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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03.24 14:24수정 2025.03.24 14:24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언젠가 노동에서 벗어나면 커피 향 가득한 거실에서 우아하게 책이나 읽고 싶었다. 일에 조종당하지 않는 그런 날을 기다리며 읽고 싶은 책들을 메모해 나갔다.
눈에 띄는 소개글이 보이면 한가로이 책만 읽어도 되는 그날이 보이는 듯했다. 설마 책 한 권 읽을 틈도 없이 일에 내몰렸겠는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저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그런 식으로 그리워했던 것이다.
50대 후반인 나는 과거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일자리가 주어지면 참여하고 싶으나, 현재로서는 일을 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과거 메모해 둔 도서를 검색하며 무엇부터 읽을까 고민해도 되는 여유가 생겼다. 책값도 만만치 않고, 좁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소장한 책들 정리에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집 근처 도서관을 찾는다.
요즘은 지역 도서관 시설이 쾌적하고 안락해, 이용하면서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경기 부천의 우리 집 근처에선 예약 후 영상 콘테츠를 제작할 수 있는 미디어 창작소가 있는가 하면, 거기선 신청시 강당을 갖추고 영화 상영도 해주기 때문에 무료로 문화생활이 가능하다.
좌석도 일률적이지 않아 지루하지 않다. 방석 놓인 계단식, 일인 및 대형 소파, 노트북 사용 가능한 좌석까지 맘대로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일인 좌석은 그야말로 나만의 아방궁이나 다름없다.

▲ 필자가 사는 지역 도서관의 다양한 좌석. 일인 소파는 아늑하고 계단식 좌석은 카페 느낌이다.
오순미
집에서 3분 거리에 '작은 도서관(접근성이 용이한 생활 밀착형 소규모 문화 공간)'이 있다. 슬리퍼 신고도 갈 수 있다는 뜻의 '초슬세권'이어서 여름에는 피서지로도 충분한 축복의 장소다.
지역 대표 공공도서관에 비해 책 보유량은 적지만 상호대차를 이용하면 웬만한 도서는 얼마든지 대출받을 수 있다. 협약된 지역 도서관끼리 소장 도서나 그 외 자료를 주고받는 시스템이어서 신청 후 하루 정도 기다리면 이용자가 지정한 도서관으로 원하는 책이 배달되기 때문이다. 나같은 독서 관심가에겐 안성맞춤이다.
도서관에 자주 방문하다 보니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역 도서관 홈페이지에 입장하면 도서관마다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한눈에 볼 수도 있다. 작가와의 만남, 공예, 글쓰기, 수채화, 난타 등 무료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오디오북부터 유명작가 북토크까지... 제2의 삶 가능한 이곳
나는 대략 2년 전 쯤부터 도서관 프로그램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퍼스널 컬러 진단, 큰 별 김태성 선생님에게 배우는 한국사, 김영하 작가와의 만남 등 주로 도서관을 통해 알찬 경험을 했다. 김영하 작가와 김태성 선생님 만나기, 전문가에게 퍼스널 컬러 진단받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런 점에서 도서관은 여가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배운 것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제2의 삶을 열어갈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다만 그런 프로그램은 장기적이고 조기 마감된다는 특성 때문에 신중하고 신속하게 신청해야 한다. 생각 없이 신청한 후 중도 포기하면 선착순에 밀린 다른 학습자가 피해를 당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민의 도서관 이용 실태 조사(2018)'에 따르면 60대 이상에서 도서관 이용률이 68%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2023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2022 실적 기준)'에선 독서·문화 프로그램 참가자가 2천5백만 명으로 2021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도서관은 이제 아동과 그 가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 세대에 걸쳐 삶의 질을 향상하는 토대로써 소임을 다하는 중이다. 학생 공부방, 청년 취업준비, 성인의 독서 및 평생 학습, 퇴직 후 여가를 즐기는 시니어에겐 사회 안전망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시민의 독서·문화·복지를 위해 도서관이 제 기능을 수행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도 높은 도서관(자료사진).
itfeelslikefilm on Unsplash
다만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도 높은 도서관에 익숙해질 때쯤, 문제가 터졌다. 진득하게 앉아서 책 좀 읽으려면 눈이 건조해지고 허리 통증이 일었다. 노안과 허리 때문에 의식적으로 쉬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몹시 불편했다.
통증의학과 진료도 받고 컴퓨터나 휴대폰 사용 시 블루 라이트 차단이 되는 '오피스 안경'도 새로 맞추며 불편을 덜어보려 애썼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우아한 책 읽기는 뒷전이 되었고 휴대폰과 컴퓨터 사용도 줄여야만 했다.
'모름지기 독서는 종이책'이라고 오래 고집하던 생각을 접기로 했다. 눈과 허리 건강을 위해 오디오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요샌 휴대폰 어플도 잘 나와있고 월정액 부담 오디오북 서비스도 여러 가지라고 해서,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지 주변에 조언을 구하던 중 도서관 홈페이지에 오디오북 메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과 홈페이지에 수시로 드나들었건만 오디오북이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다니, 등잔 밑이 어두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었지만 지출을 막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얻게 되니 횡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지역 도서관 홈페이지 오디오북 메뉴.
오순미
오디오북 메뉴에 들어가니 천여 권이 넘는 도서가 저장돼 있었다. 소설에서 자기 계발까지 장르별로 분류되었고 검색창도 있어 원하는 도서를 찾으면 되었다. 타 지역 도서관에 가입하면 이용 범위를 넓힐 수 있겠다 싶어 전화해 보았다.
거주하는 주소지와 일치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디오북이니만큼 타 지역 주민에게도 열람 기회를 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텐데, 아쉬웠다. 자주 업데이트 돼서 더 많은 도서를 들을 수 있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새롭게 알게 된 장점, 오디오북은 직접 가서 책을 빌리고 반납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자유롭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24시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잠들지 못할 때 오디오북을 듣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그럴 때 시간 예약 기능이 있다면 듣다가 스르륵 잠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을 꾸준히 이용했지만 오디오북의 존재를 몰랐던 것처럼, 지역 사회의 다양한 혜택에 관심 갖지 않으면 제대로 누릴 수 없다. 관심에 부지런함이 합쳐지면 제2의 삶이 결코 지루하진 않을 것이다.
가끔이지만, 때론 연령 때문에 젊은이에게 민폐 되지 않을까 덥석 수용하거나 신청하지 못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60대 이상 장노년층에게도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돼 도서관 활용이 노년층의 삶에 윤활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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