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의 달인 3월이 되면 출근길이 왁자해집니다. 저의 출근길에는 학교가 여러 개 있어서 시간대에 따라서 어린이와 학생들을 많이 마주칩니다. 큰 가방을 메고 달려가는 초등학생이나 생활복이나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등교하는 중고등학생을 보면, 이맘때 봄 내음을 맡으며 등교했던 저의 학창 시절도 생각납니다. 새 학기가 설레기도 했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공부도 하기 싫고 학교도 가기 싫었는지요.
아주 어릴 적 제가 처음 집 열쇠를 받았을 때, 그 열쇠를 목에 걸고 현관문을 여는 연습을 몇 번이고 했던 기억이 가끔 떠오릅니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이라 그런지 그땐 열쇠를 하루 종일 보관하고 또 여는 것이 어려워서 스스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을 때 뿌듯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사실 너무나도 쉽고 당연한 일이었고, 심지어 혼자 해낸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어떤 어른이 열쇠로 문을 여는 방법을 가르쳐줬었거든요. 가족들, 학교 선생님, 친구의 가족, 매번 인사하는 이웃, 그리고 내가 만난 수많은 어른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저는 지금의 저로 자라날 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요새는 어린이보다 어른의 입장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어린이를 보면 곧잘 그들과 같이 있는 어른들을 떠올리는 걸지도 모릅니다.
요즘 육아휴직을 썼더니 해고를 당했다는 상담이 다수 들어옵니다. 육아휴직 갔다 올 거면 아예 일을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든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말고 나가라는 말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담하는 노동자 역시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본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니 동료 노동자에게 미움을 받았는데 어떻게 이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느냐고 합니다. 상담이 아니더라도 제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육아휴직 갑질이나 이기적인 육아휴직자 등의 말이 종종 들려옵니다.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서는 사업주는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가 모성을 보호하거나 노동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1년 이내지만, 같은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각각 3개월 이상 사용한 경우나 한부모이거나 장애아동의 부모 중 하나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6개월 이내에서 추가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관련 규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혹은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렇게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데 왜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신청한 노동자 혹은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까요? 어떤 사업주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육아휴직 제도가 사업주의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노동자만을 위한 법이라고 합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작은 기업의 경우 한 사람이 다수의 업무를 맡고 있기에 대체하기 어려워서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사람을 더 많이 뽑아서 업무를 배분하면 안 될까요? 그렇게 사람을 더 뽑자니 돈이 없는 것일까요? 결국 사람을 뽑지 못하니까 개인에게 더더욱 일이 집중되어서 육아휴직을 못 하는 것일까요? 그래서 결국 육아휴직을 쓰는 것 대신 자진 퇴사를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요?
하지만 육아휴직을 이유로 (자의로 혹은 타의로) 일을 그만두게 된 사람에게는 여전히 생계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일이 없어서 돈이 없는데 어떻게 사업주가 판매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본다면 이 사회에서 노동자와 사업주는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요?
육아휴직이 규정되어 있는 이유는 단순히 육아를 한 사람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모성 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함과 아울러 노동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면서,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을 통해 노동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평등할 수 있도록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어린이를 자주 보는 직업이 아니라서 어린이를 보면 괜히 반갑기도 하지만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은 어색합니다. 하지만 어린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잘 몰라도 어린이가 언젠간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의 도움을 받고 자라난 어린이는 또 다른 어린이를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자 노동자가 어린이를 따뜻하게 대할 수 있도록 그들이 일하고 있는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자 노동자에게 그리고 노동자와 함께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따뜻한 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세이 속 Q&A]
Q1.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거부할 수 있나요?
A1.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며 예외 사항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란, 해당 사업에서 계속 근로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인 노동자가 신청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출산전후휴가를 근로기간과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여 규정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Q2. 육아휴직은 어떻게 신청하여야 하나요.
A2.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1조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하려는 노동자는 휴직개시예정일의 30일 전까지 신청서를 사업주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때 신청서에는 신청인의 성명,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 육아휴직 대상인 영유아의 성명·생년월일, 휴직개시예정일, 휴직종료예정일, 육아휴직 신청 연월일을 적어 제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사업주는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육아휴직을 허용하여야 합니다. 허용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에는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대로 육아휴직을 허용한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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