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공유지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스쾃(공간 점유 운동)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그런데 여기엔 또 하나 감춰진 맥락이 존재한다. 바로 도시계획의 허가청인 공공기관과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발업자 간의 '제도적 야합'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지금처럼 마포구청이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민간사업자가 언제든 사업 개시를 위해 공간을 비워달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공공재원을 통해서 공원이 조성되었다는 것은 최소한 공원조성의 감가상각이 가능한 시기까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전제된다. 언제라도 갈아엎어질 땅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일시적인 도시 치장을 위해 쓸 정도로 돈이 많은 자치구라는 마포구청의 세금낭비 '돈지랄' 일테니 말이다(사실 공공 재정을 임기가 제한된 선출직 공직자나 단지 고용되었을 뿐인 공무원이 제 재산인 양 쓰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경의선공유지의 조악한 공원은 마포구청이 인허가권자로서 법률에서 정한 공적 권한을 매우 사사롭게 행사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행정의 권한 행사는 언제나 법률적 근거 이상의 정당성이 필요하다. 단지 법률에 있는 것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 권한 행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존의 관계를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법률의 유무가 아니라 해당 법률의 작동 방식에 있다고 할 때, 행정 행위의 정당성은 불법을 저질렀느냐의 유무가 아니라 주요한 이해관계자인 시민들의 동의를 충분히 구했느냐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이 왜 윤석열의 계엄 선언이 문언적인 의미에서의 헌법 위반이면서도 오히려 본질적으로 비민주적인 폭거인지를 설명해 준다. 대통령의 비상 상황에 대한 판단은 고고한 결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동의와 설득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지 법률에 대통령이 계엄을 할 수 있다는 근거만 가지고 권한을 행사해 버리면 곤란하듯이 일선 공무원들 역시 법에서 할 수 있는 권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면'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장기적인 탄핵 사태는 사실 우리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암약하는 작은 윤석열들을 통해서 벌어진 셈이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공무원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보상과 처벌 구조는 특정한 행위에 대한 공적 평가에 무게를 더하는 장치다. 보상과 처벌이 없다면 더 나은 일을 할 동기를 없애서가 아니라 나쁜 짓을 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 즉, 보상이 우선이라기보다는 처벌의 부재가 문제인건데, 처벌만 만들 수는 없어 보상 체계를 두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나 행정 체계는 이런 보상과 처벌 구조가 왜곡되어 있다. 단적으로 보상 체계는 있는데 처벌 구조는 없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경의선공유지의 사례를 보자. 명색이 서울의 도심부에 금싸라기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땅이 10년이 넘도록 어떤 공익성도 없이 방치되어 왔다. 그리고 그것이 말도 안되는 협약에 의한 것이라면, 일차적으로는 해당 사업을 추진한 국가철도공단 직원은 징계되어야 하고 이차적으로는 불합리한 협약을 개선하기 위해 소송에 나서야 한다. 국가철도공단이 사기업이라고 생각해보자, 기업의 자산을 방치하고 있는 개발사업의 담당 이사나 임원은 바로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미 유사한 사고를 몇 번 친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한다고 만들어 놓은 세빛섬이 그것이다. 민자사업이라고 공언했지만 에스에이치 공사가 출자금과 대여금까지 쏟아부었다. 2023년에 최초로 4억여 원의 흑자를 냈다고 내세웠지만 그건 세빛섬의 재무상태를 볼 때 진짜 수익이라 보기도 힘들고(서울시가 민간회사인 세빛섬에 제공했던 SH공사의 대여금을 출자금으로 전환시켜 주어서 금융비용을 낮춰 주었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그렇게까지 밀어주었는데도 수익이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이 사업에 대한 책임은 누가 졌을까? 아무도 없다. 감사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그걸 받아든 서울시가 이의 제기를 한다고 하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그 밖에도 여의도에 있는 국제금융센터IFC 건물도 보자. 맥킨지나 딜로이트와 같은 회계법인이 들어와 있는 것을 제외하고 여의도국제금융업부지구를 조성한다는 당초의 목적에 부합되는 입주사가 얼마나 있나. 솔직하게 서울시민들에게 이 곳은 잘나가는 쇼핑몰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물론 서울시의 입장에선 그렇게라도 해서 서울의 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싶었겠지만, 해외 금융기관을 유치해 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방식에 대한 자기 확신이 지나쳤다. 이 땅을 민간사업자에게 사용하도록 한 기간만 99년이다. 그 말은 우리가 2111년 까지 살아있지 않으면 이 공간의 사적 사용이 종료 되는 것을 볼 수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장기임대 때문에 정작 이후에 해당 사업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이 사업을 추진한 공무원들은, 특히 시장의 역점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보상을 받았다. 2011년 감사원은 오세훈 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업체가 수익을 누락해 작성한 사업 검토서를 그대로 받아들여 무상 사용 기간을 5년 늘려줬고, 사업이행보증금 82억 원은 받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업 담당자의 징계는 흐지부지되었다. 인사상 영향을 미치는 징계는 이의신청 방식으로 무력화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뒤이은 인사다. 당연히 세빛섬의 경우도 그런데 기존 한강관리사업소였던 기관이 한강사업본부라고 몸집을 불리고 직급 수준이 올라가 조직적 보상을 받았다. 사업의 책임 구조가 우리의 상식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보하는 공간이 자유를 만든다
한국의 공무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언가 했다는 행위 자체이지 그 결과의 공익성은 아니다. 더구나 사적 계약이라는 방패막을 둘러치면 이후에 어떤 일이 있어도 '안타깝지만 서울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을 주문처럼 뇌까리면 된다.
하지만 시민이 보기엔 그렇지 않다. 분명 국유지인 경의선공유지에서도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쫓겨났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나가서 서울혁신파크 부지라는 시유지를 민간기업에 매각하면 되찾아올 방법이 없다. 서울시야 반환 규정이 있다고 하겠지만 그들이 민간기업에 마련할 사적계약 속에는 3년간의 미사용 기한을 무기한 늘릴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곧 임기가 끝나는 서울시장이 그리고 시유지 관리의 수임자에 불과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단지 법률상 권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유지를 사기업에 매각하는 행위는 합법 여부를 넘어선 불법성을 만든다.
법철학자 라드부르흐는 극도로 불합리한 법은 그 자체로 불법이라는 말을 하면서 '법률적 불법'이라는 표현을 한 바 있다. 평가와 책임이 부재한 행정행위도 바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건 처벌이니 책임이니 해도 이미 사기업에 넘어간 공간은 다시 시민들의 공간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서울혁신파크 현수막 시민들의 이름으로 혁신파크를 지키기 위한 현수막을 게시했다.
혁신파크지키는시민모임
서울시 어디를 둘러봐도 '들어가도 되나'라는 우려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우리는 수많은 사유지와 그리고 목적이 정해진 공간을 경유하면서 흘러간다. 그리고 그런 공간은 관계를 맺는 상호적인 공간이 아니라 이미 기입된 논리를 일방적으로 수행하도록 강제한다.
길은 단지 걸어야 하는 것이고 그 위에선 앉기, 멈춰서서 대화하기, 간단한 운동하기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해서는 안된다. 한국의 공원에선 취식이 불가능하고 깔린 잔디는 보호해야 한다.
반면 과거 경의선공유지는 어땠고 또한 서울혁신파크는 어땠나. 특정한 용도에 고정되지 않는 땅은 쓸모없이 방치된 땅이 아니라, 무엇이든 가능한 자유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땅이 누구의 것도 아니고 시유지라는 공유재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따라서 유보지라는 것은 지금 당장의 필요에 맞춰 공간에 특정한 관계의 논리를 넣지 않겠다고 결정한 공간이다. 즉 쓸모없거나 미사용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혁신파크는 기존에 없던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고 이 공간이 민간기업에 팔려나가는 것은 단지 공간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넘어서서 자유로운 사용에 유보되었던, 즉 언제나 미래에 열려 있던 공간 하나가 닫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적 계약으로 잠기는 순간 우리가 알던 공적 공간으로서 서울혁신파크는 죽게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공간 살해 사건의 범인이 너무나 명확하지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사실이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나마 한 범인에겐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서울혁신파크라는 유보되었던 공간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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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살해 사건의 범인, 정치적 책임 물을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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