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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한승헌의 '유머'

[광복80주년명문100선 80] 타고난 반골정신과 학문적 탐구심 그리고 체화된 유머를 즐기며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선 인물이다.

등록 2025.03.29 16:20수정 2025.03.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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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선생 납치사건’ 진상규명 소견서 발표하는 한승헌 변호사(1993년 11월)
‘김대중 선생 납치사건’ 진상규명 소견서 발표하는 한승헌 변호사(1993년 11월) 김대중대통령 군산기념사업회

검찰공화국, 검찰정권의 수장이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고 반란을 시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전두환 정권의 하나회를 방불케 한 검찰(출신) 권력이 박정희의 유신정변을 닮은 국가변란을 시도한 것이다. 다행히 깨어 있는 시민들의 힘으로 반란의 우두머리와 하수인들이 단죄를 받고 있다.

판사·검사·변호사·피의자·방청인을 두루 겪은 한국 법조사 유일의 기록을 가진 분이 있었다. 짧은 기간 감사원장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지만 곧 재야의 본업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다수의 법조인이 시류에 영합하고 보신 출세에 급급할 때 타고난 반골정신과 학문적 탐구심 그리고 체화된 유머를 즐기며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선 인물이다.

한승헌은 1934년 전북 진안군에서 태어나 알바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취업의 수단으로 고시에 합격, 법조인이 되었다. 순탄했던 검사를 5년 만에 그만두고 평생 직업 변호사가 되었다. 재야 인사들의 전담 변호사가 되고, 김대중을 변호했다가 정치보복을 당해 피고인이 되고 '천직'마저 박탈되었다.

생계용으로 출판사를 경영하고 대학에 출강하는 등 분방하게 살면서 넉넉한 유머와 기지·해학으로 살벌한 시대를 녹이면서 시민들과 어울렸다. 유머 관련 책도 여러 권을 펴냈다. 몇 편을 골랐다.

신년 덕담 삼아 나이 들고 수척해진 나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변호사님(혹은 아직도 '원장님') 같은 분이 장수하십니다. 장수."


이런 덕담에 고맙다고 답례 한마디 할 때도 있지만, 더러는 신종 답변을 한다.

"나는 장수가 아니라 그 옆의 진안(사람)입니다. 진안."


레이건 대통령의 유머도 정평이 나 있었다. 그가 백악관 근처에서 괴한으로부터 권총 사격을 받고 황급히 입원을 했다. 다행히 의식은 있었다. 수술대 주위를 주치의, 의사단, 간호사 등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 우환 중에도 여러 명의 아름다운 간호사들을 향하여 윙크를 한 레이건은 한마디를 날렸다.

"Does Nancy Know This?(우리 집사람이 내가 이런 미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라고.

러시아의 한 갑부가 은행에 나타났다.

"저에게 100달러만 융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은행과 아무런 거래가 없는 사람이니 10만 달러 상당의 내 벤츠차를 담보로 내놓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융자는 이루어졌다. 1년 후 그 갑부는 다시 이 은행에 나타나서 원금 100달러에다 이자 5달러를 합쳐 105달러를 갚았다.

은행원이 뭔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한 가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예. 그러시지요."
"불과 100달러 융자를 위해서 왜 이렇게 고액의 담보를 제공하셨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그 부자의 대답은 이러했다.
"비싸다고요? 정반대입니다. 1년 동안 불과 5달러에 경비까지 붙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둘 수가 있었으니 얼마나 쌉니까?"

비좁은 나룻배에서 한 농부가 임신 7개월 된 귀부인의 발을 밟았다. 성난 귀부인으로부터 호되게 얻어맞았다. 너무 힘들여 때리던 그 부인은 바닥에 넘어져서 유산을 하고 말았다. 그 여자의 남편은 농부를 관청으로 끌고가서 판결을 내려달라고 했다.

현감의 판결은 이러했다.
"너는 그 여인을 집으로 데려다가 먹이고 입히고 재운 뒤 그녀가 또 다시 임신 7개월이 된 다음 저 남편한테 데려다 주도록 하라!"

그 말을 들은 부자는 아내를 데리고 황급히 사라졌다.

원님에게 두 남자가 찾아와서 금덩이를 놓고 서로 자기 것이라며 시비를 가려달라고 한다. 그러나 원님은 이 금이 딱 누구의 것이라고 판단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으니 절반씩 나누어 갖도록 하라고 판결을 하면서 "내가 판결해 준 값으로 너희들 집에 가서 식사대접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 중 한 사람의 집에서는 보리밥에 된장만 내놓았다. 반면 또 한 사람의 집에서는 닭을 잡고 술을 받아다가 성찬으로 대접했다. 이튿날 원님은 두 사람을 다시 불러놓고 그중 성찬으로 원님 대접을 한 사람에게 호통을 치면서 차지한 절반의 금을 돌려주라고 엄명했다. 진짜 금덩이 주인은 분통이 터져서 원님을 홀대했는데, 원님이 이것을 제대로 알아차린 터였다.

아테네에서 땅을 파보았더니 철사 토막이 하나 나왔다. 그러자 그리스 사람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미 전화가 개통되었다는 증거다."

로마에 가서 땅을 파보았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기가 죽어서 할 말이 없어야 할 이태리 사람이 호기에 넘치는 어조로 외쳤다.

"이것 보시오. 여기에 철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로마 시대에 이미 무선전화가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주석 1)

주석
1> <한승헌, 변호사의 유머>, 이지출판, 2022.(발췌)
덧붙이는 글 [광복80주년명문100선]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광복80주년명문100선 #광복80주년 #명문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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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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