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지지자들에게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무죄를 받고 법원을 나선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모여있는데, 사실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불은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는가"라며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필귀정 아니겠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밖에서 기다리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한 후 박수를 받으며 차량에 탑승해 오후 3시48분경 법원을 빠져나갔다.
1시간 35분 동안 기소된 발언 하나하나 판단... 1심 판단 뒤집은 항소심 재판부
이날 2심 재판부는 약 1시간 35분에 걸쳐 판결요지를 읽어내려갔다. 1심에서 유죄가 나왔던 이 대표의 발언은 물론 무죄가 나왔던 발언까지 기소된 모든 발언에 대한 판단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이 유죄라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두 발언을 포함해 검찰이 혐의를 적용한 모든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먼저 2심 재판부는 '김문기 모른다' 발언과 관련한 공소사실을 ①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 ②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 ③ 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기소 이후 김문기를 알았다 등 세 갈래로 나눠 이 대표가 2021년 12월 SBS(22일), CBS(24일), KBS(27일), 채널A(29일) 등 네 개 방송에서 연이어 한 네 가지 발언의 허위 사실 여부를 각각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장 재직 때 하위직원 김문기를 몰랐다는 발언은 교유(交遊) 행위를 부인한 것이라 볼 수 없어 허위사실 공표 처벌이 안 된다"며 "선거법으로 처벌하는 '행위'를 부인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도지사가 된 다음 김문기를 알았다는 발언 역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1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은 것과 같은 취지다.
나아가 1심에서 유죄였던 골프 발언("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전체 일행 중 일부를 떼서 사진을 보여줬던데, 조작한 것"이라는 채널A 출연 발언)도 무죄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골프 발언은 그 자체로 독자적 의미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나의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으로 성남시장 재직 땐 김문기 몰랐다는 답에 이어 자신의 반박논거로 골프 발언 역시 그 논거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로 인정되는 사실을 종합하면 골프 발언을 검사가 기소한 것과 같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중 골프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순 없고 허위로 입증하기도 어렵다"라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박수영 의원이 SNS에 올린 사진을 언급하면서 "그런데 이 사진은 원본 아니다. 해외 출장 간 10명이 앉거나 서서 찍은 것"이라며 "이 사진은 국민의힘 의원에 의해 피고인이 김문기와 골프를 쳤다는 증거 또는 자료로 제시된 건데, 원본은 10명이 한꺼번에 포즈를 잡고 찍은 것이므로 골프를 쳤다는 증거나 뒷받침할 자료로 볼 수 없고, 원본 중 일부를 떼내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사진을 설명하면서 나온 골프 발언은 이 사건 사진이 조작된 것이므로 김문기와 함께 골프 친 사진이 아니다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라며 "설령 검사 주장처럼 해석하더라도, 골프 발언을 다른 의미로 해석할 여지 있다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건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가 되고,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원칙에 반한다"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협박 발언, 과장으로 볼 수 있지만 허위 아냐"
재판부는 2021년 10월 20일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을 한 혐의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이 대표의 공소장에 생략한 부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각각 모두발언, 설명발언 1~5, 정리발언으로 구분해 무죄 취지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하면 백현동 발언의 의미는 국토부의 법률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것이지, 이를 의무조항에 근거해 피고인이 불가피하게 용도지역 변경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발언은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용도를 변경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용도지역 변경이 피고인의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으로 당시의 입장을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라고 압축한 것인데, 이 표현은 상대적으로 주관적인 발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도지역 변경이 이뤄질 무렵 전체가 아닌 성남시만을 특정해서 (국토부가) 3차례 용도변경 요청을 보냈는데, 거기에는 모두 법률상 근거 명시됐다"며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라고 발언한) 부분은 허위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국토부 협박' 발언에 대해서도 "협박 행위를 한 주체는 국토부 공무원들이지 피고인이 아니"라며 "피고인 행위에 대한 발언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전체로 볼 때 중요 부분이 객관사실과 합치될 때는 세부에서 진실과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이 있더라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성남시는 공공기관 종전 부지 용도변경 관련해 장기간 압박을 받은 사정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의 발언은 그러한 상황에 대한 발언이므로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한 발언은 상당한 압박을 과장한 거라 볼 수 있지만 허위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오후 2시 정각에 시작했던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후 3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주문을 읽었다.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증명에 이르지 않았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며 동료 의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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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선거법 항소심 '전부 무죄'... "국힘 공개 사진, 조작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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