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월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오른쪽)이 윤 대통령을 경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계엄 직후 저와 인터뷰에서 '12.3 비상계엄이 12.12 쿠데타와 유사하다'고 했죠. 책에선 윤석열 정부가 이승만 정부와 유사하다고 나옵니다.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박정희 어젠다(의제)가 끝났다고 생각해요. 외환위기 이후에 우리 사회의 보수가 어디로 나아가느냐를 고민할 때 당시 조갑제씨를 비롯한 많은 보수 논객들이 박정희 신화를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물로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했잖아요.
근데 박정희 신화처럼 안 됐잖아요. 그러니 남은 건 이승만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 정부에 들어서 이승만 정부를 찬양하는 시도들이 계속 진행됐어요. 백 보 양보해서 박정희 정권 때는 나름대로 모순적이지만 이뤘던 것들이 있죠. 과격한 산업화의 논리라든지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 같은 성과가 있었죠. 하지만 이승만 정권은 아무것도 없거든요. 이승만 정권은 개인 우상화 그리고 관료와 경찰의 대민 지배, 그외에는 지독히 가난하고 방향 없는 공허함밖에 없었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이승만을 띄우는 방식이 윤석열 정부가 하는 방식과 똑같아요. <건국전쟁> 같은 영화를 만들어 캐치프레이즈를 세운다든지, 독립 영웅들의 이름을 지우고 친일파를 그 자리에 세운다든지... 이승만 정부가 보여줬었던 자의적·맹목적 행태와 같아요. 흥미롭게도 윤석열 정부는 진정한 의미에서 이승만 정권을 계승하려고 했다고 봅니다. 그게 답답하고요.
또 하나, 보수의 재정립은 근본적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노태우나 김영삼처럼 민주화를 인정하고 민주화 안에서 뭔가 해보려는 것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으려기보다 독재자들의 향수를 끌어들여서 뭔가 해왔어요. 그럼 남은 건 전두환이거든요. 그러면 전두환을 갖고 앞으로 국민의힘이 먹고 살 건지 물어보고 싶어요."
-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이력 외엔 다른 경력이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쳐서일까요?
"윤석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난 20~30년간 뉴라이트 세력이 주목받던 세력은 아니었습니다. 나쁘게 얘기하면 '보수의 찌꺼기' 같은 세력들이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교회같은 데 들어가서 당위성을 주장하며 세를 불리다가 다시 나왔어요.
이 사람들은 기존에 있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대안을 세우는 준비는 하나도 안 돼 있던 부류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니 이 모양인 거죠. 그래서 사실 윤석열 정권의 실패라는 건 뉴라이트의 실패라고 생각해요."
- 최근 극우파들의 주장 중 하나가 '국민저항권'인 것 같습니다. 현행 헌법엔 없다고 나와요. 국민저항권이 독재 등 불의한 정권에 맞서 싸울 때면 모르겠는데 극우 세력이 폭동을 일으키면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지의 소치입니다. 자신들의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하는 말이죠. 이 사람들이 얘기하는 건 '폭동'이에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저항권을 얘기할 때 저항권의 전제는 사회 계약설입니다. 사회 계약이라는 게 권력을 원래 시민들이 갖고 있는데 국가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해서 권력자들한테 맡겨놓는 겁니다. 그런데 위임받은 자들이 권력 운영을 잘못해 시민들이 권력자들을 향해 '국가 잘 운영하라'고 하기 위해서 요구하는 걸 저항권이라고 얘기합니다.
여기서 사회 계약의 전제라는 것은 결국 '민주공화국을 잘 유지하고 지키느냐'와 '국민의 욕구를 잘 발현시키느냐'의 얘기에요. 지금 거리에 나오는 극우 폭동 세력은 오히려 헌법을 어기면서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국민 절반 이상을 '빨갱이'로 몰아가고 있어요. 그러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국민 저항권이라고 얘기합니다.
이걸 누가 받아들이겠어요? 살면서 이렇게 국민저항권 운운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광장에서도 그들을 압도해야겠지만, 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지식의 탑'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발언에서 미래를 보다
▲<민주 공화국의 적은 누구인가>의 책 표지
사계절
- 책에는 한국 개신교에 대한 얘기도 나옵니다. 최근 몇몇 목사들이 극우 집회 이끄는 걸 보면서 교회 다닌다는 걸 말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기독교인이 많아요. 작가님도 비슷할 것 같은데.
"내란 장기화로 한국 극우 세력의 문제가 대두됐을 뿐만 아니라 한국 개신교가 보수 세력의 주 세력이라는 게 입증됐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윤석열 정권의 모순과 문제점 그리고 한국 보수가 갖고 있는 한계를 봤다고 생각해요. 덧붙여서 한국 개신교가 얼마나 반지성적이고 부도덕한 편을 들고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세력인지 역시 모두가 봤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 개신교는 교세가 굉장히 많이 위축됐잖아요. 더 위축되고 몰락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가톨릭이나 불교도 상당히 보수적이에요. 그렇지만 가톨릭은 보수성과 진보성이 교회 내에 같이 있어요. 불교는 애초에 세속과는 한 발 떨어져서 그들만의 수행 세계를 중요시합니다.
개신교는 세상 속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종교인데, 세상 속에서 극우파를 편들고 여전히 1950년대식 반공주의를 주창하고 있어요. 또 더 심각한 건 몇몇 목사들이 말을 하면 전위대처럼 밖으로 나와 마치 나치 집회와 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성도들의 모습입니다. 전광훈도 문제지만 극우집회에 나오는 2030 젊은 세대 중 교회 청년회 회장들이 많거든요."
-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한국 교회의 한계인가요?
"한국교회는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성경 무오설, 창조 과학을 믿어요. 그리고 근대 이후에 어마어마하게 나온 수많은 지식과 정보, 또 세상 바라보는 시각을 막았어요. 사실상 교회는 목사들이 교황인 셈입니다. 맹목적인 집단으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이것이 바뀌지 않는 한 사람들이 어떻게 교회를 사랑하겠습니까."
- 지금 상황은 탄핵소추안이 인용돼 새 정부가 출범할 거 같은데... 그럼에도 새로운 나라가 될까 하는 데 의문이 많습니다.
"당분간 힘들겠죠. 왜냐하면 극우파가 정치 세력화 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윤석열 내란 재판이 길어지면서 윤석열이 새로운 정치 세력의 구심점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요.
이번에 심우정 검찰총장의 윤석열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 판단을 통해 봤던 것처럼 사법부나 검찰은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이거든요. 그래서 사법부나 검찰의 판단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면서 우리가 거기에 매몰돼 또 시간을 흘려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봤을 때 앞날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행동하는 양심'과 '조직화된 시민의 힘' 같은 이야기요. 30, 40대서부터 '유능'했던 김대중 국회의원이 박정희 정권 당시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대안적 정치 비전을 제시했던 모습, 그리고 우리가 정치권에 너무 의존하는 것보다 스스로를 조직해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힘을 갖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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