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물 수질검사 수수료 20여 년간 동결, 수질검사 부실화 우려

등록 2025.03.17 15:20

수정 2025.03.17 15:20

환경부가 먹는 물 수질검사 중 측정 조작, 허위 성적서 발급 등을 예방하기 위해 2023년 6월부터 '먹는물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고 행정처분을 강화했으나 정작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먹는 물 수질검사 수수료가 조정되지 않아 관계 대행업체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23년 먹는 물 수질검사 중 허위·부실 측정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행업체를 적발했다. 검찰과 수시로 합동 단속한 결과, 일부 대행업체가 부적합한 수질을 적합으로 허위 기재하는 등 허위 검사 성적서를 발급하거나, 시료에 용매를 섞어 분석해야 함에도 용매만 분석하는 등 지속적인 '꼼수'로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해 왔다.

이에 환경부가 '먹는물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고, 2023년 6월부터 시행해 먹는 물 관련 검사기관에서 시료를 직접 채취하지 않거나, 검사하지 않은 항목에 대해 허위로 검사 성적서를 발급했을 경우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또한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3개월,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6개월, 3차 적발 시 검사기관 지정 취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규정했다.

그러나 관련 업체들은 이러한 행정처분 강화가 검사 결과 조작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일부 대형 분석기관들은 수 처리 및 먹는 물 분야 담당을 자진 철회하거나 접근조차 하지 않는 실태다. 이러한 경향은 수처리 분석을 진행할수록 경제적 손실을 보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먹는 물 분석 수수료는 지난 2003년에 수가 설정 이후 단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먹는 물 분석에 쓰이는 백금산 칼륨은 50g 기준 단가가 3년 동안 50만 원이나 오르며 가파른 단가 상승률을 보였으나, 2003년 기준 분석 수수료가 그대로 준용됐다. 약 20여 년 동안의 물가 상승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2004년 이후 현재까지 물가 및 인건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으나, 검사수수료는 2004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실성이 없는 먹는 물 검사수수료의 적용으로 수질검사의 부실화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검사수수료 현실화 및 관련 규정의 개선이 필요함을 알고 있다. 기재부에 전달해 놨다"며 수가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분석 분야는 전기료, 수도료 등의 생활물가와는 다른 차원의 합리적 수가 설정이 필수적이다. 정확한 진단으로 신뢰성을 구축하지 않으면 식수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의 경우 물가 인상에 따른 수수료 인상률을 설정해 2~3년마다 관련 부처의 심의를 얻어 수시로 검사수수료 등의 수가를 개정해 많게는 700~800%, 1,000% 이상까지 상향 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물가 변동에 따른 최소한의 수수료를 적용하지 않고 20여 년 이상 동결하면서, 미흡한 정책적 대응으로 식수의 안전성 및 신뢰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먹는 물 수질검사 대행업체 A관계자는 "검사 수수료가 턱없이 낮아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동종업체에서는 할인 수수료 프로모션까지 하고 있어 더욱 힘든 상황이다. 자칫 부실 검사로 이어져 시민들의 건강에 치명타를 줄 수 있기에 걱정스럽다. 관리·감독 기관의 철저한 지도와 관리가 이뤄져 시민들이 안전한 물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먹는 물 검사 수수료가 하루속히 정상화되어 먹는 물 수질검사 대행업체들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나가며, 더 책임감을 가지고 철저하게 먹는 물 수질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순저널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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