지 말고 정독해보라"라고 일러줬다.

그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 스스로 남겨 둔 탄핵 사유들은 내용상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확하다"라고 하면서 '최소량의 법칙'에 대해 설명했다. "식물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물, 빛, 온도 등 소위 필수 영양소가 필요한데 그중 하나만 없어도 식물의 성장은 제한된다"는 것으로, 2017년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청구 결정에서도 발견된다는 것.

그는 "헌재는, 소추위원 측이 탄핵 심판청구서에 적시한 모든 청구 사유를 인용한 게 아니었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헌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었다"라며 "헌재 재판관 8인 모두가 찬성하는 선에서, 즉 최소한의 선에서 '파면' 의견에 합의가 이뤄졌고, 이러한 결론 도출을 '최소량의 법칙'에 따라 해석해 볼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윤 대통령 관련해, 김 전 교육감은 "탄핵 심판청구의 변론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청구 사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헌재는 소추위원 측 청구 사유 모두를 인용할 수 있고, 최소량의 법칙에 따라 한두 개의 청구 사유만 인정할 수도 있다"라며 "어느 쪽에 의하든 결론은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승환 전 교육감이 최근 펴낸 책 <나는 날마다 헌법을 만난다>.
김승환 전 교육감이 최근 펴낸 책 <나는 날마다 헌법을 만난다>.뜻있는도서출판

"그런 걸 가리켜 '아무 말 대잔치'라고 한다"

'대통령 관저는 치외법권을 누리는 지역이 아니다'라는 글에서 김승환 전 교육감은 "내란죄의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정당화될 여지가 전혀 없다"라며 "대통령 윤석열과 경호처 직원들이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주권에서 나오는 국가형벌권의 실행을 방해하는 행위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윤석열과 경호처 직원들은 제국주의 시대의 유물인 치외법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서울서부지법 폭동사태를 언급한 대목에서는 "형사피의자로 입건된 이상 '혐의없음' 처분을 받기는 매우 어렵다. 더구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경내로 진입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국가의 헌법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로서 그 죄질도 매우 나쁘다"라며 "정치인 중에 '별 것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할 수 있다. 무책임한 말이다. 그건 걸 가리켜 '아무 말 대잔치'라고 한다"라고 했다.

법원 난입 폭동을 일으킨 측에서 강변한 '저항권'에 대해, 김 전 교육감은 "저항권 이론은 이 경우에 쓰는 이론이 아니다. 저항권은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행사하는 권리"라며 "안타까운 것은 내란죄 형사피의자 윤석열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지켜주겠다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대체로 그를 계속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고, 그 선은 '헌법 질서의 선'"이라고 진단했다.

책 <나는 날마다 헌법을 만난다>는 우리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헌법에 대해 청소년뿐만 아니라 누구나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해놨다.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며, 헌법의 핵심 가치는 인간"이며 헌법학자가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헌법 이야기를 해놓은 책이다.

김승환 전 교육감은 오는 20일 오후 7시 진주문고 본점 2층 여서재 강연장에서 '헌법을 만나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헌법 조문과 국민생활의 유기적인 관계'라는 주제의 강연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김승환 전 교육감 강연.
김승환 전 교육감 강연.진주문고

나는 날마다 헌법을 만난다

김승환 (지은이),
뜻있는도서출판, 2025


#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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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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