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2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쌀값 정상화와 양곡관리법 개정을 촉구하며 나락을 뿌리고 있다.
유성호
식량은 안보(安保)다. 국방비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 식량 자급률은 계속 줄고 있다. 1990년대 70%에서 2021년 44.4%로 떨어졌다. 곡물 자급률은 20.9%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2027년까지 식량 자급률을 55.5%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자급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정부 계획이 실현되고 있지 못한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식량 생산업(業)인, 농업, 축산업, 어업 등이 위축되어 있다. 현상은 농업에서 특히 도드라진다. 대한민국 농업은 지금 괜찮은가.
농업은 전통적으로 1차 산업으로 분류되어 왔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6차 산업'이라는 개념이 대두되었다. 1차 산업과 가공, 제조인 2차 산업, 서비스, 유통, 관광인 3차 산업을 융합한 모델이다. 우리나라도 2010년 이후 이를 받아들여 관련 입법과 국가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농업의 지속가능 발전과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농업은 더 이상 1차 산업이 아니다. 아쉬운 점은 농업의 질적 도약을 향한 움직임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방향을 못 잡고 있는 듯 보인다.
얼마 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쌀 초과 생산량이 35%를 넘거나 쌀값이 평균대비 58%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자는 취지다. 이를 두고 농민과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에서 올린 개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경이다. 쟁점을 정리해 보자. 농민들의 주장은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을 보장하여 안정적인 농업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의무 매입이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을 가져오고 쌀 초과 생산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이상하게 들린다. 곡물 자급률이 주요국 중 최하위인데 쌀이 과잉 생산된다니 말이다. 쌀 소비가 줄어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공급 대비 수요가 감소하는 셈이다. 쌀 소비 통계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다. 농민들은 통계 해석 차이와 정부 정책 오류를 지적한다. 식생활 변화로 쌀이 밥상에 오르는 형태는 다양해졌다. 밥으로 단순 수치화하는 건 오류 가능성이 크다. 재고 증가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으며, 식량의 수요 공급은 국가의 전략적 판단과 전문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농민의 본분은 땀 흘리며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것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평균 1조 원 이상 추가 재정 지출이 발생한다고 한다. 행정 편의주의 발언이다. 1조 원은 큰돈이다. 재정 낭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공무원의 역할이다. 세금으로 급여를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정안에 몽니를 부릴 게 아니라 밤을 새워서라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분야 전문가들 아닌가. 열심히 그저 일을 하는 농민들을 탓할 게 아니다. 수요와 공급 문제라면 시장에만 맡길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 관여해서 해결하는 게 순리다. 식량은 안보이고 중요한 무기다.
실탄, 포탄, 전차, 미사일 등 국방 무기가 공급 과잉된다고 시장이 알아서 할 거라고 뒤로 물러나 팔짱 끼는 일은 없다. 사실 그런 일은 좀체 발생하지 않는다. 국방 무기의 수요와 공급은 사전에 면밀하게 관리되고 통제되기 때문이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군인들을 생존 한계선 밑으로 밀어 넣는 정부는 없다. 농부는 식량 안보를 지키는 군인이다. 농부들이 원하는 건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계속 농사를 짓는 것이다. 정부는 부디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작아져만 가는 농업을 정상화해 주길 바란다. 전쟁 없는 평화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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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는 갈수록 느는데 식량 자급률은 갈수록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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