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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로 키운 쌀을 파는 동네, 놀라지 마세요

소각장 신설 없이 매립지 수명 40년 연장한 일본의 제로웨이스트 마을에 가다

등록 2025.03.18 11:47수정 2025.03.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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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부터 시행되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서울은 매일 직매립하던 생활폐기물이 오갈 곳이 없어지게 되자 마포구에 1000톤 규모의 광역자원회수시설, 즉 소각장을 짓겠다고 발표합니다. 이로 인해 마포구는 기존의 750톤 규모의 자원회수시설까지 합쳐 서울에서 매일 발생하는 쓰레기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한 지역에 쓰레기에 대한 책임을 넘겨가며 살아야 할까요? 소각장과 매립장을 새로 짓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매립지 포화를 앞두고, 쓰레기 감량 시스템을 마련해 매립지 수명 연장을 이룬 지자체 사례를 살펴보러 자원순환 활동가들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일본 오오키, 오사키- 자원순환 지자체 모델 탐방기! 함께 살펴보시죠.[기자말]
'한국이 싫어서' 말하기 대회가 생긴다면, '멍 때리기' 대회처럼 잘 할 자신이 있다. 반대로 남들이 알려주기 전에는 정녕 모르는 한국의 좋은 면들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다. 외국인 '피셜' 쓰레기를 막 버리다가 돈 내고 버리는 종량제로 일거에 전환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 두 곳뿐이란다. 전 국토의 요새화를 국가적 로망으로 삼은 북한, 그리고 그러한 전환이 실제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남한이다.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의 천국?

책 <웨이스트랜드>에는 음식물 쓰레기의 지상 낙원이 한국이라고 나와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화들짝 책을 집어던질 정도로 충격 받았다. 영국인 '쓰레기 덕후'가 세상에는 음식물 쓰레기의 98%를 퇴비화시키는 한국이란 천국이 있다고 '유니콘'을 묘사하듯 한국을 소개한 것이다.

우리의 '탈조선'이 전 세계 퇴비화 덕후들의 성지라니… 마치 단군 유전자에 새겨진 것처럼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이 지구 상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하지 않는 곳들이 훨씬 더 많다.

웨이스트 랜드 책 표지 한국이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의 성지"라고 나와 있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책
▲웨이스트 랜드 책 표지 한국이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의 성지"라고 나와 있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책 알에이치코리아(RHK)

분리배출의 시작은 음식물 쓰레기를 발라내는 것부터

약 20년 전 국내에서도 음식물 쓰레기의 95%를 생활 쓰레기와 섞어 땅에 묶었다. 그러나 현재는 음식물 쓰레기의 약 95%를 재활용한다. 분리배출의 제 1 원칙은 음식물 쓰레기 등의 유기물을 일반 쓰레기와 다른 재활용품에서 발라내는 것이다. 그래서 분리배출을 마른 쓰레기(dry waste)와 젖은 쓰레기(wet/organic waste)로 구분하는 나라들도 꽤 된다.

왜 그럴까?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물 폐기물은 수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 태우기에도 부적절하고 매립하기에도 비위생적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폐기물과 섞이면 쓰레기나 재활용 분리배출 대상도 악취와 수분, 벌레에 오염되어 처리하기 힘들고 재활용하기 어려워진다. 지금 이 시각 세계는 20년 전 한국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섞어 버려서 골치를 앓고 있다.


깨끗한 거리 만큼이나 페트병 라벨을 잘 뜯기로 유명한 일본도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섞어 배출한다. 이렇게 배출된 음식물쓰레기는 대부분 소각된다. 수분이 약 80%를 차지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불에 태우다니, 이렇게 원시적이라니요.

일본에 간다면 쓰레기 통을 살펴보시라. 페트병과 캔 외에는 타는 쓰레기(combustible waste)와 안 타는 쓰레기(incombustible)로만 쓰레기를 분리하는데, 이 중 음식물 쓰레기는 타는 쓰레기통에 넣으면 된다.


놀랍게도 일본은 페기물의 80%를 소각하고 재활용률은 20%에 불과하다. 일본 전역에 1100개의 소각장이 있는데, 규모 상관 없이 개수로만 따지자면 세계 소각장의 66%가 일본에 존재하는 셈이다.

쓰레기 분리배출 젖은 쓰레기와 마른 쓰레기로 쓰레기 통이 분리된 모습
▲쓰레기 분리배출 젖은 쓰레기와 마른 쓰레기로 쓰레기 통이 분리된 모습 고금숙

소각장 신설 대신 쓰레기를 줄이자, 재활용률을 높이자

2024년 5월, 그럼에도 우리는 쓰레기 제로 정책을 펼치는 일본 후쿠오카의 오오키정과 가고시마의 오사키정에 다녀왔다. 이 마을은 원래 소각장이 없어 이웃 동네 소각장을 빌려 썼는데, 그마저 노후화되어 신설 소각장을 지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일본은 소각장 건설 비용의 절반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이후 소각장 운영 경비는 해당 지자체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인구 1만3000명의 소도시에 소각장 운영비는 큰 부담이었고 동네에 소각장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여론도 높았다. 우리 동네는 안 되는데 다른 동네에 소각장을 짓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딱 하나, '쓰레기를 줄여서 신규 소각장을 짓지 말자' 뿐이었다.

이런 까닭에 마을 주민들은 29종이나 되는 세세한 분리배출을 하고 옆 마을보다 비싼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받아들이게 됐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으나 우리 동네에 소각장을 건설하는 선택을 할 수 없으니 독하게 쓰레기를 줄이기로 대동단결한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방문한 가고시마의 오사키정은 재활용률이 83%이며, 소각장 건설을 포기한 이후 20년 동안 일본 지자체 중 재활용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재활용률이 20%에서 83%로 증가하면서 쓰레기 양은 확 줄었고, 그 결과 소각장을 짓지 않을 뿐더러 매립지 수명 역시 40년이나 연장되었다고 한다.

가고시마 제로웨이스트 마을 투어 가고시마 제로웨이스트 마을 투어 중 재활용률 증가로 매립지 수명이 40년 연장되었다는 설명을 해주는 활동가, 제로웨이스트 정책 시행 전에는 2030년 이전 매립지가 포화 상태가 되어 종료될 예정이었다.
▲가고시마 제로웨이스트 마을 투어 가고시마 제로웨이스트 마을 투어 중 재활용률 증가로 매립지 수명이 40년 연장되었다는 설명을 해주는 활동가, 제로웨이스트 정책 시행 전에는 2030년 이전 매립지가 포화 상태가 되어 종료될 예정이었다. 박정음
가고시마 쓰레기 매립지 모습 제로웨이스트 정책 시행 후 신규 소각장을 짓지 않고도 매립지 수명이 40년 더 연장되었다.
▲가고시마 쓰레기 매립지 모습 제로웨이스트 정책 시행 후 신규 소각장을 짓지 않고도 매립지 수명이 40년 더 연장되었다. 유혜민
가고시마 제로웨이스트 마을 방문 방문 '쓰레기 덕후' 5인이 2024년 가고시마 제로웨이스트 마을을 방문하였다
▲가고시마 제로웨이스트 마을 방문 방문 '쓰레기 덕후' 5인이 2024년 가고시마 제로웨이스트 마을을 방문하였다 유헤민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쓰레기를 가장 크게 줄인 분야가 바로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 기저귀이다. 일회용 기저귀는 따로 기사가 있으니, 여기서는 음식물 쓰레기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겠다.

후쿠오카 오오키정: 소각장 운영비 20%만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전기로 생산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은 크게 사료화, 퇴비화, 에너지화로 나뉜다. 우리가 방문한 일본의 제로웨이스트 마을 중 오오키정은 에너지화, 오사키정은 퇴비화로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있다.

먼저 음식물 쓰레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후쿠시마의 오오키정을 가보자. 우리로 치면 파주 같은 근교 지역으로 하루 약 3.8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다. 집, 식당과 가게, 공장 등에서 나온 모든 음식물 쓰레기는 파란색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 통에 담으면 무료로 배출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마을처럼 일반 쓰레기에 섞어 버리면 종량제 쓰레기 봉투 비용을 내야 한다. 따라서 좀 귀찮아도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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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퇴비화통 퇴비화 통에 넣으면 무료로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다. ⓒ 박정음


이렇게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는 37도로 22일간 발효되어 메탄가스를 생성하고, 그 메탄가스로 하루 700 K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 운영비는 소각장 운영비의 20%에 불과해 시 재정을 아끼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발전소 마을에서 나온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메탄을 재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파란색 통은 음식물 쓰레기 통이다.
▲발전소 마을에서 나온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메탄을 재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파란색 통은 음식물 쓰레기 통이다. 손세라
음식물쓰레기 전기 발전소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 바이오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
▲음식물쓰레기 전기 발전소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 바이오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 박정음
전기가 되는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만 모아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가 되는 음식물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만 모아 전기를 생산한다 박정음
음식물 쓰레기 실명제 각 통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은 마을이나 기업, 상가 이름이 적혀 있다.
▲음식물 쓰레기 실명제 각 통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은 마을이나 기업, 상가 이름이 적혀 있다. 박정음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공정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공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며, 악취 제거 등의 시설이 잘 되어 있어 탐방할 때도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공정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공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며, 악취 제거 등의 시설이 잘 되어 있어 탐방할 때도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고금숙

또한 하수처리 시설 대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에서 정화조 슬러지를 바이오 가스로 전환해 전기를 생산하기도 한다. 하수처리 시설을 새로 건설했다면 약 3배 이상의 건설비가 더 들었을 거라고 한다. 이 마을에 하수처리 시설을 짓기 전에는 바다에 하수 슬러지를 무단 방류해왔다.

하수도 처리까지 대신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무단 방류했던 정화조 슬러지를 바이오가스로 전환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
▲하수도 처리까지 대신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무단 방류했던 정화조 슬러지를 바이오가스로 전환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 손세라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 바로 옆에는 음식물 쓰레기 퇴비로 키운 농산물을 활용한 레스토랑과 로컬 푸드 마트가 있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 액비를 활용해 농작물을 키우고 그 농작물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이다. 로컬 푸드 카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로 키운 지역 쌀을 판매했으며, 이 쌀은 근처 3곳의 학교 급식에도 사용된다.

로컬 레스토랑과 마트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바로 옆 공원에서 음식물 쓰레기 액비로 키운 로컬 푸드로 만든 농산물과 음식을 판매한다.
▲로컬 레스토랑과 마트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바로 옆 공원에서 음식물 쓰레기 액비로 키운 로컬 푸드로 만든 농산물과 음식을 판매한다. 고금숙
음식물 쓰레기 액비로 키운 쌀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바로 옆 공원에서 음식물 쓰레기 액비로 키운 로컬 푸드로 만든 농산물과 음식을 판매한다.
▲음식물 쓰레기 액비로 키운 쌀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바로 옆 공원에서 음식물 쓰레기 액비로 키운 로컬 푸드로 만든 농산물과 음식을 판매한다. 고금숙
음식물 쓰레기 액비로 키운 유채유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바로 옆 공원에서 음식물 쓰레기 액비로 키운 로컬 푸드로 만든 농산물과 음식을 판매한다.
▲음식물 쓰레기 액비로 키운 유채유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바로 옆 공원에서 음식물 쓰레기 액비로 키운 로컬 푸드로 만든 농산물과 음식을 판매한다. 고금숙

오오키정의 모든 음식물 쓰레기는 이곳에서 처리되며,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으로 생산된 전기와 액비 100% 모두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 마을에서 사용된다. 우리도 우연히 마을 주민이 통을 가져와 액비를 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기 용기를 가져와 거름이 되는 액비를 리필하는 무료 리필스테이션인 셈이다.

음식물 쓰레기 액비를 받아가는 주민의 모습 방문했을 때 우연히 음식물 쓰레기 액비를 리필해 가는 주민을 만났다.
▲음식물 쓰레기 액비를 받아가는 주민의 모습 방문했을 때 우연히 음식물 쓰레기 액비를 리필해 가는 주민을 만났다. 손세라

가고시마 오사키정 : 버려진 나무 젓가락까지 섞어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가고시마의 오사키정은 고구마 산지로 유명한 본격 농촌 마을이다. 이곳에서도 오오키정과 같은 파란색 통에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오오키정과 달리 전기가 아니라 바로 퇴비를 만든다. 음식물 쓰레기를 분쇄할 기계를 따로 제작하자니 비용이 높아, 고구마 자르는 기계를 변형해서 음식물 쓰레기 파쇄 장치를 조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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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기계를 변형한 음식물 쓰레기 분쇄 기계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기 전 분해가 잘 되도록 잘게 파쇄해준다. ⓒ 박정음

퇴비로 만든 음식물 쓰레기 6개월의 발효를 거쳐 질 높은 퇴비가 된다.
▲퇴비로 만든 음식물 쓰레기 6개월의 발효를 거쳐 질 높은 퇴비가 된다. 고금숙

파쇄한 음식물 쓰레기에 농촌에 흔한 나무 잔가지, 풀, 낙엽 등을 섞어 6개월 간 발효시키면 합성비료를 대신할 천연 퇴비가 된다. 일본에서는 일회용 나무 젓가락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나무 젓가락도 음식물 쓰레기와 섞어 퇴비화시킨다.

모아둔 나무 잔가지들과 잎 음식물 쓰레기와 섞어 퇴비화시키는 잔가지들
▲모아둔 나무 잔가지들과 잎 음식물 쓰레기와 섞어 퇴비화시키는 잔가지들 고금숙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에 섞어주는 나무 젓가락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회용 나무 젓가락만 따로 분리해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시설에서 함께 퇴비로 만든다.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에 섞어주는 나무 젓가락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회용 나무 젓가락만 따로 분리해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시설에서 함께 퇴비로 만든다. 고금숙

이 방식으로 40% 정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을 뿐 아니라 퇴비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이 자기 통을 가져와 퇴비를 리필해 가면 퇴비 가격의 85%를 할인해 준다. 판매용 이외의 퇴비는 마을의 유채꽃 에코 프로젝트 밭에 뿌려 마을 상품인 유채유를 생산하는 데 사용한다. 재고가 남아돌아 처치 곤란한 퇴비를 마을 유채밭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퇴비가 생산되면 사용처를 60% 정도는 미리 정해놓고 배포하는데 사전 배포처에 마을 특화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유채꽃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 퇴비 상품 퇴비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음식물 쓰레기 퇴비 상품 퇴비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고금숙
유채유 음식물 쓰레기 퇴비로 마을 유채밭을 일구고 유채유를 마을 상품으로 만들었다.
▲유채유 음식물 쓰레기 퇴비로 마을 유채밭을 일구고 유채유를 마을 상품으로 만들었다. 박정음

한국은 대부분의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세계 최초로 RFID 칩을 부착해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정책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퇴비를 판매하고 100% 모두 마을에서 사용하는 오사키정 모델과 달리 국내 음식물 쓰레기 사료는 대부분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럼에도 2023년 국내 음식물 쓰레기 퇴비 사용률은 49%, 사료 활용율은 30%에 불과했다. 생산량의 절반도 채 사용되지 않는다.

우리가 방문한 오사키 정은 일손이 딸리는 농촌 지역이라 음식물 쓰레기 퇴비를 농장에 배포해주는 마을 서비스도 시행한다. 그러니 이 퇴비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실 인기가 너무 많아서 재고로 남는 퇴비가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퇴비가 항상 저품질의 퇴비로 여겨지면서 국내에서 사용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과는 영 딴판이다. 이러한 사실은 쓰레기 자원화 시설 탐방과 제로웨이스트 숙소를 운영하는 마을 기업의 젊은 활동가님이 열정적으로 소개해주셨다. 오사키 정은 재활용을 활성화하면서 관련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대외적으로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알리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 많던 음식물 쓰레기 최종 산물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본 일본의 사례와 반대로 국내에서는 대규모 시설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가열하고 건조시켜 이틀 만에 사료로 만든다. 효율적이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투입된다. 일본 제로 웨이스트 마을에서는 동네의 중소형 처리시설에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킨다.

이는 예전에 방문했던 유럽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시티인 이태리 까판노리나 밀라노, 혹은 인도의 벵갈루루와 비슷하다. 까판노리에서는 각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를 실천하면 소득공제를 하는 등 적극적인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펼쳤다. 인도에서는 동네 한 귀퉁이에 퇴비화 상자를 놓고 커뮤니티 퇴비화를 하거나, 동네 공원에서 낙엽과 나무 잔 가지들을 모아 거름으로 만드는 적정기술을 적용하고 있었다.

까판노리 홈 퇴비화 장치 집에서 각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 하는 경우 헤택이 있다. 뒷마당에 이런 수거함을 설치해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한다.
▲까판노리 홈 퇴비화 장치 집에서 각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 하는 경우 헤택이 있다. 뒷마당에 이런 수거함을 설치해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한다. 고금숙
까판노리 홈 퇴비화 집에서 각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 하는 경우 헤택이 있다. 퇴비화되는 비닐 소재는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퇴비화시킨다.
▲까판노리 홈 퇴비화 집에서 각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 하는 경우 헤택이 있다. 퇴비화되는 비닐 소재는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퇴비화시킨다. 고금숙
인도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인도 제로웨이스트 활동가들과 함께 퇴비화 시설 앞에 섰다.
▲인도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시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인도 제로웨이스트 활동가들과 함께 퇴비화 시설 앞에 섰다. 고금숙

국내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시설을 보러 가면 정작 음식물 쓰레기는 하나도 안 보인다. 중앙화된 시스템으로 제어되고 악취를 막기 위해 뚜껑을 닫아 내부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문한 일본 제로웨이스트 마을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시설은 구석구석까지 다 볼 수 있었고, 음식물 쓰레기가 어떻게 기계에 들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재활용되는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시설에서 가끔 들려오는 뉴스를 통해 그곳의 환경을 가늠해볼 수 있다. 메탄 가스 환기가 되지 않아 노동자가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해고한다. 겨울에는 꽝꽝 언 음식물 쓰레기를 뜨거운 물로 녹여서 퇴비화시키고, 아무렇게나 버린 동물사체, 골프공, 숟가락 등의 이물질을 끄집어내기 위해 파리 사육장 같은 펌프 아래로 들어가 막힌 부위를 뚫는다. 다 사람 손으로 하는 일이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에 대한 안전보건 기준이 있지만 정작 처리 부분은 안전보건 기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주 리싸이클링 공장 사례처럼 재활용 처리 시설의 노동자는 하청으로 고용되어 손쉽게 해고된다. 시민들은 쓰레기 처리시설을 혐오시설로 생각해 도시 외곽으로, 지하 깊숙이 밀어낸다.

정작 이렇게 만든 사료는 국내에서 사용할 곳이 없어 아프리카와 베트남 양계장으로 보내기도 한다. 우리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에 엄청난 에너지와 땀을 쏟아붓고 눈물과 피를 뿌려 퇴비와 사료를 만든다. 그런데 그 결과 이역 만리에서 값싼 공장식 축산업을 떠받치는 원료가 될 뿐이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음식물 쓰레기 순환 체계가 필요하다

음식물 쓰레기는 엄밀히 쓰레기가 아니다. 자연은 모든 유기물 쓰레기를 원료로 사용한다. 따라서 유기물인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잔재물이지 쓰레기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이 순환을 끊어버리고 유기물을 쓰레기로 만들어 낭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순환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면 우리가 바로 순환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우리의 생명은 쓰레기 순환의 산물이다.

동물은 식물이 광합성을 하면서 내다 버린 산소를 호흡해 에너지를 얻는다. 척추동물은 몸 속에 남은 칼슘을 거둬들여 뼈를 만드는데, 과학저술가 스티븐 존슨은 이를 "인간이 똑바로 서서 걸어 다닐 수 있는 능력은 몸에 남은 독성 폐기물을 재활용"한 덕분이라고 썼다.

우리가 제로웨이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순환 시스템을 통해 자연의 일부로서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고 그 퇴비를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 곳에 거름으로 돌려주는 순환부터 시작해 보자.

가장 쉽고 빠르게 재활용의 최종 산물이 탄생하는 분야가 바로 음식물 쓰레기다. 그리고 이미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의 천국인 한국이라면 그 어떤 국가보다 더 빨리, 더 나은 순환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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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로 세금 1000억 줄임 ⓒ 유혜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재단 주최, 현대자동차그룹/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다녀온 그린아시아 해외연수 결과물입니다.

작성 / 가고싶어 팀의 금자 (고금숙) kokumsook@gmail.com
#자원순환 #제로웨이스트 #재활용 #소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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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쓰레기쿠스, 알맹상점 / 수리상점 곰손 운영자,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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