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제는 어떻게 바뀌어왔지?

오우미하치망시 사기초 축제를 찾아서

등록 2025.03.18 09:53수정 2025.03.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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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우미하치망 사기초 축제는 신가마를 만들어 이틀 동안 지신밟기를 마친 뒤 마지막 날 밤 '다시' 신가마를 불태우는 것으로 마칩니다.
오우미하치망 사기초 축제는 신가마를 만들어 이틀 동안 지신밟기를 마친 뒤 마지막 날 밤 '다시' 신가마를 불태우는 것으로 마칩니다. 박현국

15, 16일 이틀 동안 오우미하치망시 히무레하치만구(​日牟禮八幡宮)신사에서 사기초축제가 열렸습니다. 축제 마지막에는 마을 사람들이 만든 '다시' 신가마를 불태우면서 '맞세, 맞세!', '아래, 아래!!!'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일본에서 사기초 축제는 연말 연시 집이나 집 둘레에 꾸며 놓은 새해 맞이로 복을 비는 여러 장식품들을 모아서 불태우는 행사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곳 오우미하치망 히무레하치만구 신사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신 가마를 만들어서 불태웁니다.

오우미하치망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둘레 마을 12곳에서는 해마다 정월 초하루부터 '다시' 신가마를 만듭니다. 신가마는 김, 오징어, 양파껍질, 한천, 찐쌀, 말린 박, 냉면 들을 활용하여 그해 12간지 가운데 해당되는 짐승 모습으로 만듭니다. 올해는 뱀의 해, 백사 흰 뱀이라고 하여 흰 뱀을 만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짐승을 만들어 불태우면서 축제를 여는 것은 하늘 높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봄과 더불어 생기가 돌고, 모든 것이 풍요로워질 것을 기원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신가마가 불에 타는 동안 참가했던 마을 사람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맞세, 맞세!', '야래, 야래!!!' 소리를 지르면서 불타는 신가마 둘레를 돕니다.

 축제에 참가하는 마을 사람들은 마을 마다 정월 초부터 석 달 동안 정성껏 신가마를 만들고, 집 문설주에는 빨간 장식을 처마에 매달아 둡니다.
축제에 참가하는 마을 사람들은 마을 마다 정월 초부터 석 달 동안 정성껏 신가마를 만들고, 집 문설주에는 빨간 장식을 처마에 매달아 둡니다. 박현국

신가마가 모두 불타서 쓰러지면 마을사람들은 모두 함께 신사로 가서 신전에 기도를 하고, 노무대에 가서 '미코' 무당의 기원 춤을 보면서 복을 빌고, 미코 무당의 축복을 받고, 만세를 부르고 마칩니다.

오래 전 오우미하치만 사기초 축제는 음력 정월 14, 15일 이틀 동안 열렸습니다. 메이지 때 양력이 공식 달력으로 채택되고, 음력이 폐지되면서 이후 양력 3월 14, 15일에서 가까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열립니다.

25여 년 전 어우미하치망 사기초 축제는 남자들이 중심이 되어 열렸습니다. 남자들이 여장하고,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하고 참가했습니다. 그때 여자들은 구경꾼에 그쳤습니다.


이제 일본은 고령화, 출산 인구 감소가 문 앞에 다가왔습니다. 오우미하치망 사기초 축제에서도 이제는 남녀 구별 없이 가족 모두가 참가하는 축제로 바뀌었습니다. 남녀 가족이 모두 신가마를 어깨에 메고 '지신밟기'를 하고 불타는 다시 신가마 둘레를 돌기도 합니다.

 사기초 축제가 열리는 동안 마을과 신사를 여러 번 드나들며 지신을 밟습니다. 이때 다른 마을 신가마를 만나면 두 신가마를 서로 부딪히며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 겨루기도 합니다.
사기초 축제가 열리는 동안 마을과 신사를 여러 번 드나들며 지신을 밟습니다. 이때 다른 마을 신가마를 만나면 두 신가마를 서로 부딪히며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 겨루기도 합니다. 박현국

일본에는 때나 곳, 목적이나 절기에 따라서 수백을 헤아리는 축제가 있습니다. 고령화나 출산 인구 감소, 그리고 의식 변화들로 축제나 민간 신앙이 점점 약해지거나 사라지고 있습니다. 축제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준비하고, 열리기 때문에 인구 감소 문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축제나 민속행사가 줄어들거나 없어져도 그러한 행사를 통해서 사람들이 노렸던 효과나 목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세계 여러 종교나 민간 신앙이 인류 역사와 더불어 같이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봄비가 내리는 3월 중순 오우미하치망 사기초 축제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비었습니다. 축제를 구경하는 구경꾼이나 신가마를 만들고, 축제를 진행하는 마을 사람들이나 모두 똑같이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석 달 동안 준비하며 연 사기초 축제는 마지막에 신가마를 불태우고, 신사에서 복을 기원하는 것으로 마칩니다. 신사 노무대에서 미코 무당이 춤을 추며 축원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석 달 동안 준비하며 연 사기초 축제는 마지막에 신가마를 불태우고, 신사에서 복을 기원하는 것으로 마칩니다. 신사 노무대에서 미코 무당이 춤을 추며 축원을 합니다. 박현국

참고누리집
오우미하치망사지초보존회 https://www.sagicho.net/,2025.3.17,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상징사전 사(巳), 퇴계원맞이굿 뱀떡(경기남양주), 2024.12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맡아 일하고 있습니다.
#오우미하치망시 #사기초축제 #시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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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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