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포머룸 스프링 저항과 철봉을 이용해 근력강화에 도움을 주는 필라테스 기구를 활용한 캐포머 룸
정슬기
첫 그룹 수업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그룹 수업이라지만 수강자가 8명 이내여서 집중도가 높았고 선생님의 차분하고 찬찬한 수업 방식이 나와 잘 맞았다. 아마 그동안의 경험치가 쌓여 도움이 됐겠지만 개인레슨 때는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전력 질주하는 것 같았다면, 그룹 수업은 열심히 달리다가 중간중간 나무도 보고 하늘도 보며 힘을 내 다시 달리는 기분이었달까.
역시 모든 일에는 궁합이 중요했다. 그룹 레슨 후 필라테스 가는 날이 기다려졌으니까. 그렇다고 그룹 레슨이 결코 덜 힘든 건 아니었다. 동작 하나하나마다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살짝 밀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은 순간들이 반복되었다. 한 동작을 할 때마다 선생님은 열까지 세며 버티기를 주문했고, 나는 내 나름의 주문을 외우며 버텼다.
이걸 버텨내야 다시 병원에 가는 일이 없는 거야, 이걸 버텨내면 혈액 수치가 좋아지는 거야(2년 전 나는 수술을 받은 적 있다). 한편으로는 내 옆에서 같이 헉헉 대는 회원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동지애를 느꼈다. 동작을 유지하기 위해 오만상을 찌푸리다가도 나와 비슷한 순간 한숨과 탄식을 내뱉는 그들의 숨소리에 묘하게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작년 가을쯤 시작한 필라테스는 겨우내 내 일상의 활력소가 되었다. 쌀쌀한 아침, 조금 더 누워 있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고 일단 필라테스를 하고 나면 내 굽은 어깨와 허리가 조금은 꼿꼿해지는 것 같다. 흐물흐물했던 내 엉덩이가 조금은 올라 붙는 것도 같고. 화석처럼 깊숙이 감춰진 내 엉덩이 근육은 남편도, 엄마도 절대 모르는 오로지 나 혼자만 느낄 수 있는 거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효능감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선생님의 주문 대로 "골반을 펴내고 배 집어넣고 엉덩이에 힘주고!!" 걷다 보면 내 앞에 닥친 그 어떤 어려운 일도 술술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어떤 어려운 동작도 버티다 보면 끝이 나는 것처럼 내 인생의 어떤 순간도 곧 지나갈 것이라는 희망도 품게 된다.
부들부들 떨리는 내 몸 곳곳과 수시로 터져 나오는 탄식, 초점 잃은 동공이 제 궤도로 돌아오면 비로소 평온한 마음과 긍정적인 기운이 솟아오른다. 고질적인 어깨통증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물론 아직 내 몸은 전단지 속 그녀와는 딴판이지만 마음만큼은 조금 더 우아해진 것 같다.
가끔 일상의 부침에 승냥이처럼 포효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필라테스 호흡법을 소환해 낸다. 갈비뼈를 풀어헤치며 깊이깊이 코로 들이마시고 다시 갈비뼈를 꽉 조이며 깊이깊이 입으로 내쉬어 본다. 후우~~~ 소리를 내면서. 그럼 내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진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4050 시민기자가 취향과 고민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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