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충망시트와 테이프
이혁진
희한한 일이다.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일단 방충망 시트를 찾으러 철물점을 찾으러 다녔다. 그런데 답은 가까이 있었다.
방충망 시트를 창틀에 부치면 완성되는 제품이 최근에 나온 것이다. 그래서 방충망 작업을 단돈 5천 원 정도로 해결했다. 재단하고 부치고 청소하는 등 작업시간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람을 불러 작업을 시켰다면 최소 인건비 등 10만 원은 족히 들었을 것이다. 이 뿌듯함은 직접 해본 사람이 아니고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아내에게 한번 시공한 것을 보라고 했더니, 처음엔 내 솜씨를 의심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맥가이버로 정식 인정하다며 '엄지 척'을 했다.
집수리를 하기 전만 해도 아내가 집 일을 시키면 한숨부터 나왔다. 짜증을 낼 때도 있었고, 가끔은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아내의 요청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뭔가 돈 되는 일감을 찾은 듯 기쁘다. 내가 이렇게 변했다니 나 자신도 그 이유를 잘 모를 일이다.
심지어 고친 후 실력을 평가받고 싶어서, 고친 뒤엔 어떠냐고 되물을 정도로 여유까지 생겼다. 마치 유명 가전회사 엔지니어들이 수리 후 서비스 설문조사를 요구하듯이 말이다.
새로 만든 방충망을 보더니 아내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이것이 '은살남(은퇴 후 살림하는 남자)'이 맛보는 희열과 보람이 아닐까 싶다.
또 한 번은 화장실 욕실 바닥 배수가 잘 되지 않아 샤워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아내의 민원(?)이 있었다. 아버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실제 보니 바닥이 '한강수'를 이루고 있었다. 옛날이었으면 이런 광경에 겁부터 먹고 도망갔을덴데, 한 번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다고 나섰다.
작은 성공들을 경험하다 보니 이젠 문제가 생겨도 별 게 아니고, 일단 방법을 찾아 막힌 곳을 뚫으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엔 실로 상상할 수 없던 변신이다.
욕실 배수도 배관업자를 부르지 않고 간단히 해결했다. 아내는 집에 배관해결사가 생겼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나아가 새로운 도전과제를 찾았다. 오는 6월, 장마에 대비해 페인트방수를 직접 해보는 것이다. 천천히 며칠 작업하면 인건비 백여만 원은 족히 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가 조금 움직이면 인건비를 버는 것이다. 집에서 가족들로부터 따뜻한 환대와 대접을 받는 일이기도 하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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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원 들 일이 5천 원에... 이 맛에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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