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면에 넣을 다양한 채소와 달걀
이혁진
사실 라면을 점심으로 추천하고도 멋쩍었지만 라면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대체식으로 그만한 것이 없다.
라면은 과거 우리 집 '최애' 메뉴, 어릴 때 애들은 내가 끓여주는 라면을 최고로 쳤다. 별다른 걸 넣지도 않았는데 잘 먹었다. 나도 애들만큼 라면을 좋아했다. 간식으로 자주 즐겼을 정도다. 라면은 주말 우리 집 '시그니처 점심메뉴'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라면 식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 애들과 함께 라면 먹는 시간도 드물었다. 어쩌다 먹는 음식이 된 것이다. 나와 아내는 혈압을 관리하면서 라면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국물 때문이다. 특히 아내는 "내가 먹으니 어쩔 수 없이 따라먹는다"라고 했다.
라면 하면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아내가 외출할 때 내게 남기는 쪽지다. 집에서 혼자 라면으로 때우지 말라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몰래 끓여 먹은 적이 한두 번 아니다. 라면 냄새를 지우려고 창문을 열어 놓았다가 닫지 않아 아내에게 들키고 말았다.
또 한 가지는 비싼 외식을 하고서도 집에 와 라면을 찾는 경우이다. 연초 우리 부부는 결혼식장 피로연에 다녀온 후 배부른 상태에서 걸신들린 듯 라면을 먹었다. 이 모습은 '먹방'이나 다름없었다. 전문가들은 당이 부족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균형적인 식습관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사실 라면은 열량은 높지만 영양소가 부족해 다양한 식재료를 추가해야 한다. 라면의 짠맛을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 라면은 나트륨이 전부라 할 정로 짜다. 소금 하루 권장량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우리 집은 소위 '저염식라면'을 추구하는 셈이다.
라면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무조건 멀리할 것이 아니다. 손이 가더라도 몇 가지 재료를 넣으면 라면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고 한다. 드디어 내가 끓인 '건강라면'을 점심 식탁에 대령했다. 반찬은 따로 필요 없다. 비록 라면이지만 아내와 아버지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라면 한 그릇으로 아내의 입맛이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그러나 메뉴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 세 식구가 함께 먹는다는 사실이다.
요즈음 한 끼 한 끼를 준비하고 차리는 것이 먹는 것보다 훨씬 어럽다는 걸 배우고 있다. 이러한 단순한 이치를 새삼 깨우치는 것도 '은살남'이 살림을 배우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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