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산청 산불진화대원들이 지난 23일 야간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청
다시 화마가 전국을 덮쳤다. 건조한 서풍으로 백두대간의 동쪽인 강원영동과 경상도 및 이에 인접한 충청도와 전라도 일부 시군에 건조특보가 발효 중이며, 경남 산청과 김해, 경북 의성, 충북 옥천, 울산 등 곳곳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1만 헥타르에 가까운 숲과 마을을 태우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시켰다.
산림청과 소방청, 지자체 등은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 100여 대와 인력 7천여 명을 투입하고 있으나, 강한 바람과 건조한 공기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히려 산불 진화 대원 4명의 안타까운 희생과 중상 5명 등 부상자가 발생했다.
대형 산불의 씨앗, 남고북저 기압계
이번 산불 역시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남고북저 기압계에서 발생했다. 겨울 동안은 남쪽으로 흘러 내려온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가장자리에서 녹아내리듯 사라지지만, 봄으로 접어들며 따뜻한 지표에 의해 고기압 하층이 변질되고 상층의 지원도 차차 강해지며 북태평양 방향으로 흐르는 이동성 고기압이 된다.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에 자리 잡고 시계 방향으로 회전할 때, 우리나라 북쪽에는 상대적으로 저기압이 자리 잡으며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에 중국 대륙의 건조한 공기가 두 회전의 넓은 입구에서 우리나라를 향해 불어오다가 점차 좁아지는 바람의 길을 만나게 되므로, 공기의 흐름이 빨라져 강한 바람으로 변해 간다.
대륙 내부에서 불어 들어온 건조한 바람이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의 좁은 회전 틈바구니에서 강하게 밀려오며 우리나라에 강풍과 건조를 유발하지만, 특히나 산맥을 넘으며 더욱 강하게 증폭된다. 강한 바람이 공기를 떠밀어 남북으로 뻗은 백두대간에 수직으로 강제 상승 시키지만, 건조한 바람이기에 산맥의 정상에 이르기까지 응결하지 못해 구름이 생성되지 않는다.
결국 정상에 다다른 건조한 공기는 중력을 따라 풍하측인 산맥의 동쪽으로 폭포수와 같은 강풍이 되어 쏟아져 내리며 공기가 눌려 기온은 더욱 높아지고, 습도는 더욱 낮아진다.
강풍... 산불의 원인이자, 진화의 장애물
매번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마치 우연인 듯 '하필 산불일 때 바람이 강하게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는 표현을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이는 우연이 아니다. 위에서 설명한 남고북저의 기압계 패턴이 애시당초 강풍과 고온, 건조를 동반한 일종의 패키지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산불 진화의 유일한 공중 자산은 회전익 항공기(헬리콥터) 뿐이다. 하지만 회전익 항공기는 강풍, 난류, 연기로 인한 저시정 등에 매우 취약하여 이러한 조건 속에서는 운영이 어렵다. 또한 야간에는 회전익 항공기의 출동이 불가능해 산불이 재발화, 확산하는 일이 잦으며, 목숨 건 지상 인력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상 인력의 위험을 줄이고자 악조건에도 무리하게 회전익 항공기 운영을 강행하는 경우는 도리어 조종사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진퇴양난에 놓인다.
대형산불의 원인 자체가 남고북저 기압계 패턴에 의한 강풍인데, 그러한 대형 산불을 진화할 수 있는 주된 항공 자산이 강풍에 취약한 회전익 항공기 뿐이라는 것은 위태롭기 그지 없다. 강풍 상황 속 공중 자산의 투입 불가로, 지상 인력에 의존한 진화 작전이 반복되면 이번과 같이 안타까운 희생은 다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고정익 산불 진화 항공기의 필요성
이러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기상의 영향을 적게 받고 저수 용량이 큰 고정익 항공기(비행기)의 도입 주장을 정치권과 언론이 되풀이 하지만 언제나 그 때 뿐이다.
다만 경상남도가 지난 2012년 1년간의 임차 계약으로 회전익 항공기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저수 능력을 갖춘 고정익 항공기(캐나다산 CL-215기종)를 도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비싼 임차 비용과 적은 투입 횟수 등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2013년, 홍준표 지사는 간부회의에서 "야간 진화 실험도 안 해보고 20억 원이나 되는 도민 세금으로 엉터리 계약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항공기는 결과적으로 임차 재계약을 포기, 현재까지 우리나라엔 고정익 항공기가 산불 진화용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물론 현재 상용화된 기종의 특성이 취수 방식과 이착륙 방식 등에서 우리나라의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5세대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는 대한민국의 기술력으로 미루어 보아 산불 진화를 위한 고정익 항공기를 우리나라의 지형과 환경에 맞게 생산해낼 수 있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강해지는 산불의 강도와 발생 빈도를 고려했을 때, 단순히 산불 진화 항공기의 생산 및 도입 뿐만 아니라 취수 방식과 운영 환경을 아우른 대형 산불 진화 체계적 대응 시스템에 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도입 고려 시 매번 반복되는 예산 타령, 국내 지형과 송전탑 타령만 하다 보면 진화 대원의 안타까운 희생과 산림의 소실만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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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현재는..
영업용 화물차를 운전하는 노마드 인생.
그거 아시죠? 운전하는 동안, 샤워할 때 만큼이나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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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 고정익 항공기 도입은 도대체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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