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 하이웨이(AH1) 표지판. 경부고속도로 도동분기점-북대구나들목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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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하이웨이 AH1 일본-한국-중국-인도-터키'
뭐지? 이 도로가 중국을 거쳐 터키까지 이어진다고? 아시안 하이웨이(Asian Highway)는 국제연합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가 1992년 아시아 육상교통기반 개발계획의 하나로 추진한 아시아 32국을 지나는 국제 도로망을 가리킨다.
표지판에는 한국 다음이 중국이지만 도로가 어떻게 북한을 건너뛰고 중국으로 이어지겠나. 간략히 쓰느라 그런 거고 구체적인 노선은 일본-부산-서울-평양-신의주-단둥-프놈펜-이스탄불-불가리아다. 현재 우리나라와 북한의 도로망이 단절되어 있어 연결은 안 되어 있다.
요즘 극우 세력이 반북·반중을 외쳐대는 통에 어수선해 어렵겠지만 언젠가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북한도 가고 중국도 가고 아시아 각국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도로는 아니지만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일본 도쿄에서 부산, 서울, 신의주를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기차를 타고 간 남자들이 있었다. 바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과 동메달을 딴 남승룡이었다.
두 사람은 그해 6월 1일 도쿄에서 출발해 배로 부산까지 간 뒤 부산에서부터 기차를 여러 번 바꿔 타 17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손기정·남승룡에 앞서 화가 나혜석(1896~1948)도 1927년에 기차를 타고 파리에 갔다. 이렇듯 100여 년 전에는 기차로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갈 수 있었다.
도로망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순수 국산 기술로 고속열차를 만들어 운행하는 지금 대한민국의 기술력이라면 못 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80년간 분단되면서 대륙으로 가는 길이 끊긴 채 우리나라가 섬나라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아시아 대륙에 붙어있으면서도 섬나라가 되어 인접한 대륙의 국가들(북한, 중국, 러시아)과는 사이가 나쁘고 저 멀리 바다 건너에 있는 미국과만 친하게 지내는 게 앞으로도 가능할까? 더욱이 미국은 여러 나라의 주요 공장을 자국으로 가져오려고 하는 등 오로지 이익만 내세우는 전혀 다른 나라가 되어 버렸는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남북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사람 간 왕래도 활발했다. 특히 남북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운영된 개성공단에서는 남한의 자본과 기술에 북한의 노동력이 합쳐져 낮은 비용으로 높은 품질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냈다.
국제 분쟁이 심해지고 윤석열 정부하에 남북 사이 대화가 완전히 끊긴 지금에야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만큼 꿈 같은 일이 됐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대륙에서 고립돼 미국만 바라보며 살아갈 수도 없다. 엄혹한 시절이지만 다시 남북이 교류할 날을 준비해야 한다.
시민들이 북의 도시를 이웃 동네를 여행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오가는 날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북한 지리지>를 발간한 남교협의 발간사에 나온 말이다. 특별히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북한지리지 2 - 해주시, 옹진군, 과일군, 순천시, 사리원시, 원산시, 세포군, 고성군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북한지리지 편찬실, 전국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 (기획),
내숲, 2025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북한지리지 1 - 신의주시, 중강군, 삼지연시, 청진시, 김책시, 신포시, 함흥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북한지리지 편찬실, 전국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 (기획),
내숲,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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