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바다는 휴가를 내어 찾을 만큼 매력적이다. 인생의 잠깐이라도 이런 곳에서 살아보는 건 꽤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이준수
살 집까지 알아봐 준다고?
농촌유학의 형태는 총 세 가지다. 가족체류형, 농가홈스테이형, 유학센터형. 그렇지만 절대다수가 가족체류형으로 유학을 신청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100% 가족체류형이다. 가족체류형은 학부모 중 1인 이상이 필수로 아이와 함께 지역에 머무르는 형태다. 최대 1년까지, 아이 한 명 당 월 60만 원의 주거비가 지원된다. 형제자매가 함께 올 경우 규정에 의해 추가 지원금이 있다.
월 60만 원의 주거비가 적어 보이겠지만, 군 단위 지역에서 월 60이면 멀끔한 아파트 월세를 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고, 사실 농촌 유학생은 월세방을 구하느라 부동산을 다닐 필요도 없다. 지자체나 마을이 지낼 곳을 알아봐 준다. 주거비지원금으로 해당 거주시설 이용료를 지불하므로 유학생 가정의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게다가 전교생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스쿨버스 운행 범위가 매우 넓다. '자유학구제' 적용을 받아 학교는 하조대 바닷가 동네에 있더라도, 주거지는 편의시설이 갖춰진 읍내에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결코 나쁘지 않은 조건이 아닌가.
원주민보다 유학생이 더 많은 학교생활, 시작!
주거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도 다른 문제가 남아있다. 교육 환경이다. 다른 학교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서울이 절반 나머지 절반은 서울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에서 왔다. 경기도라고 해도 외곽 지역의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본래 거주하던 동네도 도시 주변부가 아니라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곳이었다.
양양군 하조대 바닷가에는 없는 영어 유치원과 초등의대반이 있는 동네에서 어떻게 태백산맥을 넘을 결심을 했을까. 아무리 거주지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밀도 높은 '오프라인 사교육 서비스'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시민단체 '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와 교육데이터분석학회, 성균관대 Next 365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유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39조 1945억으로 집계되었다. 그만큼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고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강원 농어촌 유학을 택했을 때는 그 모든 단점을 뛰어넘는 총체적 이득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원주민보다 유학생이 더 많은 학교 생활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겨우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름다운 자연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3월 중순에도 우리 학교 천연 잔디 운동장은 폭설에 뒤덮였다. 학교를 감싼 소나무 숲도 하얀 옷을 입었다. 유학생들은 추워서 감기 걸리겠다는 내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을 내달렸다. 유학의 목적 중에는 눈 밟고 마음껏 뛰기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 유학생은 하얀 눈이 두텁게 쌓인 학교 운동장을 달리고 싶었을 지도.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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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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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원가 포기하고 태백산맥 넘을 용기 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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