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오정구 고강초등학교 담장 벽화. 박영태 대표가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부규
- 직업 전환 전후의 소감과 1인 기업 창업 후 제2 인생에 있어서의 느낌은?
"제가 광고 회사 근무할 때는 디자인 편집이 순전히 수작업이었어요. 컴퓨터가 상용화되고부터는 모든 게 컴퓨터로 작업해서 인쇄소로 넘어가잖아요. 사실 광고회사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가 컴퓨터를 무서워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그리는 건 자신 있는데 컴퓨터는 정말 싫었거든요. 처음에 관공서에 일 들어갈 때도 시안이 필요하잖아요. 그걸 다 손으로 그렸어요. 수정 사항이 나오면 진땀을 빼는 거예요. 안 되겠더라고요. 포토샵을 서울 강남에 있는 학원까지 가서 어렵게 배웠어요. 피하지 않고 부딪힌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거를 내 마음껏 펼칠 수가 있으니까 너무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피했으면 이 업종에서 퇴출됐을 거예요. 포토샵을 배운 후에는 수정작업이 너무 편하고 시간 절약이 엄청나니까 정말 날아갈 것 같더라고요.
2001년도 창업할 당시에는 일이 만화 벽화가 주였기 때문에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만화라는 주제가 정해져 있으니까 여기도 만화 저기도 만화였어요. 일이 참 재미있었어요."
- 벽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몇 년 정도 경력을 쌓아야 창업 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요?
"현장 경험이 중요해요. 벽화 일에서 페인트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기자재들이 얼마만큼 투입되어야 하는지 파악하고 또 실제적으로 현장에서 일을 해 봐야지만 재료비를 산정하고 소요되는 품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죠. 그래야 견적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한 2년 정도는 현장 경험을 해봐야 돼요. 견적 잘못 내면 손해를 볼 수 있거든요.
창업에 필요한 거는 혼자할 수 없는 일이니까 같이 그림 그릴 화가와 사용하는 재료를 알아야 해요. 제가 권장하고 싶은 거는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요. 재료 쓰는 거를 가르쳐줘요. 글자 도안이나 패턴 도안하는 방법도 연습하니까 도움이 될 거예요."
- 창업 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창업 후 초창기에 우리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 벽화 일이 약속된 게 없다 보니까 공백 기간이 길어지는 게 힘들었어요. 되게 불안했죠. 일할 때는 신나고 재밌는데 공백기간이 길어지면 이거 내가 여기에 잘못 발을 들였나 싶기도 하고 정말 초조했어요."
- 이 일의 매력이 있다면?
"서로 다른 일 앞뒤 공백기간 동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그리고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엄청 자유롭다는 것이 이 일의 매력이에요. 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신나게 일하고, 일이 없으면 내 시간을 가지면서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죠. 그리고 벽화 일이 끝나고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면 성취감이 엄청 높아요."

▲박영태 대표가 배우 겸 화가인 김규리 씨와 함께 시공한 부천시 고강초등학교 담장 벽화. 초등학생들과 지역 주민들 그리고 연예인들까지 동참해서 함께 작업한 벽화다. 참여자들의 수많은 손도장이 그림 뒤에 숨어 있다.
김부규
- 월 수입은?
"지난해 한 해 매출이 1억 5000만 원 정도 돼요. 작업 건수는 10건입니다. 1인 사업장 치고는 적은 편은 아니지요. 1건당 매출금액은 각기 달라요. 어떤 건 3000~4000만 원짜리도 있었고 몇 백만 원짜리도 있었어요. 순수익은 매출에서 20~40%까지 보고 있어요. 개인 봉급 정도는 충분히 나오는 거죠. 이제는 직장생활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아요."
- AI 시대 이 직종의 전망은?
"AI 시대가 왔다해도 벽화 현장 상황이 컴퓨터나 로봇으로 사람 손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사람 손이 필요해요. 벽화 분야는 1인 창업을 해도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하루 아침에 배워서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상당한 그림 솜씨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아요.
저희 직종이 벽화뿐만 아니라 그래픽적으로 일반 도장도 할 수 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라 훨씬 색채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죠."
- 인생 후배들한테 현실 조언 두 가지 정도만 부탁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거는 '체력 관리'인 것 같아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일단 건강해야 되잖아요. 저는 25년 동안 족구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체력적으로 지치거나 힘들지는 않아요.
두 번째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은 취미가 업이 될 수도 있으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든 뭐든 한번 찾아보세요. 보통은 처음에는 취미생활로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 일하면서 즐거우면 그게 자기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뱅크시'(정체불명의 영국 화가, 그래피티 아티스트)처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요소 요소에 벽화를 그리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 이런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풍토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할 만한 데가 정말 많거든요. 그런 쪽으로 재능기부를 통해 작품을 남기고 싶습니다."

▲기업 공사 실적과 수상 내역 다년간의 경험과 노력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김부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저자. 은퇴(퇴직) 후 새 인생을 개척하여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들의 실제적이고 생생한 경험 이야기를 인터뷰하는 작가입니다.
공유하기
퇴직 후 벽화 1인 기업 창업 "이제 직장 다니라 해도 못 해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